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으으읏, 얼굴에 띄운 미소가 채운 공백이 길게. ...말을... 안 하나? 눈만 끔뻑거리던 얼굴에 의문 슬며시 떠오르기 시작할 때 즘에서야 인사를 받았다. 아, 아니구나! 이 쪽도 덩달아 방긋, 그냥 말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타입인가 보다, 지 좋을 대로 지레짐작.
"...노예?"
엥? 묘한 말투다. 암만 돌대가리래도 그런 것 정도는 대번에 안다. 다시금 싱그으읏, 웃는 얼굴은... 수상한가? 간만에 요원 레이더(...라고 스스로 칭하고 있지만 그냥 성공률 현저히 낮은 구린 감이다, 아직까지는)에 점멸하는 희미한 빛? 이번엔 한동안 이 쪽에서 말이 없다. 두 눈 가늘게 뜨고 웃는 얼굴 찬찬히 뜯어보다가 자색 홍채랑 마주쳤나 싶으면,
"너 외국인이야?"
다음에 오는 것은 대번에 환해진 얼굴이다. 호기심, 놀람, 신기함, 조금의 기대감? 아무래도 본의 컨셉은 완벽하게 먹혀들어간 모양이다. 이토록 속이기 쉬운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검은 눈 반짝, 아예 몸마저도 본 쪽으로 확 틀어버렸다. 이미 요원 레이더니 어쩌구니 안중에도 없다. 암, 우리말에 서투른 외국인이라면 노예랑 친구 정도는 헷갈릴 수 있는 법이다! 스스로도 모를 만큼 빠르게 진행된 납득.
"와- 어쩐지. 뭔가 느낌이 희한하더라. 어쩌다 우리 학교까지 왔대?"
또 다시 터진 입 나불나불나불, 뭔가 더 덧붙이려다가 퍼뜩! 한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이럴 수가, 내가 이렇게 복잡하게 말하면... 친구가 못 알아들을 수도 있잖아? 쓸 데 없는 배려심이 띵 발동해선.
"유... 유.. 굿."
엄지 척.
"와이.. 유..... 유.. 히얼? 낫 유어 컨트리?"
분명 요원 시험 중에 외국어 과목이 있었을 터인데.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