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느와르/육성/스토리] 당신의 꿈은 그림자에 먹혔는가? [제 1부 - 핏빛 왕관] 제 1장 (406)

캡틴
2025-01-07 11:48:59 - 2025-01-11 17:32:34
    • 0캡틴 (PA1KOFuIDq)2025-01-07 11:48:59
      ※ '당신의 꿈은 그림자에 먹혔는가?'의 본 어장입니다.

      ※ 15세 이용가입니다.

      ※ 이 어장의 기본은 개인진행이며 캡틴이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이 고정적이지는 않습니다. 단체진행이 필요할 때는 미리 날짜와 시간을 공지해두겠습니다.

      ※ 데플 있습니다.

      ※ 참여해주신 분들과 관전해주신 분들에게 모두 감사드립니다.

      시트어장 : https://bbs2.tunaground.net/trace/situplay/39/recent

      기록어장 : https://bbs2.tunaground.net/trace/situplay/40/recent
        • 5요시다 치에 (6vlzeUf406)2025-01-07 13:00:45
          >>1

          채권자가 죽었어도 아버지의 빚은 여전히 남아 있구나... 치에는 거리에 서 대형 스크린을 물끄럼 들여다 보았다. '흑도연회의 중심이었던 남자의 마지막 길'. 추모사도 참 거창하다.

          보잘것없는 제 부친이 토리사와 렌이라는 저 거물에게서 직접 돈을 빌린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러나 대부업자들로부터 위로, 더 위로 거슬러 오른 끝에 저 남자가 있던 것은 사실이니까. 아버지와 저 거물 사이에는 일종의 달갑지 않은 채무 관계가 성립했으리라고... 그는 문득 생각했다. 그 채무관계가 이제 대를 거슬러 제게로 넘겨졌다는 사실까지도. 사실 정말 달갑지 않은 건 이거였다. 아버지가 남긴 빚! 그것의 승계. 불현듯 담배 한 대가 간절해졌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으나 얼마 전 돛대를 피웠다는 사실이 떠오를 뿐이었다.

          ...뭐, 내가 한껏 우울해 있어봤자 빚이 저절로 사라지는 건 아니지. 없던 담배가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치에는 이윽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스크린 앞 자리를 벗어났다.

          그가 향한 곳은 근처의 벤치였다. 휴대전화로 근처의 구인공고를 검색해보고자 함이었다. 여긴 신카마초니까, 물장사 티오가 좀 있지 않으려나... 보잘것없는 학력 중 가장 만만히 꺼내들 수 있는 것이 조주기능사 자격증과 바리스타 자격증이었다. 원금은 고사하고서라도, 당장 이자랑 생활비를 벌어야 한단 말이야.
            • 9요시다 치에 (6vlzeUf406)2025-01-07 13:16:10
              >>7

              엄마야. 치에는 그대로 시선만 돌려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분위기 한 번 살벌하시군.

              ...하지만 제가 누구인가? 요 몇 주 동안 야쿠자들에게 잡도리를 당하고도 정신 멀쩡히 구직 사이트를 뒤지고 있는 몸 아닌가. 치에는 자리에서 일어서 남자에게 가볍게 목례했다. 그 태도가 꽤 싹싹하다.

              "아이고, 어떻게 알아보시고. 맞아요. 제가 얼떨결에 상경을 하게 됐는데요, 아직 일자리가 구해지지 않아서요..."

              싱글싱글 웃는 낯으로.

              "저어, 실례가 아니라면, 선생님께서는...?"
                • 14요시다 치에 (6vlzeUf406)2025-01-07 13:46:40
                  >>11

                  "사와다... 선생님이시군요."

                  ...척 봐도 위험한 일 하고 있는 사람 아니야? 치에는 등 뒤로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웃는 낯은 변함없이 서글서글했지만... ...선생님, 저는 아직 제 장기를 팔고 싶지 않고, 유흥업소에 다니고 싶지도 않으며... 약 같은 것을 밀수하고 싶은 생각도 없단 말이지요. 저희 집에서는 호랑이 같은 빚 오천만엔과 야차 같은 채무자 형님들께서 저만 바라보며 기다리고 계시답니다... 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역시나 내색은 않았지만. 그리고, 실로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기도 했고.

