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8 [ALL/연애/청춘물] 내 옆자리의 신 님 4U :: 87번째 이야기 (1001)
종료
작성자:◆zQ2YWEYFs.
작성일:2025-04-03 (목) 15:58:08
갱신일:2025-04-08 (화) 08:25:25
#0◆zQ2YWEYFs.(9xiPnyNxVS)2025-04-03 (목) 15:58:08
*본 스레는 참치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의도적으로 특정 누군가를 따돌리거나 소외시키지 않도록 노력합시다. 누군가가 들어오면 반드시 인사를 해주세요.
*연애물 성격이 있는 만큼, 웹박수를 통해 오너입 익명 앓이, 캐릭터에게 줄 익명 선물을 보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토요일이 되는 0시에 공개됩니다.
익명 앓이의 경우는 머릿말로 [앓이], 익명 선물의 경우는 [선물]을 달아주세요.
*연플을 노리는 등의 이유로 특정한 누군가하고만 놀지 말고 골고루, 다양하게 노는 것을 권장합니다.
*기본적으로 참치 상황극판 규칙을 지키면서 재밌게 놀면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본 스레는 기본적으로 15세 이용가입니다.
*성적 수위는 키스까지이며 그 수준을 넘어서는 직,간접적 드립이나 발언을 일체 강력하게 금지합니다. 적발시 시트가 내려가게 됩니다.
위키 - https://bit.ly/3BVugbj
웹박수 - http://bit.ly/3VYoyfO
시트 스레 - https://bbs2.tunaground.net/trace/situplay/105
선관&임시 스레 - https://bbs2.tunaground.net/trace/situplay/103
키츠네가이 마츠리 관련 소원 빌기 - situplay>2749>47
*의도적으로 특정 누군가를 따돌리거나 소외시키지 않도록 노력합시다. 누군가가 들어오면 반드시 인사를 해주세요.
*연애물 성격이 있는 만큼, 웹박수를 통해 오너입 익명 앓이, 캐릭터에게 줄 익명 선물을 보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토요일이 되는 0시에 공개됩니다.
익명 앓이의 경우는 머릿말로 [앓이], 익명 선물의 경우는 [선물]을 달아주세요.
*연플을 노리는 등의 이유로 특정한 누군가하고만 놀지 말고 골고루, 다양하게 노는 것을 권장합니다.
*기본적으로 참치 상황극판 규칙을 지키면서 재밌게 놀면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본 스레는 기본적으로 15세 이용가입니다.
*성적 수위는 키스까지이며 그 수준을 넘어서는 직,간접적 드립이나 발언을 일체 강력하게 금지합니다. 적발시 시트가 내려가게 됩니다.
위키 - https://bit.ly/3BVugbj
웹박수 - http://bit.ly/3VYoyfO
시트 스레 - https://bbs2.tunaground.net/trace/situplay/105
선관&임시 스레 - https://bbs2.tunaground.net/trace/situplay/103
키츠네가이 마츠리 관련 소원 빌기 - situplay>2749>47
#908쓰라린 울림의(/wf2.Op0hK)2025-04-07 (월) 13:31:52
키츠네가이 마츠리 일주일 전부터 광장 한켠에는 무대 시설이 올려지기 시작했다. 여느 가설 무대가 그러하듯, 마츠리를 하루반 앞두고 완성된 무대는 밴드 한 팀 넉넉히 올라갈 정도의 작은 크기였다.
그러나 무대보다 눈에 띄는 것은 관객용 공간을 빙 두르듯 배치된 스피커들이었다. 이런 소규모의 야외 공연에서는 과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의 다종다양한 스피커들의 배치에, 그것도 안이 아닌 바깥으로도 울리도록 해 놓은 모양새에 주변으로부터 관심을 안 받을 수가 없었다. 특히나-
리허설이라곤 일절 없이, 그 무대 시설 전체를 당일날까지 천으로 덮어 꽁꽁 감춰두는 기행 아닌 기행 역시 입소문거리가 되기 딱이었다.
"노이즈 마케팅이죠. 노이즈 마케팅."
라며, 무대를 세운 사람은 천하태평하게 웃었지만.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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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미키츠 공연 관련 추가 공지 ★ ]]
[[ 앞서 알렸던 가미유키-키츠네가이 공연은 3일간 매일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진행됩니다.
각 일마다 5개의 팀이 각 40여분간의 공연을 하며 도중 30분 휴식이 있습니다.
가능한 많은 분들을 모시고 싶으나 장소의 협소함으로 인해 관객 수용 인원에 한계가 있음을 미리 양해드립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의 테마는 <듣는 것 聴くこと>이므로, 멀리서나마 함께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하 각 일자 공연 팀의 리스트 및 순서입니다.
