#1105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47- (1001)
종료
작성자:에주
작성일:2025-02-14 (금) 10:53:18
갱신일:2025-02-17 (월) 09:54:47
#0에주(pL2B0Y1ZBq)2025-02-14 (금) 10:53:18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332랑(H.RlUtvuuW)2025-02-15 (토) 13:57:48
※ 이전편: situplay>960>899
※ 가정 내 폭언, 가스라이팅 묘사가 있습니다.
그날, 서랑은 그녀에게서 사건의 전말을 대강 전해들었다.
과거 신이었던 자들과 그들의 권속을 악마라고 칭한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인간의 혼을 탐하여 결계를 깨고 넘어오려 하고 있다. 침공이 지속되면 머잖아 세계가 무너져내릴 것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두 가지. 현 세계의 왕, 창조주가 개입하길 기다리거나⋯⋯ 아예 세계를 새로이 창세하거나. 이전에 말했듯 이 세계는 정체되어있으며 불안정하다. 때문에 창조주의 권능으로도 이를 완벽히 해결할 수 없다. 즉, 세계의 이치를 바로잡으려면 누군가가 창조주를 타도하고 왕좌에 앉아야만 한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났다. 헌데 예전과 달리 그녀는 서랑에게 도움을 강요하지 않았다. 도리어 눈치를 보기까지 했다. 서랑이 화냈던 것 때문에? 하지만 그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싶다. 그놈의 왕이 되자느니 하는 말이나 지껄였으면 차라리 짜증만 나고 말았을 텐데. 대신 그 악마니 뭐니 하는 얘기로 잔뜩 긴장해버렸다. 비현실적인 일이 코 앞으로 훌쩍 다가왔을 때의 감각이란.
그날 이후 세상이 흉흉해진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거다. 최근 살인 사건이 돌연 늘었다는 소식이 연이어 보도되었다. 범죄율이 올라간 것부터가 큰일인데 사망자들의 상태도 영 기묘하다고 했다. 거대한 짐승이 할퀸 듯 큼지막한 발톱 자국이 남아있다거나, 외상도 없는데 온 몸의 피를 전부 빨리고 말라죽은 시신이라던가, 아무튼 평범한 인간이 평범한 흉기를 가지고 행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서랑은 이게 그녀가 말한 ‘악마’의 소행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동시에 무서웠고 겁이 났다. 혹시 부모님이 피해를 보시면 어쩌지? 형은? 이런 상황에서 주변인이 걱정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반대로 그런 생각도 들었다. ‘위험하니까 학원 정도는 쉬게 해주시지 않을까.’ 택도 없는 기대였지만.
사태는 점점 심각해졌다. 하루 평균 사망자 수가 오십을 넘겼다더라. 거리를 오가는 사람 수도 부쩍 줄었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매일마다 출근하셨고 형제에게도 학원 빼먹지 말라며 충고하셨다. 형은 담담히 받아들였다. 서랑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어떻게 돼도 상관 없다는 건지.’ 남모를 작은 불만을 품고서. 한편으론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창조주가 개입하면 완벽하진 않아도 얼추 해결된다 했으니 그쪽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무교긴 하지만!) ‘그쪽 신도 자기 세계가 파괴되는 걸 보고 싶진 않을 거 아냐.’
하지만 그 우려가 들어맞았다는 듯, 얼마 지나지 않아 서랑의 형이 실종되었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신고도 해보았으나 경찰에선 단순 가출일 거라며 수사를 거부했다. 당연히 부모님은 잔뜩 걱정하셨다. 이기적이게도, 서랑은 형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님의 반응을 신경썼다. ‘두 분은 내가 사라졌어도 저렇게 걱정하셨을까?’
서랑에게 형은 존경과 동경의 대상이며 마땅히 따라잡아야 할 목표였다. 그리고⋯⋯ 형의 존재에 열등감을 느꼈다. 부모님은 오로지 형만 아끼셨다. 자신이 성적 떨어졌다고 혼날 때 형은 무조건 격려를 받았다. 그게 몹시 비참했다. 서랑은 열심히 노력했지만, 뭘 어떻게 해도 형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타고난 재능의 차이였다.
형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생을 은근히 무시하기까지 했다. 넌 이런 것도 못 하냐면서 업신여겼고, 부모님께 쟤는 원래 저런 애니까 기대하지 마시라고 지껄였다. 다른 어른들은 전부 형이 착하고 올곧은 학생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서랑은 내심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 착하고 올곧은 학생이 자길 철저히 짓밟는 데 일조했단 말이다.
