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현대판타지/HL]피안화 물든 빛 - 14

#7506 [1:1/현대판타지/HL]피안화 물든 빛 - 14 (1001)

종료
#0그래요. 좀 더 같이 꿈을 꿔요(Swb6U5lTcO)2025-10-10 (금) 16:29:52


아침에 눈을 뜨면 옆에 당신이 있는지 온기로 살피고 귀 기울여 두근거리는 가슴의 박동으로 확인한다. 그러고서, 그대의 품에서

"사랑해요"
라고 속삭여본다. 당신이 나를 좀 더 끌어안으니 그 온기에 몸을 맡기며 눈을 다시 감아본다.

'눈을 뜰 때 그대가 내 품에 안겨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아요.'

그녀를 더 끌어안으며 생각한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꿈을 꾸고 있는거라면, 우리 조금만 더 꿈을 꿔도 괜찮지 않을까요?"

조금이나마 더 같이 있을 수 있기를

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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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Like father like son(JhJEf2ncsa)2025-11-02 (일) 13:52:12
아버지가 돌아오신 것은 구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미하일이 17살이 되던 겨울날이었다. 온사비아, 김태식, 한지훈, 이하루, 채여선. 이름보다는 이명으로 더 잘 알려진 유명한 영웅들과 돌아오던 그의 모습을 그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검은 이렇게 잡으면 됩니다.'
'기억하세요. 미하일의 손에 잡힌 것이 목검이 아닌 진검이 되는 순간 생명의 무게를 지는 것임을.'

영상으로만 아버지의 모습을 보던 동생들과 다르게 꿈결 같지만 생생한 기억이 미하일에게 남아있었다.  리겔 씨에게 맡겨져 놀던 미하일의 손을 잡고서 검의 기초를 가르치던 아버지의 표정은 행복해보이기도 했지만 묘하게 씁쓸해보였다. 그러고서 피 뭍은 황금인은 어린 그와 막 걷기 시작한 쌍둥이를 두고서 멀리 떠났다. 

그렇게 8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그의 어머니가 긴 남편의 부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아버지가 돌아오고 나서야 미하일은 알 수 있었다. 

"어머니, 아버지를 저렇게 두어도 괜찮을까요?"

하야시시타 나시네, 사희, 그녀의 주변은 언제나 묘한 향기가 감도는 것 같았다. 붉은색 피안화 꽃잎이 주변에 날리는 듯한 분위기의 응접실에서 미하일은 긴장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기 위해 의식을 기울였다.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계속 말을 하라는 뜻으로 평소처럼 미소를 짓는다. 

"긴 기간을 집을 비우신 건 사실이지만 그 재해를 맡을 적임자가 당시 달리 없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이렇게까지 대하시는 저의를 잘 모르겠습니다."

홀대라는 말을 쓰려다 눈치를 보며 말을 바꾸었다. 아주 오랜 기억에는 그녀가 보통의 어머니들처럼 가까웠던 적이 있었지만 적어도 검을 배운 이후부터는 나시네는 조금 어려운 어른이었다. 특히나 그가 가디언이 되겠다고 한 이후로는 거리가 더 벌어져 그녀의 의중을 알기 힘들었다. 

"의외로구나."
나긋한 몸짓으로 찻잔을 내려놓으며 그의 어머니가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다. 붉은 눈동자를 반달 모양으로 접으며 웃는 얼굴은 요요하여 미하일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보였다.

오히려 그렇기에 드는 기묘한 분위기가 그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나시네는 일부러 잠시 말을 멈추고서 아들을 바라보았다. 돌아온 남편과 그녀의 아들은 어찌 보면 형제 사이로도 보였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들이 그녀의 남편과 생각보다 더 비슷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미하일이 더 긴장하기 전에 입을 열었다. 

"만일 이안이나 알리사가 너와 같은 얘기를 했다면 이해했을 것이야. 그 아이들은 너무 어릴적에 알렌을 떠나보내 아버지의 부재가 어떠한 것인지 모를터이니. 하지만 너는 다를 거라 여겼는데, 이리 들어보니 원망이 그리 있지는 않아 보이는구나."

"..."

"시무룩해있는 너의 아버지에게 좋은 소식이 되겠어."  

피하고 싶으신건가. 흘려보내듯 은근히 그의 질문을 무마시키는 화법에 미하일은 입을 대지 않은 제 몫의 찻잔을 바라보았다. 이미 아카데미 입학으로 여러 고초를 치른 탓에 어머니와 더 갈등을 겪고 싶지는 않았다. 

"어떻게 한 줌의 원망도 없겠습니까. 없다면 거짓말이며 어린 왕을 모시는 어머니께서는 이미 아실 것이라 여기고 있어요."
하지만 그에게 그 원망보다 더 강하게 남은 것은 어린 날에 남은 눈부신 금빛 광휘였다. 그 빛과 빛을 향해 보이던 사람들의 환희가 어린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대신 많은 것을 짊어지셨고...충분히 힘드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아버지도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 8년 간 어머니와 저희를 보지 못하신 거니까요."

가디언을 준비하면서 알았다. 어머니가 내린 시련을 통과하면서 알았다. 영웅이라는 것은 그 강렬한 빛만큼 그 뒤의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견뎌야 될 수 있는 것임을, 미하일 메르차니예는 알게 되었다. 


'아빠처럼 되고 싶어요.'
'그 바보 처럼이 아니라 멍청이를 넘어설 생각부터 해야지 이놈아.'


"아들로서는 원망하지만 한 명의 가디언 생도로서는 존경하고 있습니다."
정공법이로군. 나시네는 눈을 잠시 감았다. 화술로는 어떻게 그녀와 얘기를 이어가기 힘들것을 그녀의 아들이 나름 영리한 머리로 파악을 한 모양이었다. 칭찬해줄 만하다. 그러나 동시에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는 양가적인 감정이 일었다. 하야시시타 미샤는 정말로 그녀의 남편을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그렇기에 그런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이라면 너는 아직 이 어머니를 대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것이란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아들이었다. 예의 바른 몸가짐과 침착한 태도, 적당한 시간을 노리는 어느 정도의 치밀함과 계획성은 분명 하야시시타 나시네로부터 온 것이었다.  만일 알렌이었다면 그녀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어리숙하게 굴어 추궁을 당하다 어느 순간 말 없이 일을 저질렀을 것이었다. 아무래도 알렌은 말로 사람을 구워 삶기 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쪽을 선호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의 소중한 아이가 그의 바보 같은 면을 닮아버렸다는 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애초에 정공법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면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네가 알아온다면 내가 정말 기쁠지도 모르겠구나."
알아챈다면 미하일이 알렌의 위험한 면을 알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좀 더 행동을 조심하겠지. 나시네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들을 향해 웃었다. 미하일은 곧 축객령이 내려질 것을 짐작했다. 이게 아니었는데, 그는 생각하며 좀 더 얘기를 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곧 미사 시간이네."
그런 아들을 바라보며 사희는 그의 예상대로 부드러운 축객령을 내렸다. 미하일은 그의 어머니가 목에 걸린 목걸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마지막으로 사제들에게 반 쯤 끌려나갔다. 

이상하게 바라보는 눈빛이 평소의 어머니 답지 않게 애틋해서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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