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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켓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은 채, 손 안에 만져지는 몇백엔 남짓 되는 동전을 만지작댄다. 오늘도 어김없이 넷 카페에서 숙박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을 걱정하던 차에, 우연히 몇번 들어본 기억이 있는 이름이 전광판에서 울려퍼지는 것을 보고 올려다본다.
토리사와 렌. 흑도연회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끌었던, 그야말로 암흑계의 거물. 폭대과에서도 저런 놈의 입을 닥치게 만드는 것 보단 우리 쪽의 먹이로 배를 불려두는게 안전할것이라는 의견이 나돌곤 했던걸로 기억이 난다. 물론 나는 받아들이기 힘든 소리였지만... 지금은 어떨까.
어찌되었든, 그런 그가 죽었다고 한다. 거물 야쿠자의 죽음은 드래곤 퀘스트에서 마왕을 쓰러트린 것 마냥 세상의 평화를 가져다주는게 아니라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오히려 그 반대곤 했으니까.
"...한동안 시끄러워지겠군."
짐승의 덩치가 클 수록, 시체에는 더 많은 구더기가 꼬이기 마련이다. 곧 흑도연회의 파이를 잡아먹으려는 놈들, 혹은 그 흑도연회를 통채로 삼키려 하고 또 그걸 자신이 빼앗아 먹으려는 놈들... 그런 놈들이 곧 이 거리에서 설쳐대겠지. 좋지 않다. 어느 쪽이든.
TV 화면에서 눈을 돌리고 아스팔트 타일 바닥 위를 걷는다. 신카마쵸란 시궁창 밑바닥을 헤엄치며, 뭐라도 주워먹을게 없는지 살피듯이 바닥만 바라보며.
"...배가 고파졌으니, 규동 가게라도 가볼까."
발걸음을 옮긴다. 정처없는 발걸음에서 그나마 단기적인 갈 곳은 생겼다 정도의 차이밖에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