... ]]
당일, 모두가 제각기 개성 있는 여우 분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혹은 그 속에 진짜 여우가 있을지도 모르는 키츠네가이 마츠리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귀여운 여우 울음소리로 시작되는 마츠리는 종종 바깥으로도 입소문을 타서 외부 관광객도 제법 오곤 했다. 올해는 특히나 그 인파가 남달랐는데-
"야야, 지금 몇시야? 응? 몇시?"
"그만 물어~ 아직 2시 밖에 안 됐다니까?
"왜애 아직도야아~ 힝, 빨리 보고 싶은데."
"그 전까지 놀면 되지~ 마츠리라구 여기? 자, 가자가자!"
"어우 시간 안 가. 4시까지 언제 기다리냐. 크-"
"뭐 놀다보면 금방 가겠지. 타코야끼나 먹으면서 게임 한 판 고?"
"아 좋지. 진 놈이 타코 사는 거다."
"응 절대로 니가 삼."
"응 아냐 니가 삼-"
그 인파의 일부에는 언제 가설 무대의 불이 켜질까, 저 입장 테이프가 열릴까, 고대하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개중에는 키츠네가이 마츠리를 처음 접해본다며 현장에서 여우 분장도구와 굿즈들을 사는 사람들이나 미리 일찌감치 와서 마츠리를 한바탕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오늘부터 오후마다 공연 있습니다- 입장료 필요 없구요, 멀리서 듣기만 하셔도 좋아요- 밴드 공연 있어요-"
그리고 여우 가면을 쓴 몇 명의 사람들이 손수 제작한 홍보지를 한 묶음 들고 돌아다니며 공연 홍보를 하러 다녔다. 입장료 무료, 꼭 입석할 필요 없이 그저 멀리서라도 귀기울여 주시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제각기 귀와 꼬리를 혹은 옷을 입고 마츠리를 만끽하는 사람들 사이로, 딸깍, 소리와 함께 가설 무대의 가운데 조명이 켜진 건 딱 4시 정각- 이 아닌 20분 전이었다. 그 소리를, 빛을 신호 삼아 발길이 하나 둘 가설 무대의 관중석으로 모인다.
"꼭 들어오지 않으셔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밀지 마세요-"
스태프 옷을 입은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사람들은 입장을 시작한다. 의자 하나 없는 둥근 공간에 사방이 스피커에 둘러싸인 듯한 구조가 기묘했지만 사람들은 이 또한 무언가의 장치가 아닐까 하며 작게 웅성거렸다. 가설 무대의 주인장이 어지간한 기인이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들에겐 알려진 사실이기에.
이윽고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리를 잡게 되고, 딱 4시 정각이 되었다. 외로이 켜져 있던 스포트라이트는 돌연 꺼진다. 빛이 사라진 무대를 채우는 건 각양각색으로 꾸민 여우 반가면을 쓴 사회자와 오늘의 연주팀 리더들이다. 같은 디자인의 가면을 제각기 꾸민 듯한 그들의 분장은 통일성이 있는 듯 하면서도 제각각인 차림으로 인해 더할나위 없이 개성적이다. 사회자 역시 러프한 캐주얼 차림으로 마이크를 들었다.
"안녕들 하신가요 여러분!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많은 분들이 와주셨네요. 먼저 저희 직원들의 안내를 잘 받아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이야- 이런 거 처음이라 입장부터 일나면 어쩌나 했거든요. 하하!"
넉살 좋은 사회자의 입담으로 분위기는 한층 익살스러워진다. 그런데, 사회자가 말할 수록 사람들 사이에선 뭐지, 싶은 반응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뭐랄까, [소리가 이상하다]나? 그런 의문이 잔잔히 퍼질 쯤 사회자의 입이 씨익 웃는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자자, 슬슬 이게 뭐야, 뭐지? 싶은 분들이 계시군요? 그럼 이쯤에서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그 전에, 여러분, 같이 온 일행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서로 손을 잡아주세요! 일행이 없다구요? 그런 분들은 서로 잡아보시면 어떨까요? 자아, 속는 셈 치고 잡아주십시오! 어서, 얼른요!"
갑작스러운 사회자의 요구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각자 일행 혹은 옆사람의 손을 잡았다. 팔을 걸거나 깍지를 끼면 더 좋습니다! 라는 말에 몇몇은 팔을 걸거나 깍지를 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더 강하게 잡으면, 가까이 할 수록 좋다. 그런 의미가 은연중에 전해진다. 사회자는 좌중을 슥 둘러보고, 준비가 되었다 싶자, 탁탁! 발을 굴렀다.