                  "와, 정말이요? 저야 너무 감사하죠!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신다면, 제가 이 한 몸 바쳐서 열심히...!"

                  ...그렇지만 불법적이지 않은 모든 일, 말입니다! 뒷말은 생략한 채 몇 마디 덧붙였다.

                  "저는, 음식점 아르바이트 경력도 길고 조주기능사나 바리스타 자격증도 있어요. 얼마전에 회계학과를 졸업했고, 영수증 정리 같은 간단한 인턴 업무를 본 적도 있고요... 그렇잖아도 고모님께서 제가 상경한 후로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일자리 구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한시름 더실 거예요."

                  그러니까 이건, 자기PR이자 뻥카였다. 나를 걱정하는 가족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일에 자신이 있다! ...는 것을 강력히 어필하는.
                    • 24요시다 치에 (6vlzeUf406)2025-01-07 14:42:39
                      >>19

                      ...일자리 소개라면서, 이 양반아. 치에는 마음 속으로 이 '사와다'라는 사람에게 말을 놓아 버렸다.

                      이 봉투 안에 든 게 설마하니 내 이력서는 아니겠지. 치에가 느낀 바에 의하면, 이건, 시험이다.

                      봉투를 열지 않는 건 쉽다. 열 생각조차 없다. 그러나 정말 문제가 되는 건, 이 봉투를 들고 누군가와 접선했을 때의 위험 가능성과... 이 봉투의 내용물이 불법적인 물건일 가능성. 제가 봉투의 내용물을 알지 못했다고 한들 미필적 고의의 죄에서 자유로워지는 건 아닐 텐데...

                      ...그런데, 거절해도 문제가 생기는 것 아냐?

                      생각은 그곳에까지 미쳤다. 그냥 '작별하겠습니다. 봉투는 돌려드리겠습니다.' 대꾸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면? 끄응... 애초에 엮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걸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다.

                      "그게, 글쎄요... 지금 당장 가야 하는 일인가요?"

                      치에는 사람 좋게 싱글싱글 웃으며 짧은 시간 대답을 유예하다가...

                      그런데, 한 가지 위화감. 나는 이름을 얘기한 적 없었던 것 같은데.


                      //뒤늦은 질문 한 가지!! 모든 스킬은 패시브나 상시발동형... 인가요? 아니면 메타적으로 사용하고 싶을 때에 사용할 수 있나요?
                        • 57요시다 치에 (pGHFGDnQhq)2025-01-08 00:22:05
                          >>31

                          사와다의 설득, 그 사이 묘한 압박, 거리의 소음, 커져가는 위화감... 사이에서 치에가 곰곰이 반추하는 것은 한 가지 뿐이었다.

                          이름을 알린 적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정말로.
                          ...와, 진짜 눈 뜨고 코 베일 뻔 했잖아!

                          "아이, 겁먹다니요... 겁먹지 않았습니다, 사와다 선생님. 그냥, 이런 일을 맡기실 거라고는 예상치 못해서요. 저는 물론 선생님과 좋은 관계로 남고 싶지마는요..."

                          이 남자는 치에를 알았지만 치에는 이 남자를 몰랐다. 남자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에게 접근하였으나 그는 그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치에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한정적이었다.

                          "자꾸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하지만, 딱 두 가지만 더 여쭐게요."

                          치에는 받아들었던 봉투를 조심히 벤치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최소한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벤치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내내 웃는 상으로 접혀 있던 눈이 뜨여지고, 치에는 양손을 몸 앞에 두었다. 싱글거리던 낯이 예의바르게 입만 웃는 것으로 바뀌었다.

                          "제 이름을 어떻게 알고 계세요? 저는... 아무 말씀도 드린 적이 없는데."

                          이럴 때 믿을 건 배짱 뿐이지.
                          치에는 결국 직구를 던지기로 했다.

