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8> [ALL/연애/청춘물] 내 옆자리의 신 님 4U :: 87번째 이야기 (1001)
◆zQ2YWEYFs.
2025년 4월 4일 (금) 오전 12:58:08 - 2025년 4월 8일 (화) 오후 05:25:25
2025년 4월 4일 (금) 오전 12:58:08
*본 스레는 참치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의도적으로 특정 누군가를 따돌리거나 소외시키지 않도록 노력합시다. 누군가가 들어오면 반드시 인사를 해주세요.

*연애물 성격이 있는 만큼, 웹박수를 통해 오너입 익명 앓이, 캐릭터에게 줄 익명 선물을 보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토요일이 되는 0시에 공개됩니다.
익명 앓이의 경우는 머릿말로 [앓이], 익명 선물의 경우는 [선물]을 달아주세요.

*연플을 노리는 등의 이유로 특정한 누군가하고만 놀지 말고 골고루, 다양하게 노는 것을 권장합니다.

*기본적으로 참치 상황극판 규칙을 지키면서 재밌게 놀면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본 스레는 기본적으로 15세 이용가입니다.

*성적 수위는 키스까지이며 그 수준을 넘어서는 직,간접적 드립이나 발언을 일체 강력하게 금지합니다. 적발시 시트가 내려가게 됩니다.

위키 - https://bit.ly/3BVugbj

웹박수 - http://bit.ly/3VYoyfO

시트 스레 - https://bbs2.tunaground.net/trace/situplay/105

선관&임시 스레 - https://bbs2.tunaground.net/trace/situplay/103

키츠네가이 마츠리 관련 소원 빌기 - situplay>2749>47
2025년 4월 7일 (월) 오후 10:31:55
한 곡, 두 곡, 준비한 곡들이 지나갈 때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서서히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예정되었던 끝의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보컬은 돌연 마이크를 내렸다. 마치 공연은 여기까지인 것처럼.

관중들은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하며 돌아서려 할 때. 무대 위에 움직임이 일었다.

사람이고 오가고, 악기 배치들이 바뀐다. 앞서 있던 밴드의 멤버가 추가되는가 하면, 바이올린이며 잼베가 올라온다.

오늘 공연에 있었던 팀원들이 한명씩 모인 듯한 구성은 조금 특별한 마지막 곡이 남았음을 시사한다. 그 분위기에 돌아서려던 사람도 다시 무대를 본다. 분주히 움직이던 사람들은 어느새 각자의 자리를 잡고, 그 가운데 그 보컬은 여전히 마이크를 내린 채 서 있었다.

그 정적 속에서 조명이 살며시 바뀐다. 주변은 어둡게. 보컬에게는 환하게. 마치 이 장소에 그 보컬 한 명만 남은 것처럼. 그렇게 분위기가 조성되어서야, 보컬은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반주가 흘러나오며...




"...움츠러든 어깨를 따라서
다시 저물어가는 오늘의 끝
밤이 조용히 나를 안으면
무너져가는 날 잊어버릴 수 있어

색 바랜 오늘은 희망 위에 내일의 구름을 드리우고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어
그 날을 위한 연습인 것처럼..."


가장 진심이 담긴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질리지도 않고 나를 처방하는 만약이라는 말
항상 똑같은 매일은 내성이 되어
내일을 어지러이 무너뜨려

쓰라린 날에 쓰라린 나를 삼키지 못해
뱉어내고 싶었던 밤
의미도 없이 건넨 위선의 말,
추락을 향해 올라가는 날 만들어
그리운 날에 드리운 맘이
아름다웠던 날들을 덧칠할까 봐
잊어버릴게, 눈을 감고-"


단순히 한 밴드의 연주로만 이루어졌던 앞선 공연들과 달리, 마지막 곡은 모두가 함께하는 곡이었다. 조명은 오롯이 보컬 만을 비추고 있었지만 그 주변에서는 모두의 악기가 소리를 내고 화음이 울렸다.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것은 보컬 혼자이어도, 이 무대를 만드는 것은 혼자가 아니란 것처럼.

