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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쏟아지는 네온 불빛, 시끄러운 노랫소리, 무겁고 매캐한 공기, 낮이고 밤이고 인파로 북적이는 답답한 거리… 사토는 이 도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아득바득 살아가는 이유는, 친구 놈이 떠넘기고 간 수백의 빚 때문도, 무서운 사람들에게 책을 잡혔기 때문도 아니다. 단지 수개월 전, 사기 계약으로 빼앗겨버린 가라오케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밑바닥부터 기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라져 버린 조직의 정보를 찾는 것은 여느 때처럼 공이다. 흥신소에 드나드는 것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남은 자금이라곤 현금 삼만 엔이 전부라, 다음 달 대출 이자와 월세를 내기에도 턱없이 모자라다. 돈을 벌어야 한다. 당장 내일부터. 아니, 일단 오늘은 마시고, 모레부터…
주택가의 어느 술집. 아담하고 조용한 이자카야는 사토가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장소다. 환락가의 주점처럼 야릇한 냄새가 나지도 않고, 질 나쁜 사람들과 부딪힐 일도 없다. 지친 하루의 끝에, 지극히 소시민적이고 낭만 가득한 그곳에서, 사토는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이자카야지만, 주인장이 즉석에서 튀겨주는 감자 고로케가 일품이라. 병맥주와 함께 그것을 두 접시째 비워내던 참이다.
점원을 부른 것은 사토였지만, 주문은 그녀가 먼저였다. 사토는 추가 주문을 하려던 것도 잊고서 방금 옆자리에 착석한 보라색 머리의 여성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이런저런 일로 종종 환락가에 드나들게 되어 예쁘다 하는 여성을 수도 없이 보았으나, 이런 사람은 처음이다. 첫눈에 반했다와 같은 감정이 아니라, 그저 예쁘다는 동사로 머리통을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다. 주문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어놓으니 이상하게 목이 타는 듯해서, 반쯤 남은 맥주를 단숨에 비워내곤 담배가 고프다는 명분으로 뒤이어 가게를 나섰다.
딱히 그녀에게 말을 붙이거나 추근댈 생각은 없었다. 단지 기름이 다 된 싸구려 라이터가 제구실을 못 했기 때문이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희뿌연 연기가 흘러나는 골목으로 향했다. 이럴 땐 머쓱하게 웃어야 할지 무표정이어야 할지, 반말해야 할지 존댓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기에, 제가 무슨 표정인 줄도 모른 채, 앞에 있는 여성에게 손에 든 연초부터 쑥 내밀어 보였다.
"라이터, 안 됨."
그래. '저기요, 불 좀…' 보단 낫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