                          "키요하라조에서 오셨나요?"
                            • 67요시다 치에 (6vlzeUf406)2025-01-08 06:31:46
                              >>63

                              실제로 꽤 무딘 편이 맞기는 해서, 뭐라 반박할 수는 없었다. ...좌우간 야쿠자는 아니란 말이지. 뒷골목 한구레라는 뜻인가... 물론 저 사와다라는 자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서 말이다.

                              좌우간 이쪽의 초조함을 티내서 좋을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 사람이 정말 키요하라조에서 나온 게 아니라면. 내가 차후 키요하라조의 감시망을 피해 나가야 할 때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저 사람이 왜 내 보잘것없는 이름을 알고 있는지, 그 이유도 알아 보아야 했고. 솔직히 이미 이건 배짱 싸움이었다. 겁먹은 티를 내는 순간 치에가 지게 된다는 뜻이었다.

                              또한 이런 배짱 싸움에서는, 먼저 물러나는 사람이 지는 것이었다. 치에는 그 사실을 잘 알았다. 그래서 그는 벤치에 내려 두었던 봉투와 쪽지를 다시 손에 들었다.

                              망설이는 기색이 느껴지지 않도록 곧장 쪽지를 열어 보았다.
                                • 72요시다 치에 (6vlzeUf406)2025-01-08 07:56:09
                                  >>69

                                  모골이 송연해졌다. 총? ...아니, 장난감 총이었다. BB탄이구나. 치에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스쳐 지나간 귓바퀴를 무심코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방금, 정말 죽을 뻔했다.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말에도 기쁘지 않았다, 당연히! 뒷목에 돋은 소름은 아주 천천히 가라앉았다. 꽤 무력하게 봉투를 뺏겼다.

                                  "...정보상이시군요."

                                  이렇게 칭하는 게 맞을까 싶다만은.
                                  치에는 함께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이제 무표정해진 낯으로 사와다를 물끄럼 보았다.

                                  "...저희 아버지에 대해서도 아세요?"

                                  //와... 근데 사와다 씨 너무 섹시하네요... 정장 노신사는 진짜 아름다운거구나
                                    • 76요시다 치에 (6vlzeUf406)2025-01-08 09:38:42
                                      >>73

                                      "네에..."

                                      무표정한 낯은 잠시 한껏 찌푸려졌다가, 돌아왔다. 치에는 한숨을 쉬었다. ...난 그냥 근처 바나 카페에 면접 보고 아르바이트나 하려고 했던 건데! 일이 너무 커지고 말았다. 여차하면 봉투 배달이나 한 번 해 주고 뭐 밟은 셈 그대로 영영 보지 않을 심산이었는데. 그러니까, 결국은 이 사와다라는 사람 말이 맞았던 거다. 그는 쪽지를 열어 보지 말았어야 했다. 그때가 마지막 기회였던 건지도...

                                      후회해봤자 너무 늦었다. 이건 돛대를 피운 담뱃갑 같은 것이다.

                                      "...정말로, 결정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여쭐게요. 선생님에게 이런 방식으로... 고용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죠?"
                                        • 96요시다 치에 (6vlzeUf406)2025-01-08 11:05:12
                                          >>79

                                          채용 티오가 쉽게 나지 않는 자리에 뽑힌 것은 그런대로 기뻤지만, 죽은 녀석이 없다는 말에도 치에는 딱히 안심하지 않았다. 통계 같은 뜨뜻미지근한 것을 믿기에는 그것이 전공이었던 사람이라... 막말로 내가 첫 타자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고.

                                          목 뒤로 끙, 앓는 소리를 냈다. 좌우지간 저 남자의 페이스에 제가 상당히 말려들어 버린 것이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지? 치에는 이미 답을 알았다. 아버지를 찾는 것. 그렇다면 나는 무엇이 두렵지? 죽는 것? 맞다. 하지만 더 두려운 건, 이 사와다라는 자가 겉만 번지르르한 사기꾼일 가능성이다. 그건 정말 최악이지. 그는 제 아비와 같은 사람 밑에서 배우는 것이 싫었다. 또 자신이 제 아비와 같은 자가 되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그와 동일한 진실로, 빚을 진 채 도시에 무력하게 삼켜지는 것 역시도 아버지와 동일한 행보를 밟는 일이었다. 무엇이 더 나쁠까? 자발적으로 제 아비와 같은 노선을 겪는 것? 혹은, 무력하게 그 행보를 뒤따르는 것?

