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74 [1:1/현대판타지/HL]피안화 물든 빛 - 17 (1001)
종료
작성자:영웅서가 캡틴, 참치들, npc들 기타 등등 모두 새해 복 많이
작성일:2026-01-14 (수) 11:40:06
갱신일:2026-02-11 (수) 12:30:13
#0영웅서가 캡틴, 참치들, npc들 기타 등등 모두 새해 복 많이(c44Cw2xDWm)2026-01-14 (수) 11:40:06

알리사: 안녕하세여! 쌍둥이에요!
이안: 저희가 공식적으로 태어날 수 있을지 올해엔 과연...
알리사:탄생할 수 있을지 두구두구
쌍둥이: 두 분 새해 결심 얘기해주세요!
알렌: 올해는 반드시 정신줄을 다잡겠습니다!
린: 올해는 반드시 미래의 '서방님'이 고백을 하도록 하겠사와요.
관중:🙄...
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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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
https://threadiki.iwinv.net/t/wiki.php/%ED%94%BC%EC%95%88%ED%99%94%20%EB%AC%BC%EB%93%A0%20%EB%B9%9B
이안: 저희가 공식적으로 태어날 수 있을지 올해엔 과연...
알리사:탄생할 수 있을지 두구두구
쌍둥이: 두 분 새해 결심 얘기해주세요!
알렌: 올해는 반드시 정신줄을 다잡겠습니다!
린: 올해는 반드시 미래의 '서방님'이 고백을 하도록 하겠사와요.
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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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4린과 나시네의 행방불명-월요일(2일차)(M9rvGZ7Np6)2026-02-03 (화) 16:00:16
월요일 아침이다. 어젯밤 기묘한 꿈을 꾸었다. 알렌은 아주 천천히 몸을 돌려 옆에 놓인 침대를 바라보았다.
‘꿈이 아니었구나.’
둘둘 말아 웅크린 이불 더미 아래 흰 얼굴이 살짝 보였다. 그가 헛것을 볼 정도의 상태가 아닌 것에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 어제의 기묘한 일이 현실이었다는 것에 머리를 싸매야 할지, 순간 속이 헛헛하여 그는 소리 없이 헛웃음을 지었다.
[선배]
카톡, 알림이 울렸다. 메시지의 주인은 어젯밤 내내 그를 심란하게 했던 여자와 똑 닮은 얼굴을 한 그녀였다. 자연스럽게 그의 시선이 옆으로 갔다. 이불 더미에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아침부터 불러서 죄송해요.]
[혹시 오늘 좀 더 일찍 만날 수 있을까요?]
다시 연거푸 메시지가 액정 상단에 뜬다. 일주일 중 이틀에서 사흘정도 그가 여름방학에 그녀의 한국어 공부를 돕기로 한 약속이 떠올랐다. 혹시 어제의 소동으로 늦잠을 잔 건가. 조금 기겁한 마음으로 바라본 스마트폰 상단에는 08:30 이 찍혀 있었다. 알렌 본인이 할 말은 아니지만 하야시시타 나시네도 어지간히 모범생 스타일이었다.
[그러면 11시에 만날까요?]
만나서 점심을 같이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음식을 조금씩 오물거리며 베어먹는 그녀가 떠올라서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데이트?”
귓가에 소리가 울린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린 자리에는 짙은 붉은 눈이 빛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도’
어제는 놀란 나머지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나시네와 똑같았다. 하마터면 메시지를 모낸 당사자가 바로 옆에 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깨어 있었어요?”
언제 일어나서 그의 침대로 올라온 것인지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놀란 마음에 빠르게 뛰는 박동을 진정시키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내쉰다.
“익숙하니까.”
긴 흑발을 어깨 너머로 넘기고서 린은 다시 자신의 침대로 돌아가 앉았다. 자연스레 무릎을 모으고 앉은 모양새가 잘 배운 영양 같아 그의 머리를 더 혼란스럽게 했다. 외형에 목소리도 모자라 앉은 태까지 닮은 사람이 있다면 동일인물이라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데이트라도 가? 방금 알렌 군 표정 꽤 바보 같았어.”
눈웃음과 같이 입꼬리를 슬며시 올린 얼굴이 그의 혼란을 강제로 종식시켰다. 데이트는 커녕 이성 교제와 관련된 단어를 입에 담기만 하여도 저절로 민망한 듯 저어하는 눈빛을 하는 나시네가 앞의 능청스러운 여자와 동일 인물일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다시 이마를 짚고서 난감한 기분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장난스러운 입 매무새와 다르게 붉은 눈은 고요한 수면 같았다.