그래서 지금 서랑의 심경은 복잡했다. 가족을 잃어버린 상실감 따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속이 홀가분했다. 그리고 허무했다. 그렇게 뛰어넘고 싶었던 형이 사라져버렸으니까.
실종으로부터 불과 사흘째, 결국 부모님께서도 형이 가출한 거라 생각하시게 되었다. 그리고 화를 잔뜩 내셨다. 지금껏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약아빠진 짓을 한다며. 서랑은 손바닥 뒤집듯 바뀐 부모님의 태도에 당황했다. 두 분이 왜 그런 말을 하시는지 고민해볼 겨를도 없었다. 화살이 제게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네 형이 없어졌는데 밥이 넘어가냐, 지금?”
학원 가기 전 저녁 시간, 식탁에 앉아 편의점 도시락이나 차려먹고 있는 와중 들려온 불호령이었다. 서랑이 황급히 고개를 들어보니 아버지가 옆에 계셨다. 표정으로 미루어보아 뭔가 마뜩잖으신 듯했다. 서랑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았다. 아버지가 한숨을 쉬시고 다시금 언성을 높이시는데.
“네가 네 형의 반만큼이라도 헀으면 이런 일 없었을 거 아니냐!”
‘그게 왜 내 탓이야. 내가 뭘 어쨌다고 그렇게까지 말하는 건데. 형보다 못한 아이라서?’
저도 모르게 반항적인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아니, 이건 반항적인 게 아니라 당연한 의문이었다. 형의 실종에 서랑이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당신께선 나를 마구잡이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젓가락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형이 없으면 없는 대로 더 노력해야지, 맨날 뺀질거리기나 하고.”
“네 형은 우리가 말 안 해도 뭐든 알아서 다 잘 했어. 근데 넌?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가 다 떠먹여줘도 못 하잖아!”
서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뇌리를 스쳤다. ‘⋯⋯꼭 화풀이하는 거 같네.’
“철 좀 들어라, 제발. 안 그래도 네 형 때문에 심란한데!”
‘그래, 당신들한텐 형만 있었으면 됐던 거야. 나는 그냥 짐이고.’
“됐다, 다 때려치우자. 너 같은 애한테 기대해서 뭐 하냐. 제대로 하지도 못할 거⋯⋯.”
끝내 서랑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졌다.
“그만 좀 하세요!”
벌떡, 의자에서 일어나며 서랑이 소리쳤다. 그냥⋯⋯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그들은 서랑이 뭘 하든 그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서랑은 형처럼 될 수 없었으니까. 한참 뒤떨어지는 열등생일 뿐이니까. 그가 지금까지 얽매여있던 건 전부 부질없는 환상에 불과했다. 형을 뛰어넘으려던 노력도,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던 욕구도 결코 보답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동안 겪었던 부당한 대우와 원색적인 비난들, 애초에 사랑 따위 없었던 관계가 파편처럼 떠올랐다. 곱씹을 수록 화가 났다. 백 번 양보해서 그게 정말 자식을 위한 쓴소리였다 치자. 그런 게 대체 제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오히려 자신을 더 강하게 억압할 뿐이었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 내가 뭘 잘했을 때 관심 가져주기나 했어?’ 그들은 언제나 형만을 칭찬했다. 내 존재는 중요치 않다는 것처럼.
서랑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에겐 그저 쓸모없는 아이로밖에 비춰지지 않았던 거다.
“지겨워 죽겠어, 진짜. 맨날 나한테만 뭐라 하고, 차라리 내가 없어지라고 아주 제사를 지내지 그랬어요?”
“⋯⋯뭐? 이 자식이 어딜 아버지한테 버릇없게⋯⋯.”
순간 아버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화를 참으려는 건지, 아니면 말문이 막힌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곧 그 얼굴에 붉으락푸르락 핏대가 섰다. 그러거나 말거나 서랑은 눈빛에 독기를 담아 제 아비를 노려보았다. 한 번 폭발한 분노는 봇물처럼 터져 흘러내렸다.
“난 당신 같은 부모 두기 싫으니까 당신들도 나 같은 애 없던 셈 쳐요.”
“애초에 나만 없었으면 당신들끼리 완벽한 가족처럼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렇죠?”
그 말만을 남기고 서랑은 충동적으로 집을 뛰쳐나왔다. 저녁 공기가 무척 차가웠지만 추운 것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후련한 것도 아니고 후회되는 것도 아니었으며 그저 공허했다. 진작 다 쏟아냈어야 하는데, 외려 속이 더 텅 비어버린 듯했다.