                                          선택의 시간이었다.

                                          "......배워 보고 싶습니다."

                                          아... 옌장. 그래, 잃는다고 해 봤자 지갑에 든 돈 이만 엔이랑 자존심 밖엔 더 있겠어.
                                          저를 페이스에 말리게 하는 남자에게서라면 배울 것이 있을 것이다. 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치에는 사와다에게 천천히 목례했다.

                                          "부탁 드립니다."
                                            • 114요시다 치에 (6vlzeUf406)2025-01-08 12:22:02
                                              >>103

                                              치에는 정말인가? 하고 손에 든 휴대폰으로 슬쩍 검색해 봤을 것이다... 말 그대로 위키피디아에 한 번, 교차 검증으로 해군 장성 명부에 한 번. 사와다 히데오에 대한 감상은, '허미. 중장이면 연금만으로도 충분히 놀고 먹을 텐데 왜 이런 일을 하지.'

                                              첫날부터 일 시키는 직장은 다닐 만한 데가 아니라고 했었는데... 뒷목을 문질렀으나 이제 와서 불평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내가 넙죽 받아들인 걸 후회하지 않게 해 줘, 이 양반아. 그는 사와다가 건넨 쪽지를 찬찬히 읽어 보고선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알겠습니다... 명심할게요. 이건, 그러니까, 언제까지 끝내면 되는 일인가요?"

                                              사람도 주소도 생각보다 많은데.

                                              "...따로 지원해주시는 건 없나요?"

                                              그리고 본론도 넌지시.
                                                • 160요시다 치에 (rqFy/rQGT6)2025-01-09 04:42:32
                                                  >>139

                                                  ...우와. 순식간에 자금이 세 배로 불어났다. 통이 큰 선생님... 치에의 머릿속에서 사와다의 지위가 순식간에 선생님으로 격상했다.

                                                  "엇, 감사합니다..."

                                                  지원을 너무 남용하지 말라는 말에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요행을 계속 바랄 수는 없겠군. 아쉽지는 않았다. 당장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생긴 것만도 다행한 일이다.

                                                  알아서 잘 해 보라는 말에는 분명 자세히 물어도 떠 먹여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함의가 있으리라. 음... 회사가 신입한테 다 이렇지 뭐.

                                                  "그럴게요. 주의하겠습니다."

                                                  주의사항이 뭐 있었지? 손 너무 많이 벌리지 말고, 아무나 믿지 말고, 질문할 때 주의하고. 모를 땐 물어보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시오.' 아르바이트랑 비슷하네.

                                                  일단 치에는 주소지들을 휴대전화로 검색해 지금 가볼 만한 곳이 있을까 탐색해 봤다. 일반 민가라면 밤 중 방문하는 건 실례일 테니 내일 방문하는 것으로 하고. 늦게까지 여는 가게라면 지금 가 봐도 좋겠지.
                                                    • 172요시다 치에 (hTv.4ujhqG)2025-01-09 06:37:16
                                                      >>167

                                                      주택가... 이건 안 되겠네. 실례일 게 분명하니까. 산업지대에 간대도 지금 당장은 아무도 만나지 못할 것 같고. 창고는 뭔가 수상하단 말이야. ...가로등이 찍힌 로드뷰가 없는 것으로 보아서는 낮에 가는 편이 신상에 이로울 것이었다. 적어도 치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소거법으로 선택지는 하나로 좁혀졌다. 제가 마침 신카마 타워의 앞에 있으니 토츠카 유흥가까지 그리 멀지 않을 듯했다.

                                                      들러야 할 곳이 네 군데, 기한이 일주일. 시간이 여유롭게 주어지지는 않았다. ...설령 여유롭게 주어졌대도 일단 한 번은 부딪쳐 봐야 제가 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이 일에서 도망칠지 말지 결정할 수 있겠지. 어느 쪽이라도 결과는 다름 없었다.