“그런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흐응, 그녀가 장단을 맞추듯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린다. 차라리 표방하는 장난스러움이 진실이었으면 짜증이라도 내겠건만 변함없이 차가운 적안이 조국에서의 경험을 연상시켜 질릴 것 같았다.
“저는 나갈 테니 조용히 있어주세요.”
저런 타입은 더 상대해보아도 자신만 손해다. 지긋지긋한 기분으로 알렌은 일어서서 이마를 짚었다. 기숙사에 좀 더 머무르다 나갈 생각이었지만 그녀와 한 공간에 있다가는 오히려 정신이 소모될 게 뻔했다.
“상대가 좋아하겠네.”
“네?”
“아니야. 잘 가.”
아, 네. 건성으로 손을 흔들고 기숙사 현관을 나섰다. 묘하게 불안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슬쩍 돌려 바라본 문 틈으로 여전히 얌전히 앉아 있는 린의 모습이 보였다.
‘대체 무슨 말이람.’
카톡, 방문을 나서자 마자 경쾌한 알림음이 울린다. 이렇게 되면 미리 도서관이라도 가서 공부하고 있어야 하나. 알렌은 한숨을 내쉬며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 놈의 게임 히로인 얘기라면 대충 반응하고 넘길까 싶었다.
[좀 더 일찍 만나면 안 될까요?]
[아, 무리라면 잊어주세요.]
[(;´д`)ゞ]
넘길 수 없는 메시지였다. 답장하려고 손가락을 움직이려다 멈춘다.
‘상대가 좋아하겠네.’ 자연스럽게 연상된 목소리에 몇 번 눈을 깜박인다. 순간적으로 기묘한 한기가 몸을 훑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빠르게 한 걸음 옮기고 몸을 돌려 바라본 기숙사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여름날 해가 기숙사 복도의 창을 투과하여 바닥을 환히 칠하고 있었고 빛의 끝이 그의 발치에 닿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괜찮아요. 저도 시간이 될 것 같아요.]
멍한 기분으로 카톡을 보냈다. 순식간에 1표시가 사라졌다.
[그러면 같이 아침 드실래요?]
[사실 제가 도시락을 만들어 봤어요(o゚v゚)ノ]
일상적인 대화, 문자 너머의 나시네가 보이는 이모티콘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서서히 긴장이 수그러들고 완전히 평상시의 일상으로 돌아온 알렌은 카톡을 보냈다.
[그러면 9시 반에 도서관 앞으로 갈게요.]
[기대해도 될까요?]
마지막 카톡은 살짝 짓궂은 마음을 담은 사소한 장난이었다. 요령 없는 그녀가 적당한 대답을 찾기 위해 허둥거리고 있을 것을 상상하면서 그는 가벼워진 마음으로 건물을 나섰다.
“메르차니예 선배. 반가워요.”
적당히 들뜬 목소리. 살짝 떨리는 톤이 그녀가 감정을 조절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길고 검은 머리는 반으로 묶어서 깔끔하게 정리했고 붉은 눈은 투명하게 빛나며 반가워하는 그녀의 감정을 비추고 있었다.
“하야시시타도 잘 지냈어요?”
알렌은 자연스럽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서 나시네를 바라보았다. 너무 쳐다보았는지 나시네는 살며시 얼굴을 붉히다 앗, 하는 소리를 냈다. 그는 그녀가 도시락을 찾으려 주섬주섬 가방을 여는 것을 보다가 웃었다.
“저도 도와드릴게요.”
“네? 아, 괜찮은데. 아니 전....”
나시네가 더 말리기 전에 그녀의 가방에서 도시락을 빼내어 수저를 정리했다. 잘그락 식기를 놓는 소리가 듣기 좋게 울렸다. 그대로 그녀가 혼란에 빠진 틈을 타 도시락 뚜껑까지 열고 완벽하게 세팅을 했다.
“도시락 예쁘네요.”
깔끔하게 말린 달걀말이에 함박 스테이크, 밥과 방울토마토 샐러드가 정갈하게 담겨있었다. ‘고마워요.’ 순식간에 순서를 놓친 나시네가 그를 멍하게 바라보다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공부를 도와주셔서 그 답례에요.”
