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이 망작이라 보는 사람과 그 반대인 사람을 위한 합집합 100% 개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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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53[개인용]힙합탐구핀판넬
작성자 천마◆lMF.VqjaE.작성일 2025-11-25 (화) 00:49:32갱신일 2025-11-25 (화) 00:49:32
눈에 띄게 움직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거대한 마력은 그의 몸에 뿌리내린 지옥도를 통해 통제되어 육체의 안으로 수렴했다.
마력을 운용할 적 기척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오감을 뛰어넘는 육감을 가진 존재라 해도 그를 느끼지 못할 터.
그런 판단을 담은 움직임이 거듭된다.
ㅡ 쿵...
그리고 그렇게 마력 파장을 끌어안은 몸이 1층으로 걸음을 내딛으면 소리가 들렸다.
보도 블럭의 낡은 듯한 벽돌이 깨지는 소리.
190cm에 근접한 체구에는 변함이 없는데, 그 몸의 무게에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조절하기 위해 발을 내딛고 걸으면, 보이는 건 1층의 풍경이었다.
"■■■■ ㅡ ! ! ! "
서울 송파의 고급 아파트, 그 지상 주차장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벌거벗은 실혼인이 달려온다.
그는 그것을 보다가 손가락 끝을 거쳐서 마력을 뽑아냈다.
ㅡ 푸슉.
"■...■■......"
고작 손가락에서 연장된 3m 정도의 마력.
매직 미사일 따위로도 말하지 못할 광채다.
겨우 그런 것 따위에 죽은 것을 내버려둔 채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건 폐허였다.
'여기도 상태는 무너져있군.'
차량은 낡았고, 유리창은 깨져 있고, 이상하게 녹아있는 게 절대다수.
한대 한대가 외제차인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중간 중간에 폐허 속에서도 살아있는 듯한 실혼인들이, 지금까지 보던 것보다 강한 개체도 꽤 섞인 채 머리를 기울였다.
'그래 봤자지.'
물론 그렇다 해도 마력을 방사시키는 것만으로 죽일 수 있을 건 당연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의 눈이 가늘어진 채 그런 폐허 너머를 본다.
어둠속에서 분간하기 어렵게 뒤섞이는 듯한 검은 연기가, 저 너머에서 이전보다 희미한 폭음과 함께 진동하고 있었다.
'저것.'
그것을 인지하면서 그의 몸이 천천히 움직인다.
그를 바라보고 뛰어들려 했던 실혼인 하나가 소리없이 쓰러지고, 그의 손가락 끝만이 열선을 뽑은 채 이글거린다.
그것이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그의 몸이 차들의 폐허 속으로 파고들었다.
'전투와 소리는 최소화할까.'
지금의 사용자들이 그를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의 육감을 가졌을리가 없다.
그의 기억 속에 뒤섞인 지식의 파편으로부터 그걸 읽어낸다.
그도 뭔지 모를 0차 시련이라는 것은 제쳐둬야 할 테지만.
적어도 지금의 사용자들이 고작해야 20분 만에 인간을 뛰어넘을 만큼의 힘을 갖췄을리 없음을 파악한다.
'그게 가능한 건 처음부터 인간이 아니었던 초월종超越種뿐.'
그리고 그것을 생각하였을 때, 그의 몸이 인접한 실혼인을 처리함과 동시에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있었다.
몇초 걸리지도 않는다.
저열한 실혼인의 지성은 인지하지 못할 경로로 벗어난 채, 그의 몸이 폐허 속으로 파고들었다.
*
아마도 포탄을 여러 번 맞은 끝에 뼈대가 드러난 건물.
그 안에서 그의 앙화가 피어오른다.
주인도 죽어버린 지 오래일 건물 안에서 주인 노릇을 했던 것 같은, 팔이 네개쯤 등에서 돋아난 실혼인이 불살라지고 있으면.
그 건물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옆 건물에서도 그와 비슷하게 그을음이 피어나고 있었다.
'연전.'
전투의 흔적이고 증거다.
그가 온 5분 동안, 계속해서 전투가 거듭되고 있었다.
'마력이 바닥을 칠 법도 한데 계속해서 싸우고 있나.'
사람은 아래에 있는 듯한 마법사 지망생...혹은 마법사 하나 뿐.
다른 보급은 있을리가 없다.
상대의 마력과 마력 지배력이 앙화와 지옥도와 비견될 수준일 확률은 십분의 일...아니 백분의 일도 될리 없다.
그리고 사용자 권한이 개방되면서 얻었을 마력 회로가 감당하기에는, 그 5분이라는 시간은 길었다.
제대로 된 염열계의 주문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조차도 그렇고, 주문조차 되지 못한 마력을 휘두르는 마투술이라도 그렇다.
"운이, 아주 좋군..."
그러니 다다른 결론은 하나였다.
그건 분명히 사용자가 각성했을 마도술魔道術의 공능일 것이라는 생각.
"말이 안 될 정도로..."
실제로 그렇다면 분명 그에게 지금 당장 필요했을 만큼, 그것은 운이 좋은 일일 터였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좋게 풀릴 수 있을까 ?
ㅡ 후우웅...
그가 있는 고층 건물보다 아래, 아마도 모텔 같은 곳으로 여겨지는 곳의 안.
그 안에 가득 찬 검은 연기와 불길이, 마력에 의해 요동칠 때 그의 생각이 저울 위에 멈췄다.
곧바로 내려가서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갈 것인가, 그러지 않을 것인가.
그것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게 5분이다.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에 비하면...과할 정도로 길었다.
