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 1:1 / 센티넬버스 ] 아프지 않은 사랑은 없다 (19)

☾☼☽
2025-01-07 19:59:49 - 2025-01-10 18:59:50
    • 0☾☼☽ (VkzEAiIYo.)2025-01-07 19:59:49


      내게 상처 주게 허락 할 테니
      다시 걸어보게 해 줘, 사랑에
      난 이미 손 쓸 수 없게 돼 버렸지만

      멋대로 그대를 원하고 있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냐
      난 이미 사랑에 빠져 버렸지만


      •:•.•:•.•:•:•:•:•:•:•:•☾☼☽•:•.•:•.•:•:•:•:•:•:•:•

      >>1 연해운
      >>2 진류화
        • 4진류화 - 연해운 (WcHixpHoeW)2025-01-07 21:25:07
          가까이에서 마주 본 그 얄쌍한 얼굴은, 한 성깔 하겠구나 싶은 얼굴이었다. 꽃잎 같은 머리카락 아래 날 선 얼굴이라. 들판에 핀 장미 같다. 함부로 꺾으려 들었다간 닿은 손을 무자비하게 찢어버릴 것 같은. 그러니 무례하게 구는 류화를 금방이라도 떨쳐버릴 것 같았는데.

          "킥킥."

          이상하다. 안 그러네. 미간을 저렇게나 찡그리고선, 나온 소리라곤 작게 질색하는 것 같은 소리가 전부다. 말을 다 듣고도 겨우 손 떨쳐내는게 전부였다. 류화는 여전히 얄미운 소리로 웃으며 저지당한 손을 거뒀다. 그 손 합쳐서 턱 괴고는 아까의 생각을 다시금 반복했다.

          진짜 별난 놈이네.

          아무튼간에 류화가 제시한 조건은 너무 좋은 조건임에는 분명했다. 세상에 빚을 거저 까주는 건 물론이고 간단한 일만 더 해주면 추가 수당까지 얹어주겠다니. 너무 좋은 조건은 의심부터 해봐야 하겠지만 해운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곧장 수락했다. 그만큼 간절한건지, 아님 이런 건 고민도 하지 않을 만한 삶을 살았던건지...

          ...아, 아니다. 류화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뚝 잘라냈다. 고작해야 6개월이면 안 볼 사람이다. 깊게 생각할 필요 따윈 없다. 어쨌거나 제안을 수락했으니 된 거다. 생각을 마친 류화는 두 팔을 번쩍 들고 몸을 뒤로 제껴 소파에 다시 팍 늘어졌다. 무방비한 몸짓만큼 풀린 얼굴에 나태함이 스르륵 내려앉는다. 잘 만든 가면처럼.

          "오케이! 그럼 거래 성립인 걸로~ 계약서는 따로 안 쓸래~ 귀찮아~"

          엎드려 팔다리를 파닥거리며 귀찮아를 연발한다. 그러다 생각난 듯이 수건을 끌어다 머리를 두어번 북북 문지르고, 또 축 늘어졌다가, 손만 까딱 들어서 닫힌 방문 하나를 가리키며 말한다. 현관과 가까운 방이었다.

          "상주한댔으니까~ 방은 저기 쓰면 돼~ 빈 방이니까 필요한거 갖다 놓고 써~ 아, 혹시나지만 실내에선 금연이야~ 음주는 대환영이지만!"

          냐하하! 경쾌한 웃음소리가 엉망인 머리카락 아래에서 톡 터진다. 그리고 다시 얌전해지나 싶더니, 머리가 홱 돌아 해운을 보았다. 연한 그늘을 드리워 짙어진 보라색 눈동자가 깜빡였다.

          "그러고보니 여태 자기소개도 안 했네? 뭐 그런 상황이었으니까아."

          늘어진 목소리 따라가듯 눈꼬리가 아래로 늘어지며 부드러운 곡선 그렸다. 둥글게 말려올라간 입꼬리가 잘 그려넣은 선 같다.

