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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원의, 거울 같은 얼굴은 마냥 맑다. 자신감 넘치게 설명하는 말투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나, 투신사고의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조금 떨린다. 투신사고라서, 가 아니라, 사고가 있어서, 그러니까, 제 갈 길에 문제가 있어서, 였다.
"환승이요....."
매표원과는 정반대로 자신감이 영 없는 투다. 사실, 어린 무카이는 홀로 도시 밖으로 나가본 일이 그다지 없다.
- 드라이브야, 드라이브!!
라며, 어머니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랑스러운 여인 몇이 가족 드라이브 하듯, 데려가는 것을 제외하면, 환승까지 경험할 일은 더더욱 적다. (그 때는 또, 그녀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라서 더 어린 무카이는 타자의 기분을 풀어주는 방법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곤 했다.)
"그럼 그렇게, 부탁드릴게요."
그래서 여기 서있는 것은, 자신감 없는, 취약한 상태의 무카이. 힘의 흐름을 소름끼칠 정도로 빠르게 파악하며, 남에게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보통 불안과 숨막힘을 동반하는데, 이상하게도 잘 닦인 거울 같은 매표원의 앞이라, 그것에는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그래도 환승하지 않고 기다리면 되니까, 다행이라며, 속으로 안심하고 제법 반듯하게 웃음 어린 인사를 한다. 순수한 안심감도 엿보였으리라. 역에서 추위를 조금이라도 피해 보려, 망부석 마냥 움직이지 않고서 열을 보존하고 있으면, 생각했던 쇼난이 아닌, 다른 철도 노선의 탑승 안내가 나온다. 거기까지는,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평소에도 시외로 가는 철도를 자주 타고 다니거나, 비슷한 일을 겪지 않았으니 아주 몰랐다, 고 하는 편이 맞겠다. 매표소에 있던 여인이, 따듯해 보이는 털크록스를 신고 나오는 것까지 보고서는, 밀크티가 먹고 싶었나 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쩐지 이미지에 어울리는 걸 먹네, 싶고, 쇼난이 오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면...... 혹시.....
"......아. 그럼 그 방송이...."
내밀어진 밀크티에 얼떨떨하던 무카이는 그제야 상황을 받아들인다. 미안해 하는 여인과 달리, 남학생은 덤덤하게, 빨갛게 된 손으로 밀크티를 받아들어서, 미안할 것도 없을 듯하다.
향긋한 홍차와 우유를 섞어, 데워 놓은 음료의 캔은 가만히 만지고 있으면 사람의 체온 같다.
"감사합니다...."
큰 키를 꾸벅 접어 인사를 하는 모양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받은 밀크티를, 곧바로 마시지 않고 핫팩처럼 매만지다가, 다시 입가를 가린 거추장스러운 목도리를 잡아 내리면, 여느 때보다 취약한 무카이가 거기에 있다.
"...라인, 물어봐도 괜찮나요."
그제사 한번 눈을 마주치고, 자신이 저지른 일의 결과를 회피하듯 아무것도 없는 곳에 시선을 내려앉힌다.
"..어쩐지 알고 지내고 싶어져서."
뺨과 귀가 붉은 건 추워서인지, 어째서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