"Fly me to the moon
Let me play among the stars-"
그러자 보이지 않는 보컬의 목소리가 스퍼커를 통해 울려퍼졌다. 반주 없는 생생하고 짧은 라이브. 그러나 그 자리에서, 혹은 멀리서도 사회자의 말을 듣고 손을 잡거나 가까이 있던 사람들에게는 마치 소리가 몸을 관통하는 것처럼 울렸다. 단순하게 귀로, 고막으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전신을 통해서 음색이 퍼졌다. 크고 넓은 공연장에서 듣는 소리, 같으면서도 그건 조금 달랐다. 이 소리라면 들을 수 없는 사람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라이브의 반향이 사라지고 나서 사회자가 말한다.
"미리 올린 공지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모르실 분들을 위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내일 그리고 모레에 걸쳐 진행될 본 공연의 테마는 <듣는 것 聴くこと>입니다. 여러분, 소리는 단순히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부로, 뼈로, 온 몸을 통해 듣고 있는 겁니다. 자신만이 아닌 옆사람, 그 옆사람, 모두를 통해 듣는 겁니다! 잘 모르겠다구요? 괜찮습니다! 저희는 모두에게 그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그것을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이러한 자리를 마련했사오니, 자, 이제부터 부디 만끽해주시길 바랍니다!"
동시에 촤라락 켜지는 조명이 사회자 뒤에 있던 팀 리더들을 비춘다. 그들은 각자 마이크를 들고 짧게 소개를 했다. 팀의 구성, 컨셉, 초청 보컬의 이름 등등. 그 중에서 [디셈버]의 이름은 마지막 밴드에서 나왔다. 간단한 소개를 끝으로 무대 위엔 각종 악기들이 올라오고 첫 팀의 공연이 준비된다.
구성은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흔한 밴드 공연의 구성이었지만, 어느 팀도 어느 곡 하나 허투로 연주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선율을 전하기 위해 중간에 있을 법한 잡담도 패스한다.
거기다 무대 뒤에서 스피커의 조정을 계속 하는지 관중이 느끼는 음의 충격은 매번 새롭다. 물론 취향과 선호도라는게 있으니 모든 곡이 마음에 들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오늘 여기에 온 것이 특별한 기억이 될 경험인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무대보다 눈에 띄는 것은 관객용 공간을 빙 두르듯 배치된 스피커들이었다. 이런 소규모의 야외 공연에서는 과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의 다종다양한 스피커들의 배치에, 그것도 안이 아닌 바깥으로도 울리도록 해 놓은 모양새에 주변으로부터 관심을 안 받을 수가 없었다. 특히나-
리허설이라곤 일절 없이, 그 무대 시설 전체를 당일날까지 천으로 덮어 꽁꽁 감춰두는 기행 아닌 기행 역시 입소문거리가 되기 딱이었다.
"노이즈 마케팅이죠. 노이즈 마케팅."
라며, 무대를 세운 사람은 천하태평하게 웃었지만.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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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알렸던 가미유키-키츠네가이 공연은 3일간 매일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진행됩니다.
각 일마다 5개의 팀이 각 40여분간의 공연을 하며 도중 30분 휴식이 있습니다.
가능한 많은 분들을 모시고 싶으나 장소의 협소함으로 인해 관객 수용 인원에 한계가 있음을 미리 양해드립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의 테마는 <듣는 것 聴くこと>이므로, 멀리서나마 함께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하 각 일자 공연 팀의 리스트 및 순서입니다.
... ]]
당일, 모두가 제각기 개성 있는 여우 분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혹은 그 속에 진짜 여우가 있을지도 모르는 키츠네가이 마츠리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귀여운 여우 울음소리로 시작되는 마츠리는 종종 바깥으로도 입소문을 타서 외부 관광객도 제법 오곤 했다. 올해는 특히나 그 인파가 남달랐는데-
"야야, 지금 몇시야? 응? 몇시?"
"그만 물어~ 아직 2시 밖에 안 됐다니까?
"왜애 아직도야아~ 힝, 빨리 보고 싶은데."
"그 전까지 놀면 되지~ 마츠리라구 여기? 자, 가자가자!"
"어우 시간 안 가. 4시까지 언제 기다리냐. 크-"
"뭐 놀다보면 금방 가겠지. 타코야끼나 먹으면서 게임 한 판 고?"
"아 좋지. 진 놈이 타코 사는 거다."
"응 절대로 니가 삼."