‘⋯⋯이제 어떡하지.’
찬 공기가 가슴속에 스며들어 쓸쓸함만이 차올랐다.
※ 가정 내 폭언, 가스라이팅 묘사가 있습니다.
그날, 서랑은 그녀에게서 사건의 전말을 대강 전해들었다.
과거 신이었던 자들과 그들의 권속을 악마라고 칭한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인간의 혼을 탐하여 결계를 깨고 넘어오려 하고 있다. 침공이 지속되면 머잖아 세계가 무너져내릴 것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두 가지. 현 세계의 왕, 창조주가 개입하길 기다리거나⋯⋯ 아예 세계를 새로이 창세하거나. 이전에 말했듯 이 세계는 정체되어있으며 불안정하다. 때문에 창조주의 권능으로도 이를 완벽히 해결할 수 없다. 즉, 세계의 이치를 바로잡으려면 누군가가 창조주를 타도하고 왕좌에 앉아야만 한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났다. 헌데 예전과 달리 그녀는 서랑에게 도움을 강요하지 않았다. 도리어 눈치를 보기까지 했다. 서랑이 화냈던 것 때문에? 하지만 그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싶다. 그놈의 왕이 되자느니 하는 말이나 지껄였으면 차라리 짜증만 나고 말았을 텐데. 대신 그 악마니 뭐니 하는 얘기로 잔뜩 긴장해버렸다. 비현실적인 일이 코 앞으로 훌쩍 다가왔을 때의 감각이란.
그날 이후 세상이 흉흉해진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거다. 최근 살인 사건이 돌연 늘었다는 소식이 연이어 보도되었다. 범죄율이 올라간 것부터가 큰일인데 사망자들의 상태도 영 기묘하다고 했다. 거대한 짐승이 할퀸 듯 큼지막한 발톱 자국이 남아있다거나, 외상도 없는데 온 몸의 피를 전부 빨리고 말라죽은 시신이라던가, 아무튼 평범한 인간이 평범한 흉기를 가지고 행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서랑은 이게 그녀가 말한 ‘악마’의 소행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동시에 무서웠고 겁이 났다. 혹시 부모님이 피해를 보시면 어쩌지? 형은? 이런 상황에서 주변인이 걱정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반대로 그런 생각도 들었다. ‘위험하니까 학원 정도는 쉬게 해주시지 않을까.’ 택도 없는 기대였지만.
사태는 점점 심각해졌다. 하루 평균 사망자 수가 오십을 넘겼다더라. 거리를 오가는 사람 수도 부쩍 줄었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매일마다 출근하셨고 형제에게도 학원 빼먹지 말라며 충고하셨다. 형은 담담히 받아들였다. 서랑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어떻게 돼도 상관 없다는 건지.’ 남모를 작은 불만을 품고서. 한편으론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창조주가 개입하면 완벽하진 않아도 얼추 해결된다 했으니 그쪽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무교긴 하지만!) ‘그쪽 신도 자기 세계가 파괴되는 걸 보고 싶진 않을 거 아냐.’
하지만 그 우려가 들어맞았다는 듯, 얼마 지나지 않아 서랑의 형이 실종되었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신고도 해보았으나 경찰에선 단순 가출일 거라며 수사를 거부했다. 당연히 부모님은 잔뜩 걱정하셨다. 이기적이게도, 서랑은 형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님의 반응을 신경썼다. ‘두 분은 내가 사라졌어도 저렇게 걱정하셨을까?’
서랑에게 형은 존경과 동경의 대상이며 마땅히 따라잡아야 할 목표였다. 그리고⋯⋯ 형의 존재에 열등감을 느꼈다. 부모님은 오로지 형만 아끼셨다. 자신이 성적 떨어졌다고 혼날 때 형은 무조건 격려를 받았다. 그게 몹시 비참했다. 서랑은 열심히 노력했지만, 뭘 어떻게 해도 형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타고난 재능의 차이였다.
형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생을 은근히 무시하기까지 했다. 넌 이런 것도 못 하냐면서 업신여겼고, 부모님께 쟤는 원래 저런 애니까 기대하지 마시라고 지껄였다. 다른 어른들은 전부 형이 착하고 올곧은 학생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서랑은 내심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 착하고 올곧은 학생이 자길 철저히 짓밟는 데 일조했단 말이다.
그래서 지금 서랑의 심경은 복잡했다. 가족을 잃어버린 상실감 따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속이 홀가분했다. 그리고 허무했다. 그렇게 뛰어넘고 싶었던 형이 사라져버렸으니까.
