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이시이 린
린이 익숙하게 발을 옮긴 뒷골목에는 그녀의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거리 한구석, 빈 맥주캔과 담배꽁초가 흩어진 곳에서 몇몇 친구들이 카드놀이를 하며 한껏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린! 너 오늘 한 판 할 거야? 아니면 또 구경만 할 거야?"
날카로운 웃음을 터뜨리며 누군가가 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돈 없으면 딴 거라도 내놓든가!"
다른 한쪽에서는 낡은 박스를 모아놓고 간이 테이블로 삼아 몇몇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린이 자주 보는 친구, 긴 머리를 질끈 묶은 '나츠키'였다. 그녀는 린을 보자마자 입에 물었던 담배를 비벼 끄며 소리쳤다.
"린! 드디어 나타났네. 너 그거 들었어? 토리사와 렌, 그 대단하신 양반이 죽었대. 신카마초가 난리나겠지? 근데 뭐, 우리 같은 놈들한테 뭔 상관이겠어."
그녀는 피식 웃으며 사케병을 털었다.
린이 대꾸할 틈도 없이, 근처에서 몸집이 큰 친구 '다이키'가 불쑥 끼어들었다.
"아니, 그래도 그 정도 거물이 죽었으면 뭐 하나 떨어지겠지. 우리도 좀 덕 볼 일이 없을까? 야, 린, 네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알잖아. 뭔가 좋은 거 없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