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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다의 설득, 그 사이 묘한 압박, 거리의 소음, 커져가는 위화감... 사이에서 치에가 곰곰이 반추하는 것은 한 가지 뿐이었다.
이름을 알린 적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정말로.
...와, 진짜 눈 뜨고 코 베일 뻔 했잖아!
"아이, 겁먹다니요... 겁먹지 않았습니다, 사와다 선생님. 그냥, 이런 일을 맡기실 거라고는 예상치 못해서요. 저는 물론 선생님과 좋은 관계로 남고 싶지마는요..."
이 남자는 치에를 알았지만 치에는 이 남자를 몰랐다. 남자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에게 접근하였으나 그는 그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치에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한정적이었다.
"자꾸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하지만, 딱 두 가지만 더 여쭐게요."
치에는 받아들었던 봉투를 조심히 벤치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최소한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벤치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내내 웃는 상으로 접혀 있던 눈이 뜨여지고, 치에는 양손을 몸 앞에 두었다. 싱글거리던 낯이 예의바르게 입만 웃는 것으로 바뀌었다.
"제 이름을 어떻게 알고 계세요? 저는... 아무 말씀도 드린 적이 없는데."
이럴 때 믿을 건 배짱 뿐이지.
치에는 결국 직구를 던지기로 했다.
"키요하라조에서 오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