"응 아냐 니가 삼-"
그 인파의 일부에는 언제 가설 무대의 불이 켜질까, 저 입장 테이프가 열릴까, 고대하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개중에는 키츠네가이 마츠리를 처음 접해본다며 현장에서 여우 분장도구와 굿즈들을 사는 사람들이나 미리 일찌감치 와서 마츠리를 한바탕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오늘부터 오후마다 공연 있습니다- 입장료 필요 없구요, 멀리서 듣기만 하셔도 좋아요- 밴드 공연 있어요-"
그리고 여우 가면을 쓴 몇 명의 사람들이 손수 제작한 홍보지를 한 묶음 들고 돌아다니며 공연 홍보를 하러 다녔다. 입장료 무료, 꼭 입석할 필요 없이 그저 멀리서라도 귀기울여 주시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제각기 귀와 꼬리를 혹은 옷을 입고 마츠리를 만끽하는 사람들 사이로, 딸깍, 소리와 함께 가설 무대의 가운데 조명이 켜진 건 딱 4시 정각- 이 아닌 20분 전이었다. 그 소리를, 빛을 신호 삼아 발길이 하나 둘 가설 무대의 관중석으로 모인다.
"꼭 들어오지 않으셔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밀지 마세요-"
스태프 옷을 입은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사람들은 입장을 시작한다. 의자 하나 없는 둥근 공간에 사방이 스피커에 둘러싸인 듯한 구조가 기묘했지만 사람들은 이 또한 무언가의 장치가 아닐까 하며 작게 웅성거렸다. 가설 무대의 주인장이 어지간한 기인이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들에겐 알려진 사실이기에.
이윽고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리를 잡게 되고, 딱 4시 정각이 되었다. 외로이 켜져 있던 스포트라이트는 돌연 꺼진다. 빛이 사라진 무대를 채우는 건 각양각색으로 꾸민 여우 반가면을 쓴 사회자와 오늘의 연주팀 리더들이다. 같은 디자인의 가면을 제각기 꾸민 듯한 그들의 분장은 통일성이 있는 듯 하면서도 제각각인 차림으로 인해 더할나위 없이 개성적이다. 사회자 역시 러프한 캐주얼 차림으로 마이크를 들었다.
"안녕들 하신가요 여러분!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많은 분들이 와주셨네요. 먼저 저희 직원들의 안내를 잘 받아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이야- 이런 거 처음이라 입장부터 일나면 어쩌나 했거든요. 하하!"
넉살 좋은 사회자의 입담으로 분위기는 한층 익살스러워진다. 그런데, 사회자가 말할 수록 사람들 사이에선 뭐지, 싶은 반응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뭐랄까, [소리가 이상하다]나? 그런 의문이 잔잔히 퍼질 쯤 사회자의 입이 씨익 웃는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자자, 슬슬 이게 뭐야, 뭐지? 싶은 분들이 계시군요? 그럼 이쯤에서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그 전에, 여러분, 같이 온 일행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서로 손을 잡아주세요! 일행이 없다구요? 그런 분들은 서로 잡아보시면 어떨까요? 자아, 속는 셈 치고 잡아주십시오! 어서, 얼른요!"
갑작스러운 사회자의 요구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각자 일행 혹은 옆사람의 손을 잡았다. 팔을 걸거나 깍지를 끼면 더 좋습니다! 라는 말에 몇몇은 팔을 걸거나 깍지를 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더 강하게 잡으면, 가까이 할 수록 좋다. 그런 의미가 은연중에 전해진다. 사회자는 좌중을 슥 둘러보고, 준비가 되었다 싶자, 탁탁! 발을 굴렀다.
"Fly me to the moon
Let me play among the stars-"
그러자 보이지 않는 보컬의 목소리가 스퍼커를 통해 울려퍼졌다. 반주 없는 생생하고 짧은 라이브. 그러나 그 자리에서, 혹은 멀리서도 사회자의 말을 듣고 손을 잡거나 가까이 있던 사람들에게는 마치 소리가 몸을 관통하는 것처럼 울렸다. 단순하게 귀로, 고막으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전신을 통해서 음색이 퍼졌다. 크고 넓은 공연장에서 듣는 소리, 같으면서도 그건 조금 달랐다. 이 소리라면 들을 수 없는 사람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라이브의 반향이 사라지고 나서 사회자가 말한다.
"미리 올린 공지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모르실 분들을 위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내일 그리고 모레에 걸쳐 진행될 본 공연의 테마는 <듣는 것 聴くこと>입니다. 여러분, 소리는 단순히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부로, 뼈로, 온 몸을 통해 듣고 있는 겁니다. 자신만이 아닌 옆사람, 그 옆사람, 모두를 통해 듣는 겁니다! 잘 모르겠다구요? 괜찮습니다! 저희는 모두에게 그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그것을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이러한 자리를 마련했사오니, 자, 이제부터 부디 만끽해주시길 바랍니다!"