실종으로부터 불과 사흘째, 결국 부모님께서도 형이 가출한 거라 생각하시게 되었다. 그리고 화를 잔뜩 내셨다. 지금껏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약아빠진 짓을 한다며. 서랑은 손바닥 뒤집듯 바뀐 부모님의 태도에 당황했다. 두 분이 왜 그런 말을 하시는지 고민해볼 겨를도 없었다. 화살이 제게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네 형이 없어졌는데 밥이 넘어가냐, 지금?”
학원 가기 전 저녁 시간, 식탁에 앉아 편의점 도시락이나 차려먹고 있는 와중 들려온 불호령이었다. 서랑이 황급히 고개를 들어보니 아버지가 옆에 계셨다. 표정으로 미루어보아 뭔가 마뜩잖으신 듯했다. 서랑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았다. 아버지가 한숨을 쉬시고 다시금 언성을 높이시는데.
“네가 네 형의 반만큼이라도 헀으면 이런 일 없었을 거 아니냐!”
‘그게 왜 내 탓이야. 내가 뭘 어쨌다고 그렇게까지 말하는 건데. 형보다 못한 아이라서?’
저도 모르게 반항적인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아니, 이건 반항적인 게 아니라 당연한 의문이었다. 형의 실종에 서랑이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당신께선 나를 마구잡이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젓가락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형이 없으면 없는 대로 더 노력해야지, 맨날 뺀질거리기나 하고.”
“네 형은 우리가 말 안 해도 뭐든 알아서 다 잘 했어. 근데 넌?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가 다 떠먹여줘도 못 하잖아!”
서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뇌리를 스쳤다. ‘⋯⋯꼭 화풀이하는 거 같네.’
“철 좀 들어라, 제발. 안 그래도 네 형 때문에 심란한데!”
‘그래, 당신들한텐 형만 있었으면 됐던 거야. 나는 그냥 짐이고.’
“됐다, 다 때려치우자. 너 같은 애한테 기대해서 뭐 하냐. 제대로 하지도 못할 거⋯⋯.”
끝내 서랑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졌다.
“그만 좀 하세요!”
벌떡, 의자에서 일어나며 서랑이 소리쳤다. 그냥⋯⋯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그들은 서랑이 뭘 하든 그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서랑은 형처럼 될 수 없었으니까. 한참 뒤떨어지는 열등생일 뿐이니까. 그가 지금까지 얽매여있던 건 전부 부질없는 환상에 불과했다. 형을 뛰어넘으려던 노력도,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던 욕구도 결코 보답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동안 겪었던 부당한 대우와 원색적인 비난들, 애초에 사랑 따위 없었던 관계가 파편처럼 떠올랐다. 곱씹을 수록 화가 났다. 백 번 양보해서 그게 정말 자식을 위한 쓴소리였다 치자. 그런 게 대체 제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오히려 자신을 더 강하게 억압할 뿐이었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 내가 뭘 잘했을 때 관심 가져주기나 했어?’ 그들은 언제나 형만을 칭찬했다. 내 존재는 중요치 않다는 것처럼.
서랑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에겐 그저 쓸모없는 아이로밖에 비춰지지 않았던 거다.
“지겨워 죽겠어, 진짜. 맨날 나한테만 뭐라 하고, 차라리 내가 없어지라고 아주 제사를 지내지 그랬어요?”
“⋯⋯뭐? 이 자식이 어딜 아버지한테 버릇없게⋯⋯.”
순간 아버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화를 참으려는 건지, 아니면 말문이 막힌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곧 그 얼굴에 붉으락푸르락 핏대가 섰다. 그러거나 말거나 서랑은 눈빛에 독기를 담아 제 아비를 노려보았다. 한 번 폭발한 분노는 봇물처럼 터져 흘러내렸다.
“난 당신 같은 부모 두기 싫으니까 당신들도 나 같은 애 없던 셈 쳐요.”
“애초에 나만 없었으면 당신들끼리 완벽한 가족처럼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렇죠?”
그 말만을 남기고 서랑은 충동적으로 집을 뛰쳐나왔다. 저녁 공기가 무척 차가웠지만 추운 것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후련한 것도 아니고 후회되는 것도 아니었으며 그저 공허했다. 진작 다 쏟아냈어야 하는데, 외려 속이 더 텅 비어버린 듯했다.
‘⋯⋯이제 어떡하지.’
찬 공기가 가슴속에 스며들어 쓸쓸함만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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