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무로 아키라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신카마초의 네온 불빛으로 향했다. 거리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뒤엉켜 있었다. 토리사와 미나토를 구해낸 행위가 과연 옳았는지, 아니면 새로운 위협을 불러온 것인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길모퉁이를 돌자 그 앞에 익숙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동경주점'. 예전에도 몇 번 들른 적 있는 작은 이자카야였다. 특별히 고급스럽지도, 특별히 허름하지도 않은 그곳은 지금 히무로에게 딱 알맞아 보였다.
이자카야 안은 적당히 시끌벅적했다. 몇몇 손님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하고 있었고, 바 테이블에 앉은 몇몇은 조용히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히무로가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이봐."
누군가의 히무로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그의 검은 양복에는 '黑道'라고 적힌 은색 뱃지가 히무로의 눈에 들어왔다.
흑도연회였다.
"앉아. 술은 내가 사지."
남성은 히무로의 옆에 앉고, 그를 보며 말했다.
"너가 무슨 일을 했는지 나는 알아. 많이 심란해보이군. 하지만 조금이라도 걱정을 덜어줄까 해. 내 얘기를 잠시 들어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