"흩어져 사라질 듯한 그댄 허무하고 애달픈 꽃망울
모질게 내린 눈물에 잠겨 피지 못하고 멈춰있지만
차디찬 철길 위에 놓여
나아갈 방향을 모를 뿐이야
내가 그댈 두 손에 그러모아
레일에 꽃 핀 내일을 비추게 해줘

메마른 꽃잎이 읽지 못한 오늘에 갈피를 꽂아서
더 이상 그댈 읽지 못하는
나는 그저 오늘의 끝에 매달릴 뿐

찬란한 날에 찬란한 그댈 차마 비추지 못하고
스러져갔던 낯
심장을 끄집어내 힘껏 소리쳐도
결말을 향해 추락하는 우리가 있어
그리운 날에 드리운 맘이
내일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잊지 않을게, 두 눈 감는 날까지-"


"La, la-la, la-la-la-la-la- "

반주 속 화음조차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노래한다. 더욱 깊고 깊은 선율을 퍼뜨린다. 악기는 어느 것 하나 허투로 소리 내지 않았으며, 화려하게 춤을 추던 보컬도 지금만큼은 단정히 선 모습이 절벽 끄트머리에 위태로이 핀 한 송이 꽃 같았다.

"피어나고 피어나도
시들어버리는 슬픔이란 꽃

짙어져만 가는 그대의 아픔이
마지막을 향해 꽃을 피워내고 있어

고마웠어, 미안했어,
양손에 가득 품은 꽃다발과

너를 떠 나 가 는 걸-"


그런 모습으로, 연주는, 노래는, 공연은, 오늘의 클라이막스를 맞는다.

"사실은 나도 있잖아, 살아가고 싶어

밀려드는 절망에 묻혀 사라지던

아픈 오늘과 두려운 내일

그 사이에 어느새 네가 들어왔어

쓰라린 날에 찬란한 네가

내게 살아있어줘서 그저 고맙다고

잊지 않을게-

영원히-"


보컬의 마지막 숨을 뱉어내는 듯한 노래가 끝을 맺었다. 그 선율의 여운을 길게 이끄는 반주마저도 끝이 나자, 무대에는 다시 균일하게 조명이 밝혀진다. 그리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관중을 향해 허리를 숙인다. 각자의 방식으로 예를 표한다.

오늘 이 자리를 찾아주셔서, 끝까지 공연을 보고, 듣고, 함께 해 주셔서, 그 모든 것에 감사를 표하는 인사다. 한 마디의 말도 없었지만 정갈하게 표하는 예는 오히려 관중으로 하여금 그들에게 의미를 부여했다고 느껴지게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어떤 노래도, 연주도, 들어주는 이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 아무리 특별한 것을 준비했다 한들 받을 이가 없으면 특별함은 없는 것과 같다. 오늘, 그리고 내일과 모레에도 찾아줄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이 있다. 연주는 비로소 완성 되고, 노래는 선율로서 세상에 새겨진다.

그 뒤 그들은 천천히 무대에서 내려가고 마무리를 위해 올라온 사회자의 당일 폐막 멘트를 끝으로 키츠네가이 마츠리 첫 날의 공연은 막을 내리게 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아쉬움을 품고, 혹은 만족하고, 혹은 내일을 기대하며 돌아선다.

모두가 자리를 비우고 조명도 하나 뿐인 가설 무대. 그렇게 비어진 무대와 공간을 붉은 여우가면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는 소리나지 않는 스피커에 기대어 조용히, 그저 조용히, 바라만 보다가...

휙, 돌아섰다. 그대로 무대 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은빛 숨긴 붉은 머리칼도. 긴 하오리의 끝자락도.

이 주제글은 죽었어! 더는 없어!
상황극판 : [ALL/연애/청춘물] 내 옆자리의 신 님 4U :: 87번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