부담가지지 말라는 의도를 담고서 나시네가 그의 벽안을 바라보았다. 겉보기에는 말쑥한 사람이 시험기간에 어느 정도로 어벙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되고 그 이후, 나시네는 그가 인간적인 생활을 하도록 뒷공작을 시도하고 있었다.
“아침 꼭 드셔야해요.”
그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슬쩍 답을 회피하려는 기색을 보이자 일부러 단호한 얼굴을 해본다.
“저는 진심이에요.”
평생을 재벌가의 막내로 자란 그녀는 알렌을 알게 되고 상상하지도 못한 영역을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많이 보게 되었다. 오지랖이라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나시네는 다시 그가 핼쑥한 얼굴로 강아지용 육포와 사람용 음식을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 네. 챙겨줘서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또, 또. 알렌 메르차니예 특유의 밝으면서도 적당히 점잖은 미소에 나시네는 늦봄 이후부터 그랬듯 다시 약해졌다. 흔히 일컫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문자로는 알면서도 그에서 멈추는 19살, 한국 나이로 20살의 그녀는 지금의 요묘한 감정을 정의해내기 힘들었다. 괜히 민망한 기분에 웃는 그의 눈을 피하고 계란 말이를 조금 집어보며 피해본다.
그라면 지금 자신조차 해석하기 힘든 제 마음까지 다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 모른 척 하고싶었다. 알렌은 나시네의 서툰 회피를 바라보다 말없이 함박 스테이크를 조각 내어 맛을 보았다. 이른 아침, 아주 뜨겁지 않은 미지근한 여름 빛에 가슴께가 기분 좋게 따스해지는 것 같았다. 맛을 본 음식은 생각보다 간이 맞았다.
“맛있는데요?”
솔직히, 놀라운 것은 사실이라 그는 의문의 방식으로 감탄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봐온 그녀는 예의 바르고 명석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서투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면모가 있었다. 그가 오래 알던 고국의 그녀도 묘한 부분에서 상식이 현실과 괴리되어 있었다.
“...노력했으니까요.”
실은 보다 못한 도우미 분의 도움을 좀, 아니 좀 많이 받았지만 그녀는 유난히 그 앞에 서는 좀 더 오기를 부려보고 싶었다. 알렌의 어조에서 놀라움을 읽은 나시네는 살짝 뾰루퉁한 얼굴을 하다 망설이며 조근거렸다.
“조금 도움을 받기는 했어요.”
“그래도 잘 만들었는데요? 정말 맛있어요.”
알렌의 눈이 나시네의 얼굴에 조금씩 미소가 조심스레 번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미묘하게 간질거리는 듯한, 좀 들뜨는 듯한 마음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그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감정을 완전히 호감이라고 정의를 내리기에는 그의 안에 섣부르다는 망설임이 있었다.
카톡, 또 다시 메시지.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온 알렌은 별 생각 없이 폰 화면을 바라보았다가 얼어붙었다.
[데이트 맞네.]
린, 채팅창 상단에 적힌 이름이 유난히 크게 들어왔다.
//일상 써올 동안 보세여()
‘꿈이 아니었구나.’
둘둘 말아 웅크린 이불 더미 아래 흰 얼굴이 살짝 보였다. 그가 헛것을 볼 정도의 상태가 아닌 것에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 어제의 기묘한 일이 현실이었다는 것에 머리를 싸매야 할지, 순간 속이 헛헛하여 그는 소리 없이 헛웃음을 지었다.
[선배]
카톡, 알림이 울렸다. 메시지의 주인은 어젯밤 내내 그를 심란하게 했던 여자와 똑 닮은 얼굴을 한 그녀였다. 자연스럽게 그의 시선이 옆으로 갔다. 이불 더미에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아침부터 불러서 죄송해요.]
[혹시 오늘 좀 더 일찍 만날 수 있을까요?]
다시 연거푸 메시지가 액정 상단에 뜬다. 일주일 중 이틀에서 사흘정도 그가 여름방학에 그녀의 한국어 공부를 돕기로 한 약속이 떠올랐다. 혹시 어제의 소동으로 늦잠을 잔 건가. 조금 기겁한 마음으로 바라본 스마트폰 상단에는 08:30 이 찍혀 있었다. 알렌 본인이 할 말은 아니지만 하야시시타 나시네도 어지간히 모범생 스타일이었다.