동시에 촤라락 켜지는 조명이 사회자 뒤에 있던 팀 리더들을 비춘다. 그들은 각자 마이크를 들고 짧게 소개를 했다. 팀의 구성, 컨셉, 초청 보컬의 이름 등등. 그 중에서 [디셈버]의 이름은 마지막 밴드에서 나왔다. 간단한 소개를 끝으로 무대 위엔 각종 악기들이 올라오고 첫 팀의 공연이 준비된다.
구성은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흔한 밴드 공연의 구성이었지만, 어느 팀도 어느 곡 하나 허투로 연주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선율을 전하기 위해 중간에 있을 법한 잡담도 패스한다.
거기다 무대 뒤에서 스피커의 조정을 계속 하는지 관중이 느끼는 음의 충격은 매번 새롭다. 물론 취향과 선호도라는게 있으니 모든 곡이 마음에 들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오늘 여기에 온 것이 특별한 기억이 될 경험인 것은 당연했다.
#909그 목소리는(/wf2.Op0hK)2025-04-07 (월) 13:31:54
그렇게 키츠네가이 마츠리의 첫 날의 공연이 순식간에 지나가, 어느덧 마지막 팀에 이르고, 모인 사람들 중 일부가 고대했을 사람이 무대에 올랐다.
이미 오늘의 해는 저물었고, 그만큼 밝아진 조명 아래 길쭉한 신형이 느긋하게 걸어들어온다. [디셈버]의 등장이다.
남들과 같지만 다른 여우 반가면을 쓰고, 전통 꽃무늬가 화려한 와이드 팬츠에 검은 민소매 크롭티, 그 위에 다시 검붉은 하오리를 길게 걸친 그 사람은, 선명히 붉은 머리를 높게 올려 걸을 때마다 길게 늘어진 머리와 하오리가 함께 찰랑거렸다. 낙낙한 바짓단 사이로는 두툼한 굽이 보여, 안 그래도 큰 키를 한층 높여주고 있었다.
마치 무대 한 가운데 꽂힌 듯 그 사람이 서자, 드럼 스틱 탁 탁 탁 탁 부딪히며 신호일지 박자일지 알리고,
"하라리 하라레
지금 춤 추고 춤 춰라
애타게 그리며 놀아라
자아 먹고 노래해라
꽃에 뒤섞여
지금을 되찾아라
별난 것으로 놀아라
자아 여기서 춤 춰라-"
경쾌한 음색을 시작으로 마지막 밴드와 보컬의 합연이 시작된다.
한 손에 전용 마이크를 든 그 사람, 그 보컬은 앞선 어느 팀보다 돋보적인 가창 실력만큼이나 낭창한 춤사위를 곁들였다. 끝이 무릎에 닿을 만큼 긴 하오리를 유려하게 펄럭이며, 그보다 긴 머리채가 엉키지 않게 고개를 움직이고 몸을 흔들며, 비단 소리가 몸으로 듣는 것 이상임을 표현하려는 듯 했다.
"연주해 메이데이
생명을 담아 춤을 추자
한계와 고도를 깨뜨리고
바보같이 튀어오르고
명백히 밤조차 겁먹게 하고
그대로 쭉 멀리 더멀리"
무대를 둘러싼 스피커들은 어느 것 하나 터지는 일 없이 마지막 밴드의 공연까지 충실하게 작동했다. 덕분에 당일의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켜준 관중들에게, 그리고 마츠리를 즐기러 온 사람들에게도 즐거운 연주와 선율을 선사했다. 특히 마지막 밴드는 앞서 거친 연주들에 지쳤을 사람들을 배려하듯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곡들을 공연했다. 그 중에는 쉬어가듯 비교적 잔잔한 곡도 있어 보컬은 무대 아래를 손짓해 가져온 의자에 걸터앉아 가볍게 부르기도 했다.
"27시의 도로에 한 대의 택시
나 어른이 되어 버렸구나
가지고 있는 예의는 이미 모두 써버렸어-"
이미 오늘의 해는 저물었고, 그만큼 밝아진 조명 아래 길쭉한 신형이 느긋하게 걸어들어온다. [디셈버]의 등장이다.
남들과 같지만 다른 여우 반가면을 쓰고, 전통 꽃무늬가 화려한 와이드 팬츠에 검은 민소매 크롭티, 그 위에 다시 검붉은 하오리를 길게 걸친 그 사람은, 선명히 붉은 머리를 높게 올려 걸을 때마다 길게 늘어진 머리와 하오리가 함께 찰랑거렸다. 낙낙한 바짓단 사이로는 두툼한 굽이 보여, 안 그래도 큰 키를 한층 높여주고 있었다.