                                                      치에는 두 번째 주소, 소위 말해 '술꾼들 천국'이라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211요시다 치에 (hTv.4ujhqG)2025-01-09 11:32:37
                                                          >>199

                                                          노점상 아주머니에게는 적당히 웃음 띤 낯으로 고개를 저어 보이고, 눈이 마주친 웨이터 청년에게는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일련의 과정이 하도 자연스러워 그저 하루 일과를 마치고선 주점으로 향하는 청년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대학생 시절에도 몇 번인가는 그렇게 했던 기억이 있었다. 내가 술을 마시러 갔던 거리는 이렇게 왁자하지도 않았고 네온으로 찬란하지도 않았지만.

                                                          치에는 뒷목을 문질렀다. ...방금은 너무 치기 어린 선택을 해 버린 걸까, 문득 고민이 됐다. 막말로, 나는 방금... 근로계약서도 사회보험도 없이 소규모 사업장에 냅다 취업한 것 아냐?

                                                          ...
                                                          이제는 생각해봤자 의미 없는 일이지, 암. 치에는 곧 왁자한 선술집 문 앞에 당도했다. '히라타의 밤'. 히라타라는 건 어떤 지명이나 인명인 걸까.

                                                          치에는 망설이지 않고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왕 온 김에 뭐라도 좀 먹을까. 그 편이 자연스럽게 보일 테고.

                                                          "안녕하세요~."
                                                            • 245요시다 치에 (JaAL6rCke2)2025-01-10 02:40:46
                                                              >>216

                                                              푸른 정장에 오른손 검지의 은반지까지 보고 나자 더 잴 것도 없어졌다. 저 남자가 유이치로다. 으음... 치에는 뭘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가만 고민하다가, 남자가 든 사케잔에 시선이 닿았다.

                                                              썩 자연스럽다고는 할 수 없겠는데, 그 외의 마땅한 핑계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는 카운터에서 사케를 한 병 주문한 후 유이치로에게 다가가 슬쩍 말을 붙였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합석해도 괜찮을까요?"
                                                                • 377요시다 치에 (XkBbCfvEzK)2025-01-11 04:32:14
                                                                  >>359

                                                                  "감사합니다."

                                                                  엇차. 얌전히 유이치로의 맞은편에 앉은 치에는 잠시 제 몫의 사케를 잔에 부어 홀짝였다. 그는 잠시간 아무말 없이 술로 입술을 적시다가, 유이치로가 한 모금을 더 넘기자 슬쩍 다시 말을 붙였다.

                                                                  "제가 한 잔 따라드려도 될까요?"

                                                                  유이치로의 반응을 살피고선 넌지시.

                                                                  "사와다 선생님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유이치로 선생님. 요시다 치에라고 합니다."
                                                                    • 378요시다 치에 (XkBbCfvEzK)2025-01-11 04:34:49
                                                                      좋은 점심입니다~~! 다들 식사하셨나용
                                                                        • 383요시다 치에 (XkBbCfvEzK)2025-01-11 08:05:50
                                                                          >>381

                                                                          ...학교는 충분히 졸업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째 요즘 들어 자꾸 시험 당하는 듯한 기분이 든단 말이야. 치에는 그냥 싱글싱글 웃으며 사케로 입술을 다시 적셨다. 너무 많이 들이켜서는 안 됐다. 술이 약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냥, 선생님께 인사 드리고, 이런저런 말씀도 나누고요..."

                                                                          그는 퍽 멋쩍다는 듯이 뒷목을 문질렀다.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아시잖아요, 사와다 선생님께서 워낙... 자기주도학습을 권하는 분이시라. '알아서 잘 해 보라'는 말 정도만 들을 수 있었거든요."

                                                                          이건 반만 진실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건 진실. 자기주도학습을 권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진실. 그렇지만 '알아서 잘 해 보라'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는 건 거짓.

                                                                          "쉬시는 중에 불쑥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 그냥 말동무다, 생각하시고 편케 대해 주세요."

                                                                          치에는 일본식 주도에 따라 유이치로가 한 모금을 마실 때마다 계속 첨잔했다.

                                                                          "이 술집엔 자주 오세요?"
                                                                          ChamchiJS 0.1.0
                                                                          Developed by 참치라이더 from 참치 인터넷 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