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아주머니에게는 적당히 웃음 띤 낯으로 고개를 저어 보이고, 눈이 마주친 웨이터 청년에게는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일련의 과정이 하도 자연스러워 그저 하루 일과를 마치고선 주점으로 향하는 청년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대학생 시절에도 몇 번인가는 그렇게 했던 기억이 있었다. 내가 술을 마시러 갔던 거리는 이렇게 왁자하지도 않았고 네온으로 찬란하지도 않았지만.
치에는 뒷목을 문질렀다. ...방금은 너무 치기 어린 선택을 해 버린 걸까, 문득 고민이 됐다. 막말로, 나는 방금... 근로계약서도 사회보험도 없이 소규모 사업장에 냅다 취업한 것 아냐?
...
이제는 생각해봤자 의미 없는 일이지, 암. 치에는 곧 왁자한 선술집 문 앞에 당도했다. '히라타의 밤'. 히라타라는 건 어떤 지명이나 인명인 걸까.
치에는 망설이지 않고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왕 온 김에 뭐라도 좀 먹을까. 그 편이 자연스럽게 보일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