마치 무대 한 가운데 꽂힌 듯 그 사람이 서자, 드럼 스틱 탁 탁 탁 탁 부딪히며 신호일지 박자일지 알리고,
"하라리 하라레
지금 춤 추고 춤 춰라
애타게 그리며 놀아라
자아 먹고 노래해라
꽃에 뒤섞여
지금을 되찾아라
별난 것으로 놀아라
자아 여기서 춤 춰라-"
경쾌한 음색을 시작으로 마지막 밴드와 보컬의 합연이 시작된다.
한 손에 전용 마이크를 든 그 사람, 그 보컬은 앞선 어느 팀보다 돋보적인 가창 실력만큼이나 낭창한 춤사위를 곁들였다. 끝이 무릎에 닿을 만큼 긴 하오리를 유려하게 펄럭이며, 그보다 긴 머리채가 엉키지 않게 고개를 움직이고 몸을 흔들며, 비단 소리가 몸으로 듣는 것 이상임을 표현하려는 듯 했다.
"연주해 메이데이
생명을 담아 춤을 추자
한계와 고도를 깨뜨리고
바보같이 튀어오르고
명백히 밤조차 겁먹게 하고
그대로 쭉 멀리 더멀리"
무대를 둘러싼 스피커들은 어느 것 하나 터지는 일 없이 마지막 밴드의 공연까지 충실하게 작동했다. 덕분에 당일의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켜준 관중들에게, 그리고 마츠리를 즐기러 온 사람들에게도 즐거운 연주와 선율을 선사했다. 특히 마지막 밴드는 앞서 거친 연주들에 지쳤을 사람들을 배려하듯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곡들을 공연했다. 그 중에는 쉬어가듯 비교적 잔잔한 곡도 있어 보컬은 무대 아래를 손짓해 가져온 의자에 걸터앉아 가볍게 부르기도 했다.
"27시의 도로에 한 대의 택시
나 어른이 되어 버렸구나
가지고 있는 예의는 이미 모두 써버렸어-"
#910이토록 찬란히, 노래하는가.(/wf2.Op0hK)2025-04-07 (월) 13:31:55
한 곡, 두 곡, 준비한 곡들이 지나갈 때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서서히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예정되었던 끝의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보컬은 돌연 마이크를 내렸다. 마치 공연은 여기까지인 것처럼.
관중들은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하며 돌아서려 할 때. 무대 위에 움직임이 일었다.
사람이고 오가고, 악기 배치들이 바뀐다. 앞서 있던 밴드의 멤버가 추가되는가 하면, 바이올린이며 잼베가 올라온다.
오늘 공연에 있었던 팀원들이 한명씩 모인 듯한 구성은 조금 특별한 마지막 곡이 남았음을 시사한다. 그 분위기에 돌아서려던 사람도 다시 무대를 본다. 분주히 움직이던 사람들은 어느새 각자의 자리를 잡고, 그 가운데 그 보컬은 여전히 마이크를 내린 채 서 있었다.
그 정적 속에서 조명이 살며시 바뀐다. 주변은 어둡게. 보컬에게는 환하게. 마치 이 장소에 그 보컬 한 명만 남은 것처럼. 그렇게 분위기가 조성되어서야, 보컬은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반주가 흘러나오며...
"...움츠러든 어깨를 따라서
다시 저물어가는 오늘의 끝
밤이 조용히 나를 안으면
무너져가는 날 잊어버릴 수 있어
색 바랜 오늘은 희망 위에 내일의 구름을 드리우고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어
그 날을 위한 연습인 것처럼..."
가장 진심이 담긴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질리지도 않고 나를 처방하는 만약이라는 말
항상 똑같은 매일은 내성이 되어
내일을 어지러이 무너뜨려
쓰라린 날에 쓰라린 나를 삼키지 못해
뱉어내고 싶었던 밤
의미도 없이 건넨 위선의 말,
추락을 향해 올라가는 날 만들어
그리운 날에 드리운 맘이
아름다웠던 날들을 덧칠할까 봐
잊어버릴게, 눈을 감고-"
단순히 한 밴드의 연주로만 이루어졌던 앞선 공연들과 달리, 마지막 곡은 모두가 함께하는 곡이었다. 조명은 오롯이 보컬 만을 비추고 있었지만 그 주변에서는 모두의 악기가 소리를 내고 화음이 울렸다.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것은 보컬 혼자이어도, 이 무대를 만드는 것은 혼자가 아니란 것처럼.