[그러면 11시에 만날까요?]
만나서 점심을 같이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음식을 조금씩 오물거리며 베어먹는 그녀가 떠올라서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데이트?”
귓가에 소리가 울린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린 자리에는 짙은 붉은 눈이 빛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도’
어제는 놀란 나머지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나시네와 똑같았다. 하마터면 메시지를 모낸 당사자가 바로 옆에 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깨어 있었어요?”
언제 일어나서 그의 침대로 올라온 것인지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놀란 마음에 빠르게 뛰는 박동을 진정시키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내쉰다.
“익숙하니까.”
긴 흑발을 어깨 너머로 넘기고서 린은 다시 자신의 침대로 돌아가 앉았다. 자연스레 무릎을 모으고 앉은 모양새가 잘 배운 영양 같아 그의 머리를 더 혼란스럽게 했다. 외형에 목소리도 모자라 앉은 태까지 닮은 사람이 있다면 동일인물이라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데이트라도 가? 방금 알렌 군 표정 꽤 바보 같았어.”
눈웃음과 같이 입꼬리를 슬며시 올린 얼굴이 그의 혼란을 강제로 종식시켰다. 데이트는 커녕 이성 교제와 관련된 단어를 입에 담기만 하여도 저절로 민망한 듯 저어하는 눈빛을 하는 나시네가 앞의 능청스러운 여자와 동일 인물일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다시 이마를 짚고서 난감한 기분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장난스러운 입 매무새와 다르게 붉은 눈은 고요한 수면 같았다.
“그런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흐응, 그녀가 장단을 맞추듯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린다. 차라리 표방하는 장난스러움이 진실이었으면 짜증이라도 내겠건만 변함없이 차가운 적안이 조국에서의 경험을 연상시켜 질릴 것 같았다.
“저는 나갈 테니 조용히 있어주세요.”
저런 타입은 더 상대해보아도 자신만 손해다. 지긋지긋한 기분으로 알렌은 일어서서 이마를 짚었다. 기숙사에 좀 더 머무르다 나갈 생각이었지만 그녀와 한 공간에 있다가는 오히려 정신이 소모될 게 뻔했다.
“상대가 좋아하겠네.”
“네?”
“아니야. 잘 가.”
아, 네. 건성으로 손을 흔들고 기숙사 현관을 나섰다. 묘하게 불안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슬쩍 돌려 바라본 문 틈으로 여전히 얌전히 앉아 있는 린의 모습이 보였다.
‘대체 무슨 말이람.’
카톡, 방문을 나서자 마자 경쾌한 알림음이 울린다. 이렇게 되면 미리 도서관이라도 가서 공부하고 있어야 하나. 알렌은 한숨을 내쉬며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 놈의 게임 히로인 얘기라면 대충 반응하고 넘길까 싶었다.
[좀 더 일찍 만나면 안 될까요?]
[아, 무리라면 잊어주세요.]
[(;´д`)ゞ]
넘길 수 없는 메시지였다. 답장하려고 손가락을 움직이려다 멈춘다.
‘상대가 좋아하겠네.’ 자연스럽게 연상된 목소리에 몇 번 눈을 깜박인다. 순간적으로 기묘한 한기가 몸을 훑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빠르게 한 걸음 옮기고 몸을 돌려 바라본 기숙사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여름날 해가 기숙사 복도의 창을 투과하여 바닥을 환히 칠하고 있었고 빛의 끝이 그의 발치에 닿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괜찮아요. 저도 시간이 될 것 같아요.]
멍한 기분으로 카톡을 보냈다. 순식간에 1표시가 사라졌다.
[그러면 같이 아침 드실래요?]
[사실 제가 도시락을 만들어 봤어요(o゚v゚)ノ]
일상적인 대화, 문자 너머의 나시네가 보이는 이모티콘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서서히 긴장이 수그러들고 완전히 평상시의 일상으로 돌아온 알렌은 카톡을 보냈다.
[그러면 9시 반에 도서관 앞으로 갈게요.]
[기대해도 될까요?]
마지막 카톡은 살짝 짓궂은 마음을 담은 사소한 장난이었다. 요령 없는 그녀가 적당한 대답을 찾기 위해 허둥거리고 있을 것을 상상하면서 그는 가벼워진 마음으로 건물을 나섰다.
“메르차니예 선배. 반가워요.”
