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에서 마주 본 그 얄쌍한 얼굴은, 한 성깔 하겠구나 싶은 얼굴이었다. 꽃잎 같은 머리카락 아래 날 선 얼굴이라. 들판에 핀 장미 같다. 함부로 꺾으려 들었다간 닿은 손을 무자비하게 찢어버릴 것 같은. 그러니 무례하게 구는 류화를 금방이라도 떨쳐버릴 것 같았는데.
"킥킥."
이상하다. 안 그러네. 미간을 저렇게나 찡그리고선, 나온 소리라곤 작게 질색하는 것 같은 소리가 전부다. 말을 다 듣고도 겨우 손 떨쳐내는게 전부였다. 류화는 여전히 얄미운 소리로 웃으며 저지당한 손을 거뒀다. 그 손 합쳐서 턱 괴고는 아까의 생각을 다시금 반복했다.
진짜 별난 놈이네.
아무튼간에 류화가 제시한 조건은 너무 좋은 조건임에는 분명했다. 세상에 빚을 거저 까주는 건 물론이고 간단한 일만 더 해주면 추가 수당까지 얹어주겠다니. 너무 좋은 조건은 의심부터 해봐야 하겠지만 해운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곧장 수락했다. 그만큼 간절한건지, 아님 이런 건 고민도 하지 않을 만한 삶을 살았던건지...
...아, 아니다. 류화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뚝 잘라냈다. 고작해야 6개월이면 안 볼 사람이다. 깊게 생각할 필요 따윈 없다. 어쨌거나 제안을 수락했으니 된 거다. 생각을 마친 류화는 두 팔을 번쩍 들고 몸을 뒤로 제껴 소파에 다시 팍 늘어졌다. 무방비한 몸짓만큼 풀린 얼굴에 나태함이 스르륵 내려앉는다. 잘 만든 가면처럼.
"오케이! 그럼 거래 성립인 걸로~ 계약서는 따로 안 쓸래~ 귀찮아~"
엎드려 팔다리를 파닥거리며 귀찮아를 연발한다. 그러다 생각난 듯이 수건을 끌어다 머리를 두어번 북북 문지르고, 또 축 늘어졌다가, 손만 까딱 들어서 닫힌 방문 하나를 가리키며 말한다. 현관과 가까운 방이었다.
"상주한댔으니까~ 방은 저기 쓰면 돼~ 빈 방이니까 필요한거 갖다 놓고 써~ 아, 혹시나지만 실내에선 금연이야~ 음주는 대환영이지만!"
냐하하! 경쾌한 웃음소리가 엉망인 머리카락 아래에서 톡 터진다. 그리고 다시 얌전해지나 싶더니, 머리가 홱 돌아 해운을 보았다. 연한 그늘을 드리워 짙어진 보라색 눈동자가 깜빡였다.
"그러고보니 여태 자기소개도 안 했네? 뭐 그런 상황이었으니까아."
늘어진 목소리 따라가듯 눈꼬리가 아래로 늘어지며 부드러운 곡선 그렸다. 둥글게 말려올라간 입꼬리가 잘 그려넣은 선 같다.
"나는 진류화. 올해 27살! 알다시피 센티넬이고 [사계]에서 일하는 중~ 너는? 편하게 반말해도 돼~"
늦어도 한참 늦은 통성명을 청한 류화는 다시 손을 뻗었다. 아까 못 만진 머리카락을 다시 만지려고- 정확하게 머리카락을 향해 뻗는 손 뒤로 웃는 얼굴이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시선이 끊기지 않게 하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