"흩어져 사라질 듯한 그댄 허무하고 애달픈 꽃망울
모질게 내린 눈물에 잠겨 피지 못하고 멈춰있지만
차디찬 철길 위에 놓여
나아갈 방향을 모를 뿐이야
내가 그댈 두 손에 그러모아
레일에 꽃 핀 내일을 비추게 해줘
메마른 꽃잎이 읽지 못한 오늘에 갈피를 꽂아서
더 이상 그댈 읽지 못하는
나는 그저 오늘의 끝에 매달릴 뿐
찬란한 날에 찬란한 그댈 차마 비추지 못하고
스러져갔던 낯
심장을 끄집어내 힘껏 소리쳐도
결말을 향해 추락하는 우리가 있어
그리운 날에 드리운 맘이
내일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잊지 않을게, 두 눈 감는 날까지-"
"La, la-la, la-la-la-la-la- "
반주 속 화음조차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노래한다. 더욱 깊고 깊은 선율을 퍼뜨린다. 악기는 어느 것 하나 허투로 소리 내지 않았으며, 화려하게 춤을 추던 보컬도 지금만큼은 단정히 선 모습이 절벽 끄트머리에 위태로이 핀 한 송이 꽃 같았다.
"피어나고 피어나도
시들어버리는 슬픔이란 꽃
짙어져만 가는 그대의 아픔이
마지막을 향해 꽃을 피워내고 있어
고마웠어, 미안했어,
양손에 가득 품은 꽃다발과
너를 떠 나 가 는 걸-"
그런 모습으로, 연주는, 노래는, 공연은, 오늘의 클라이막스를 맞는다.
"사실은 나도 있잖아, 살아가고 싶어
밀려드는 절망에 묻혀 사라지던
아픈 오늘과 두려운 내일
그 사이에 어느새 네가 들어왔어
쓰라린 날에 찬란한 네가
내게 살아있어줘서 그저 고맙다고
잊지 않을게-
영원히-"
보컬의 마지막 숨을 뱉어내는 듯한 노래가 끝을 맺었다. 그 선율의 여운을 길게 이끄는 반주마저도 끝이 나자, 무대에는 다시 균일하게 조명이 밝혀진다. 그리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관중을 향해 허리를 숙인다. 각자의 방식으로 예를 표한다.
오늘 이 자리를 찾아주셔서, 끝까지 공연을 보고, 듣고, 함께 해 주셔서, 그 모든 것에 감사를 표하는 인사다. 한 마디의 말도 없었지만 정갈하게 표하는 예는 오히려 관중으로 하여금 그들에게 의미를 부여했다고 느껴지게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어떤 노래도, 연주도, 들어주는 이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 아무리 특별한 것을 준비했다 한들 받을 이가 없으면 특별함은 없는 것과 같다. 오늘, 그리고 내일과 모레에도 찾아줄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이 있다. 연주는 비로소 완성 되고, 노래는 선율로서 세상에 새겨진다.
그 뒤 그들은 천천히 무대에서 내려가고 마무리를 위해 올라온 사회자의 당일 폐막 멘트를 끝으로 키츠네가이 마츠리 첫 날의 공연은 막을 내리게 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아쉬움을 품고, 혹은 만족하고, 혹은 내일을 기대하며 돌아선다.
모두가 자리를 비우고 조명도 하나 뿐인 가설 무대. 그렇게 비어진 무대와 공간을 붉은 여우가면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는 소리나지 않는 스피커에 기대어 조용히, 그저 조용히, 바라만 보다가...
휙, 돌아섰다. 그대로 무대 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은빛 숨긴 붉은 머리칼도. 긴 하오리의 끝자락도.
관중들은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하며 돌아서려 할 때. 무대 위에 움직임이 일었다.
사람이고 오가고, 악기 배치들이 바뀐다. 앞서 있던 밴드의 멤버가 추가되는가 하면, 바이올린이며 잼베가 올라온다.
오늘 공연에 있었던 팀원들이 한명씩 모인 듯한 구성은 조금 특별한 마지막 곡이 남았음을 시사한다. 그 분위기에 돌아서려던 사람도 다시 무대를 본다. 분주히 움직이던 사람들은 어느새 각자의 자리를 잡고, 그 가운데 그 보컬은 여전히 마이크를 내린 채 서 있었다.
그 정적 속에서 조명이 살며시 바뀐다. 주변은 어둡게. 보컬에게는 환하게. 마치 이 장소에 그 보컬 한 명만 남은 것처럼. 그렇게 분위기가 조성되어서야, 보컬은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반주가 흘러나오며...
"...움츠러든 어깨를 따라서
다시 저물어가는 오늘의 끝
밤이 조용히 나를 안으면
무너져가는 날 잊어버릴 수 있어
색 바랜 오늘은 희망 위에 내일의 구름을 드리우고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어
그 날을 위한 연습인 것처럼..."