적당히 들뜬 목소리. 살짝 떨리는 톤이 그녀가 감정을 조절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길고 검은 머리는 반으로 묶어서 깔끔하게 정리했고 붉은 눈은 투명하게 빛나며 반가워하는 그녀의 감정을 비추고 있었다.
“하야시시타도 잘 지냈어요?”
알렌은 자연스럽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서 나시네를 바라보았다. 너무 쳐다보았는지 나시네는 살며시 얼굴을 붉히다 앗, 하는 소리를 냈다. 그는 그녀가 도시락을 찾으려 주섬주섬 가방을 여는 것을 보다가 웃었다.
“저도 도와드릴게요.”
“네? 아, 괜찮은데. 아니 전....”
나시네가 더 말리기 전에 그녀의 가방에서 도시락을 빼내어 수저를 정리했다. 잘그락 식기를 놓는 소리가 듣기 좋게 울렸다. 그대로 그녀가 혼란에 빠진 틈을 타 도시락 뚜껑까지 열고 완벽하게 세팅을 했다.
“도시락 예쁘네요.”
깔끔하게 말린 달걀말이에 함박 스테이크, 밥과 방울토마토 샐러드가 정갈하게 담겨있었다. ‘고마워요.’ 순식간에 순서를 놓친 나시네가 그를 멍하게 바라보다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공부를 도와주셔서 그 답례에요.”
부담가지지 말라는 의도를 담고서 나시네가 그의 벽안을 바라보았다. 겉보기에는 말쑥한 사람이 시험기간에 어느 정도로 어벙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되고 그 이후, 나시네는 그가 인간적인 생활을 하도록 뒷공작을 시도하고 있었다.
“아침 꼭 드셔야해요.”
그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슬쩍 답을 회피하려는 기색을 보이자 일부러 단호한 얼굴을 해본다.
“저는 진심이에요.”
평생을 재벌가의 막내로 자란 그녀는 알렌을 알게 되고 상상하지도 못한 영역을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많이 보게 되었다. 오지랖이라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나시네는 다시 그가 핼쑥한 얼굴로 강아지용 육포와 사람용 음식을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 네. 챙겨줘서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또, 또. 알렌 메르차니예 특유의 밝으면서도 적당히 점잖은 미소에 나시네는 늦봄 이후부터 그랬듯 다시 약해졌다. 흔히 일컫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문자로는 알면서도 그에서 멈추는 19살, 한국 나이로 20살의 그녀는 지금의 요묘한 감정을 정의해내기 힘들었다. 괜히 민망한 기분에 웃는 그의 눈을 피하고 계란 말이를 조금 집어보며 피해본다.
그라면 지금 자신조차 해석하기 힘든 제 마음까지 다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 모른 척 하고싶었다. 알렌은 나시네의 서툰 회피를 바라보다 말없이 함박 스테이크를 조각 내어 맛을 보았다. 이른 아침, 아주 뜨겁지 않은 미지근한 여름 빛에 가슴께가 기분 좋게 따스해지는 것 같았다. 맛을 본 음식은 생각보다 간이 맞았다.
“맛있는데요?”
솔직히, 놀라운 것은 사실이라 그는 의문의 방식으로 감탄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봐온 그녀는 예의 바르고 명석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서투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면모가 있었다. 그가 오래 알던 고국의 그녀도 묘한 부분에서 상식이 현실과 괴리되어 있었다.
“...노력했으니까요.”
실은 보다 못한 도우미 분의 도움을 좀, 아니 좀 많이 받았지만 그녀는 유난히 그 앞에 서는 좀 더 오기를 부려보고 싶었다. 알렌의 어조에서 놀라움을 읽은 나시네는 살짝 뾰루퉁한 얼굴을 하다 망설이며 조근거렸다.
“조금 도움을 받기는 했어요.”
“그래도 잘 만들었는데요? 정말 맛있어요.”
알렌의 눈이 나시네의 얼굴에 조금씩 미소가 조심스레 번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미묘하게 간질거리는 듯한, 좀 들뜨는 듯한 마음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그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감정을 완전히 호감이라고 정의를 내리기에는 그의 안에 섣부르다는 망설임이 있었다.
카톡, 또 다시 메시지.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온 알렌은 별 생각 없이 폰 화면을 바라보았다가 얼어붙었다.
[데이트 맞네.]
린, 채팅창 상단에 적힌 이름이 유난히 크게 들어왔다.
//일상 써올 동안 보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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