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느와르/육성/스토리] 당신의 꿈은 그림자에 먹혔는가? [제 1부 - 핏빛 왕관] 제 1장 (406)

캡틴
2025-01-07 11:48:59 - 2025-01-11 17:32:34
    • 0캡틴 (PA1KOFuIDq)2025-01-07 11:48:59
      ※ '당신의 꿈은 그림자에 먹혔는가?'의 본 어장입니다.

      ※ 15세 이용가입니다.

      ※ 이 어장의 기본은 개인진행이며 캡틴이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이 고정적이지는 않습니다. 단체진행이 필요할 때는 미리 날짜와 시간을 공지해두겠습니다.

      ※ 데플 있습니다.

      ※ 참여해주신 분들과 관전해주신 분들에게 모두 감사드립니다.

      시트어장 : https://bbs2.tunaground.net/trace/situplay/39/recent

      기록어장 : https://bbs2.tunaground.net/trace/situplay/40/recent
        • 302모네 - 무카이 (WbHDCmtycG)2025-01-10 14:38:57
          신카마초에는 오는 손님만큼 가는 손님도 많다. 후줄근한 사람도 멋들어진 사람도 오기 마련. 살갑게 인사를 건네면 받아주는 사람도 있고, 용건만 던지는 사람도 있고. 하여간에 고객들은 참 다양하다.

          쉬는 시간에 커피 세 숟가락, 설탕 네 숟가락의 커피를 텀블러에 타오고, 금방 교대한다. 닫아뒀던 창구를 열고, 아크릴 너머로 잘 들리기 위한 헤드폰까지 착용하면 오후 근무의 준비는 끝. 아참참, 등받이에 걸어뒀던 하트 담요도 잊지 않고 덮어주기. 부들부들한 털크록스도 신고 발가락을 꼼질거렸다.

          정말 추운 날이야, 이런 날에도 오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걸까. 생각하며 뜨끈한 커피를 홀짝. 텀블러를 열어둔 채로 옆에 내려놓고는 목소리를 높인다. "빨간 자켓 입으신 분 이쪽으로 오세요~" 하고.

          -그래서 신칸센이 여길 다니지 않는단 말이야?
          "네에, 말씀하신 건 신칸 츄오선인데 그건 시나가와역에 있어서요.
          -그럼 어쩌란 말이야?
          "어디로 가세요?"
          -난바.
          "언제까지 가시나요?"
          -7시 반까진 가야돼.
          "그러면요, 이거 보세요? 여기서 다음 번 도카이도를 타시구 여기까지 가시면요, 15시 43분이라고 되어있지요? 그리고 여기서 미도스지선을..."

          매표 대신 안내나 해버렸다. 빨간 자켓을 입은 괴팍한 할아버님은 처음에는 안된다는 말을 듣고는 오만상을 찌푸리셨지만 이내 할머니를 오래 봉양한 모네의 넉살과 살뜰한 안내에 마음이 풀어지고 만다. 아참! 이거 드시면서 가세요 할아버지. 길 잃지 마시구요! 레몬맛 사탕을 하나 손에 쥐어드리면 웃는 얼굴로 가신다. 그렇게 한 분을 보내고 나서, 보여드렸던 종이 노선도와 시간표를 다시 책상위에 널브러뜨리고 일단 한숨 돌리며 커피를 다시 호록.

          "다음 분~?"

          텀블러를 내려놓으며 다시 영업미소를 장착! 하지만, 도짓코 기질이 어디 안 가지. 텀블러가 쓰러지며 노선도를 적시고 키보드까지 번져간다.

          "꺗!!!!!!!! 우아악! 어떡해애~ 자, 잠깐만요? 시 신경쓰지마시구잠시만요!"

          이런 실수는 익숙한지 모네는 텀블러부터 들어올리고, 서랍에서 물티슈를 벅벅 꺼내 이곳저곳을 팍팍팍 찍어 닦는다. 키보드도 대충 슥삭 닦고 내려놓고선, 5초만에 아무 일도 없단 듯이 시치미를 뗀다. 전혀 통하지 않는 시치미지만.

          "......기다리셨죠, 그으, 어떤 용무로 오셨을까요?"
            • 309모네 - 무카이 (WbHDCmtycG)2025-01-10 15:08:46
              >>306 무카이

              "아... 그, 그래주신다면 정말 감사하죠...! 10초만 더 주세요...!"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물티슈를 하나 더 꺼내어 키보드 아래도, 텀블러 바닥도, 책상 끝에 맺혔다가 떨어져 담요 위를 굴러다니는 커피방울들도 닦아낸다. 책상 아래로 언뜻 보이는 담요는 그런 얼룩이 많아서, 관찰력이 좋다면 '자주 이러는구나'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청소하는 데에 10초가 넘어버린 것도 합해 모네는 여러모로 허술한 타입이라고 유추해내는 것도 어렵잖았다.

              "키보드는 걱정하지 마세요! 자주 이랬는데 고장 안 났거든요! 안으로 들어간 것두 아니라서 괜찮을 거예요."

              학생치고는 성숙한 외모라고 모네는 느꼈다. 앉은 상태에서 눈을 맞추려면(상대는 보이지 않겠지만) 모네가 한참 고개를 들어올려야 했으므로 평균 이상의 신장이라는 것도 무의식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아무 생각이 없어 느낌은 느낌으로 남은 채, 어떤 판단이 들어가지 않은 낌새로 여전히 살갑게 말을 건넬 뿐이다.