가장 진심이 담긴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질리지도 않고 나를 처방하는 만약이라는 말
항상 똑같은 매일은 내성이 되어
내일을 어지러이 무너뜨려
쓰라린 날에 쓰라린 나를 삼키지 못해
뱉어내고 싶었던 밤
의미도 없이 건넨 위선의 말,
추락을 향해 올라가는 날 만들어
그리운 날에 드리운 맘이
아름다웠던 날들을 덧칠할까 봐
잊어버릴게, 눈을 감고-"
단순히 한 밴드의 연주로만 이루어졌던 앞선 공연들과 달리, 마지막 곡은 모두가 함께하는 곡이었다. 조명은 오롯이 보컬 만을 비추고 있었지만 그 주변에서는 모두의 악기가 소리를 내고 화음이 울렸다.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것은 보컬 혼자이어도, 이 무대를 만드는 것은 혼자가 아니란 것처럼.
"흩어져 사라질 듯한 그댄 허무하고 애달픈 꽃망울
모질게 내린 눈물에 잠겨 피지 못하고 멈춰있지만
차디찬 철길 위에 놓여
나아갈 방향을 모를 뿐이야
내가 그댈 두 손에 그러모아
레일에 꽃 핀 내일을 비추게 해줘
메마른 꽃잎이 읽지 못한 오늘에 갈피를 꽂아서
더 이상 그댈 읽지 못하는
나는 그저 오늘의 끝에 매달릴 뿐
찬란한 날에 찬란한 그댈 차마 비추지 못하고
스러져갔던 낯
심장을 끄집어내 힘껏 소리쳐도
결말을 향해 추락하는 우리가 있어
그리운 날에 드리운 맘이
내일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잊지 않을게, 두 눈 감는 날까지-"
"La, la-la, la-la-la-la-la- "
반주 속 화음조차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노래한다. 더욱 깊고 깊은 선율을 퍼뜨린다. 악기는 어느 것 하나 허투로 소리 내지 않았으며, 화려하게 춤을 추던 보컬도 지금만큼은 단정히 선 모습이 절벽 끄트머리에 위태로이 핀 한 송이 꽃 같았다.
"피어나고 피어나도
시들어버리는 슬픔이란 꽃
짙어져만 가는 그대의 아픔이
마지막을 향해 꽃을 피워내고 있어
고마웠어, 미안했어,
양손에 가득 품은 꽃다발과
너를 떠 나 가 는 걸-"
그런 모습으로, 연주는, 노래는, 공연은, 오늘의 클라이막스를 맞는다.
"사실은 나도 있잖아, 살아가고 싶어
밀려드는 절망에 묻혀 사라지던
아픈 오늘과 두려운 내일
그 사이에 어느새 네가 들어왔어
쓰라린 날에 찬란한 네가
내게 살아있어줘서 그저 고맙다고
잊지 않을게-
영원히-"
보컬의 마지막 숨을 뱉어내는 듯한 노래가 끝을 맺었다. 그 선율의 여운을 길게 이끄는 반주마저도 끝이 나자, 무대에는 다시 균일하게 조명이 밝혀진다. 그리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관중을 향해 허리를 숙인다. 각자의 방식으로 예를 표한다.
오늘 이 자리를 찾아주셔서, 끝까지 공연을 보고, 듣고, 함께 해 주셔서, 그 모든 것에 감사를 표하는 인사다. 한 마디의 말도 없었지만 정갈하게 표하는 예는 오히려 관중으로 하여금 그들에게 의미를 부여했다고 느껴지게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어떤 노래도, 연주도, 들어주는 이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 아무리 특별한 것을 준비했다 한들 받을 이가 없으면 특별함은 없는 것과 같다. 오늘, 그리고 내일과 모레에도 찾아줄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이 있다. 연주는 비로소 완성 되고, 노래는 선율로서 세상에 새겨진다.
그 뒤 그들은 천천히 무대에서 내려가고 마무리를 위해 올라온 사회자의 당일 폐막 멘트를 끝으로 키츠네가이 마츠리 첫 날의 공연은 막을 내리게 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아쉬움을 품고, 혹은 만족하고, 혹은 내일을 기대하며 돌아선다.
모두가 자리를 비우고 조명도 하나 뿐인 가설 무대. 그렇게 비어진 무대와 공간을 붉은 여우가면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는 소리나지 않는 스피커에 기대어 조용히, 그저 조용히, 바라만 보다가...
휙, 돌아섰다. 그대로 무대 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은빛 숨긴 붉은 머리칼도. 긴 하오리의 끝자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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