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이시이 린
린이 친구들과 뒷골목에서 만난 상황은 언제나와 같은 건들거림과 익숙함이 느껴진다.
린이 술잔을 요구하자마자, 나츠키가 귀찮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던져준다.
"야, 니 라이터 좀 사라. 왜 맨날 내 거 빌려?"
그러면서도 웃음기를 띠며 말을 던지는 나츠키는 이미 린의 이런 행동에 익숙해져 있는 듯하다.
다이키는 린의 심드렁한 태도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래도 요즘 저 놈들 이상한 냄새 나는 건 확실하다고. 특히 흑도연회 놈들... 렌 죽은 뒤로 뒤숭숭해. 돈이고 뭐고 다 박살 날 판이야."
린의 귀찮다는 태도에도 다이키는 나름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말했지만, 린은 여전히 술잔에만 관심이 가득하다. 다이키는 린의 관심이 어디로 쏠렸는지 알아채고, 빈 잔에 맥주를 따라서 건네준다.
그 순간, 저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낯익은 이 거리에서도 드물게 볼 법한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누군가가 소곤소곤 말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지만, 내용은 정확히 알아듣기 어렵다.
린의 친구들 중 하나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나지막이 말한다.
"야, 저거 뭐냐? 뭔가 일이 터진 거 같은데."
>>67 요시다 치에
요시다가 쪽지를 열어 확인하는 순간, 사와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적어도 넌 담력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 하지만 말야, 치에...”
사와다는 가벼운 웃음소리를 섞어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놓고 쪽지를 열어보는 건 배짱을 넘어선 만용일 수도 있어. 신카마초에서 이러다 목숨을 잃는 사람도 많거든.”
쪽지에는 그저 이름과 주소 같은 단순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사와다는 봉투를 열어서 털었고, 안에서는 검은 권총.이 나온다. 사와다는 요시다에게 권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총구에서 나온 하얀 비비탄이 요시다의 귀 옆을 지나간다.
예상했던 것처럼 불법적인 물건은 없었다.
“그래도 너, 마음에 든다. 내 일은 단순히 힘이 아니라, 이런 배짱이 필요하거든. 앞으로 좀 더 배워야겠지만, 네 성격이라면 정보수집에는 꽤나 적합할지도 모르겠어.”
사와다는 봉투를 다시 가져가며 말했다.
“이번 테스트는 통과. 하지만 앞으로는 무작정 움직이는 대신, 신중함도 배워라. 그래야 네가 앞으로 살아남을 기회가 더 많을 테니까. 자, 이제 내가 누구인지 대충 감이 잡히나? 그리고 나와 함께할 생각이 있나?"
"5000만엔, 키요하라 녀석들 경리나 해주면서 언제 갚으려고?"
>>70 사토 아키노리
사토 아키노리가 느긋하게 편의점으로 걸음을 옮기던 중, 어두운 거리 한복판에서 몇 명의 낯선 남자들이 서성거리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신경질적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고, 간간히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 중 한 명이 무언가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듯 보였고, 작은 꾸러미를 바닥에 내던졌다. 꾸러미는 부서지며 안에 든 내용물이 길가로 흩어졌다. 곧바로 그들은 그것을 황급히 주워 담으며 다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사토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장면에 머물렀다.
그중 한 남자가 갑작스레 사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동료들에게 무언가 속삭였다. 그러자 그룹 전체의 시선이 사토를 향했다.
멀리서도 그들의 긴장감이 느껴졌고, 그들은 곧 흩어져 각자 다른 방향으로 사라졌다.
사토가 신경을 끄고 길을 걸으려고 하거나, 혹은 주변을 살피려고 하던지 간에 그의 발치 근처에 작은 꾸러미 하나가 굴러와 멈췄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떨어뜨리고 수습하지 못한 물건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