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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소음에 완전히 감춰지지 못한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외려 귀에 또렷해, 예삿일이 아니라는 것쯤 사토도 눈치채고 있었다.
그는 수상한 꾸러미를 주운 것부터, 아니, 그 꾸러미를 가지고 옥신각신하던 남자들을 본 순간부터 무언가 위험한 일에 엮여버린 것이라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이 상황을 무사히 빠져나갈 궁리를 했다.
그러면서도 이 꾸러미엔 무언가 중요한 물건이 들어있는 것 같아서, 그냥 돌려준다고 해서 '네 감사합니다'하고 넘어갈 일이 아닐 것을 알아서 어떻게든 꾸러미를 빼돌려야겠단 생각까지 하고서는 편의점에 들어섰다.
그 짧은 순간에도 잔머리는 어찌나 빠르게 돌아가던지, 사토는 편의점 밖에선 보이지 않을 과자 코너로 들어가, 진열대에서 과자를 집는 척하며 어지간해선 팔리지 않는 민트파인애플 맛 과자 봉지 맨 뒤쪽에, 품에 있던 꾸러미를 쑤셔 넣었다.
이어서 그는 쇼케이스에서 캔맥주 하나를 꺼낸 뒤, 그 자리에서 단숨에 한 캔을 비워버렸고, 성큼성큼 카운터로 걸어가-그러는 중에도 수상한 사람은 없는지 주위를 살피며-다짜고짜 직원의 멱살을 잡고서 제 쪽으로 바짝 끌어당기며 큰소리를 쳤다.
"이 자식- 이런 곳에 숨어있으면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빌려 간 돈은 대체 언제 갚을 거냐고! 마침 잘됐네! 지금 가져가려니까, 당장 돈통 열지 못해?!"
선량한 직원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사토는 조금 과장된 몸짓과 억양으로, 카운터에 뛰어들 기세로, 잡은 직원의 멱살을 짤짤 흔들며 한바탕 소란을 일으키는 동안 직원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중얼거렸다.
경찰을 불러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