          "나는 진류화. 올해 27살! 알다시피 센티넬이고 [사계]에서 일하는 중~ 너는? 편하게 반말해도 돼~"

          늦어도 한참 늦은 통성명을 청한 류화는 다시 손을 뻗었다. 아까 못 만진 머리카락을 다시 만지려고- 정확하게 머리카락을 향해 뻗는 손 뒤로 웃는 얼굴이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시선이 끊기지 않게 하려는 것처럼.
            • 16진류화 - 연해운 (UPIoHv.11u)2025-01-10 18:17:40
              증명할 수단이라곤 무엇도 없는 계약은 분명 언제 어떻게 끊겨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 것도 확신할 수 없는 현실에 류화가 단언할 수 있는 건 하나다. 일방적으로 끊어져도 찾지 않을 것이란 사실. 그것이 휴일임에도 누구 하나 불러주는 이 만나러 갈 이 없는 류화의 인생이었으니.

              "감사할 거 까지야~ 기브 앤 테이크인 걸~"

              각자의 속내 품은 기묘한 동거의 향방은 과연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흐흥."

              류화는 그저 덜컥 멈춘 해운의 머리를 마음껏 쓰다듬고 헤집을 뿐이다. 조금 후 거뒤지는 손 너머로 만족스러운 미소가 류화의 얼굴에 나른하게 걸려 있었을 것이다. 무엇이 진짜일지 모를 그 얼굴이 입술 사이로 해운의 이름을 읊었다.

              "연해운, 해운이라. 바다 같은 이름이네. 생긴 건 장미꽃을 닮았는데 말이지이."

              하긴 산호들도 색은 예쁘니까, 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다른 인적사항은 별로 관심 없는 듯, 방금 전까지 해운의 머리칼을 만지던 손을 살짝 들고 가볍게 쥐었다 피며 빤히 보던 류화였으나...

              "에. 청소 지금 하려구? 나 더 잘려고 했는데!"

              냅다 일어난 해운이 지금.을 말하며 청소할 낌새를 보이자 대번에 질색했다. 싫어엇 하고 소파 위에서 몇 차례 파닥거렸으나 곧 제풀에 지쳤는지 슥 일어났다. 아니, 능력으로 몸을 부웅 띄웠다. 누가 허리춤에 팔을 감아 들어올린 양 처량맞은 자세였다.

              "키힝... 내 오프..."

              그 상태로 둥실둥실 움직여 침실로 들어간다. 덜컹, 바스락바스락, 아이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류화는 샤워가운 대신 짧은 반바지에 집업 후리스 차림에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정수리를 문지르며 나왔다. 검은 가죽으로 된 사무용 가방을 소파에 던져놓고, 언제 꺼냈는지 모를 캔맥주 뭉치를 손에 들고 그 옆에 앉은 류화는 거실의 티비 전원을 키며 말했다.

              "꺼낼 건 다 꺼냈으니 이제 맘대로 해- 옷장 두번째 칸은 속옷이랑 뭐 그런 거 칸이니까 알아두고. 그 밖에 뭐 물어볼 거 있으면 물어 봐- 어디 안 가니까, 오늘은."

              치익, 칵! 말 마치기 무섭게 맥주캔을 열어 마시기 시작한 류화는, 큰 화면에서 나오는 게임방송을 보며 키득대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이 해운을 불렀다.

              "아, 맞다. 연해운! 너 폰번호 좀 찍어주라. X톡 연결해서 계좌도 미리 찍어놓고, 현관 비번 보내줄 테니까 읽고 지워."

              류화의 부름은 그것 뿐이었다. 그 뒤론 이런 저런 영상을 돌려보며 안주도 식사도 없이 깡술만 축이고, 그러다 취기가 오르면 소파에 엎드려 자고, 깨면 새 술을 가져다 마시고...

              그 날, 해운이 청소를 하는 내내 볼 수 있었던 모습은 그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늦은 밤에서야 비척비척 걸어 잠자리에 엎어지는 것까지 봤을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걸로 첫날 마무리! 와! 첫일상 수고했어 해운주!!!
              ChamchiJS 0.1.0
              Developed by 참치라이더 from 참치 인터넷 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