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는 가벼운 웃음으로 바텐더에게 인사를 대신하고 능숙하게 잔을 들어 차가운 얼음과 미지근한 브랜디의 마찰을 위해 한 바퀴 두 바퀴 잔을 빙글거렸다. 달그락 소리가 나쁘지 않다. 모두들 값진 옷을 입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은퇴해 버린 악당의 파장이 크긴 한 듯 대부분이 부산스럽다.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곳에서 이방인이나 다름 없는 유사는 정보가 몹시도 부족하니.
눈에 띄지 않는 선에서 무던하게 주위를 훑었을 때 도움이 될 만해 보이는 테이블이 두 개. 한 쪽은 소란스러웠고 한 쪽은 소근거리기 바빴다. 당장 직관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것은 시끄러운 쪽이겠다. 유사는 브랜디를 입에 머금고 혀를 굴리다 목구멍으로 넘겼다. 밤은 길고 급할 건 없으니 느긋하게 마시자고.
유사는 진지한 분위기의 테이블 근처로 잔을 들고 고상하게 걸어가 근방에 가장 화려한 장식을 감상하는 척 태연하게 귀를 기울였다. 이런 고급진 라운지에서 외로워보이는 여자 하나 서성거린다 한들 누가 신경쓰겠나. 그러니 이 번잡한 공간 속 얼굴과 머리가 똑같이 청순해 보이는 저를 신경 쓸 정도로 별 거 없는 대화일까, ..아니면 저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는 긴박하고 은밀한 대화일까. 유사는 흥미로운 얼굴로 고개를 기울이며 장식을 감상한다. 차가운 브랜디가 흐르는 목구멍이 뜨겁다. 노랫소리가 인간들 사이 빈 공간을 메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