              "자! 이제 준비 끝이에요! 뭐든 물어보시라구요!"
                • 323모네 - 무카이 (WbHDCmtycG)2025-01-10 15:55:36
                  >>314 무카이

                  "이히히...☺️"

                  무카이가 웃으면 모네도 따라 웃는다. 멋쩍은 류의 웃음은 아니었다. 어린이들이 엄마가 웃으면 따라 웃어버리는, 그런 류에 가까웠다.

                  "요코하마네요, 요코하마는 간단해요! 여기서 쇼난신주쿠선을 타면... 아, 아아..."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모네. 스스로가 실수하지 않을 정도로 간단한 노선이다. 환승할 것도 없이 쭉 타면 되는 간편한 노선. 그러나 말끝을 흐리게 만든 건 어떤 사고 때문이었다. 일본 전차에는 흔한 일.

                  "근데 지금 쇼난은 투신사고가 생겨서... 으음, 어쩐담."

                  그리고는 커피에 젖었던 노선표를 보더니 사이쿄선을 환승해 가는 루트를 알려주었다. 원래보다는 25분 정도 더 걸릴 것이라 덧붙이며.

                  "치우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좀 쉬다가 쇼난을 타세요! 다른 루트랑 다르게 직행이구 무엇보다 빠르거든요. 시나가와에서 환승하려면 좀 복잡할 거예요. 패스모는... 없으시죠? 왕복권으로 끊어드릴까요?"

                  라고 권유한 탓이었다. 안 그래도 코와 귀가 새빨갛던 학생을 제법 추운 역에 기다리게 만든 것은.

                  [지금부터 츄오-소부 완행선의 탑승이 가능합니다. 다시 한 번 안내드립니다. 지금부터 츄오-소부 완행선의...]

                  겨우 5분 동안이었지만. 작은 혼동으로 인해 또 실수를 저질러버렸다. 새파랗게 질려버린 모네는 아우, 아와, 어, 어떡하지이 하며 고민하다, 결국 털크록스를 신은 채 카운터에서 나와, 자판기에서 따듯한 밀크티를 하나 사서 무카이에게 내밀었다.

                  "그, 그, 그, 그게 말이죠... 으으... 😰"
                  "제가 아까 잘못 알려드려가지구요, 사고가 쇼난이 아니라 다른데였는데 제가 헷갈려갖구... 그래서 진짜, 지인짜 미안해서 이거라두 드리고 싶었어요..."
                  "받아주실래요...?"
                    • 397모네 - 무카이 (Jmj4uNrTp6)2025-01-11 15:34:43
                      >>349 무카이

                      "😮 헥 . . . ?"

                      모네의 감겼던 눈이 크게 뜨인다. 먀, 먀마앗 이 이거 대쉬인 건가아하는 괘씸한 생각이 순간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이런 바보같은 생각에 조금만 더 몰두했더라면 모네는 분명 바보같은 대답을 해서 오랜 창핏거리를 얻었을 거다. 그런 생각을 머리에서 몰아내듯 허공에 바쁘게 손을 휘젓고, 꼬옥 쥐어보기도 하다가 결국 말한다.

                      "뭇, 어, 아, 그게. 아, 안될 건 없... 어... 요오......"

                      상대는 대충 봐도 훤칠한 청년. 좋게 봐준 게 기쁘지 않은 건 아니다. 갑작스러울 뿐.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 오히려 전혀 거리낌 없는 모네에게는 안 받는 게 이상한 일. 하지만 이렇게까지 의식하는 건 분명 그의 엄마를 닮은 외모 탓이다.

                      "그으럼 이게 제 라인... 인데요... 앗아우우리이럴때가아니에요!빨리추가하고일단와봐요! 빨리!"

                      무카이가 QR코드를 찍자마자 그의 손목을 잡고 삭삭삭 크록스로 바닥을 쓸어가며 도착한 곳은 어느 기계 앞. 모네가 멋대로 버튼을 꾹꾹 누르자 카드 한 장이 툭 떨어진다. 희고 분홍색인 카드는 모네의 크록스 색과 꼭 같다. 이걸 무카이의 눈앞에 보여주면서, 모네는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말이죠, PASMO란 건데 말이에요. 이것만 있으면 간토 야마나시 시즈오카 나가노 아무튼 도쿄 근처에서는 다~ 쓸 수 있어요! 이거는 돈을 충전해서 쓰는 건데요, 어떻게 쓰는 거냐면,"

                      카드를 여기다 올려놓고 버튼을 누르고 원하는 금액을 누른 후, 돈을 넣으면 된다는 말까지. 무카이의 PASMO에 5백엔 두개가 충전됐다.

                      "아까 기다리게 한 거에 대한... 그, 고마움의 표시랄까 그런 거예요! 오늘은 제가 발급해준 표를 쓰구, 다음에는 이 카드를 써서 와보세요!"

                      모네는 머리가 밝진 못했지만 타고난 눈치로 낌새를 잘 살폈다. 도쿄 서남권에서 요코하마라는 간단한 길을 매표원에게 물어야 할 정도로 무카이가 교통사정에 밝지 않음도, 그러므로 파스모 한 장도 없을 것임도 알아서 왕복권을 끊어줬다. 거기에서 어떠한 부정도 있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것은 확신을 가지고 베푸는 성의였다. 사비가 좀 깨졌지만.

                      어쩌면 당시의 무카이에게 상당히 필요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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