"음 ? "
그리고 그런 와중에, 그의 감각이 미치는 권역에 무언가가 닿았다.
마력은 아니다. 차라리 그에 상반되는 힘에 가까웠다.
그런 것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때, 그의 눈길이 자연히 그 쪽으로 향하면.
그와 눈이 마주친 무언가가 있다.
깜빡이는 동공 안에서 색채가 일렁이는 눈이, 정확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의 권역이 그녀를 감지했을 때 그녀 또한 느꼈다는 것처럼...그렇게 뚫어져라 보고 있던 것이다.
"저건."
무엇인가.
".........."
그의 몸 속에 담겨진 마력은 철저하게 수렴되어 있으니 느낄 수 있을리가 없을텐데, 어떻게 보고 있는걸까.
감각이라고 해도 마력을 복돋아서 체외로 뻗지도 않았다.
그런 기척같은 걸 느끼기에는, 전조도 없고, 지금의 사용자가 느낄 정도가 아니다.
하지만 느꼈다 ?
"
그래서 거대한 마력은 그의 몸에 뿌리내린 지옥도를 통해 통제되어 육체의 안으로 수렴했다.
마력을 운용할 적 기척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오감을 뛰어넘는 육감을 가진 존재라 해도 그를 느끼지 못할 터.
그런 판단을 담은 움직임이 거듭된다.
ㅡ 쿵...
그리고 그렇게 마력 파장을 끌어안은 몸이 1층으로 걸음을 내딛으면 소리가 들렸다.
보도 블럭의 낡은 듯한 벽돌이 깨지는 소리.
190cm에 근접한 체구에는 변함이 없는데, 그 몸의 무게에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조절하기 위해 발을 내딛고 걸으면, 보이는 건 1층의 풍경이었다.
"■■■■ ㅡ ! ! ! "
서울 송파의 고급 아파트, 그 지상 주차장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벌거벗은 실혼인이 달려온다.
그는 그것을 보다가 손가락 끝을 거쳐서 마력을 뽑아냈다.
ㅡ 푸슉.
"■...■■......"
고작 손가락에서 연장된 3m 정도의 마력.
매직 미사일 따위로도 말하지 못할 광채다.
겨우 그런 것 따위에 죽은 것을 내버려둔 채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건 폐허였다.
'여기도 상태는 무너져있군.'
차량은 낡았고, 유리창은 깨져 있고, 이상하게 녹아있는 게 절대다수.
한대 한대가 외제차인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중간 중간에 폐허 속에서도 살아있는 듯한 실혼인들이, 지금까지 보던 것보다 강한 개체도 꽤 섞인 채 머리를 기울였다.
'그래 봤자지.'
물론 그렇다 해도 마력을 방사시키는 것만으로 죽일 수 있을 건 당연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의 눈이 가늘어진 채 그런 폐허 너머를 본다.
어둠속에서 분간하기 어렵게 뒤섞이는 듯한 검은 연기가, 저 너머에서 이전보다 희미한 폭음과 함께 진동하고 있었다.
'저것.'
그것을 인지하면서 그의 몸이 천천히 움직인다.
그를 바라보고 뛰어들려 했던 실혼인 하나가 소리없이 쓰러지고, 그의 손가락 끝만이 열선을 뽑은 채 이글거린다.
그것이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그의 몸이 차들의 폐허 속으로 파고들었다.
'전투와 소리는 최소화할까.'
지금의 사용자들이 그를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의 육감을 가졌을리가 없다.
그의 기억 속에 뒤섞인 지식의 파편으로부터 그걸 읽어낸다.
그도 뭔지 모를 0차 시련이라는 것은 제쳐둬야 할 테지만.
적어도 지금의 사용자들이 고작해야 20분 만에 인간을 뛰어넘을 만큼의 힘을 갖췄을리 없음을 파악한다.
'그게 가능한 건 처음부터 인간이 아니었던 초월종超越種뿐.'
그리고 그것을 생각하였을 때, 그의 몸이 인접한 실혼인을 처리함과 동시에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있었다.
몇초 걸리지도 않는다.
저열한 실혼인의 지성은 인지하지 못할 경로로 벗어난 채, 그의 몸이 폐허 속으로 파고들었다.
*
아마도 포탄을 여러 번 맞은 끝에 뼈대가 드러난 건물.
그 안에서 그의 앙화가 피어오른다.
주인도 죽어버린 지 오래일 건물 안에서 주인 노릇을 했던 것 같은, 팔이 네개쯤 등에서 돋아난 실혼인이 불살라지고 있으면.
그 건물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옆 건물에서도 그와 비슷하게 그을음이 피어나고 있었다.
'연전.'
전투의 흔적이고 증거다.
그가 온 5분 동안, 계속해서 전투가 거듭되고 있었다.
'마력이 바닥을 칠 법도 한데 계속해서 싸우고 있나.'
사람은 아래에 있는 듯한 마법사 지망생...혹은 마법사 하나 뿐.
다른 보급은 있을리가 없다.
상대의 마력과 마력 지배력이 앙화와 지옥도와 비견될 수준일 확률은 십분의 일...아니 백분의 일도 될리 없다.
그리고 사용자 권한이 개방되면서 얻었을 마력 회로가 감당하기에는, 그 5분이라는 시간은 길었다.
제대로 된 염열계의 주문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조차도 그렇고, 주문조차 되지 못한 마력을 휘두르는 마투술이라도 그렇다.
"운이, 아주 좋군..."
그러니 다다른 결론은 하나였다.
그건 분명히 사용자가 각성했을 마도술魔道術의 공능일 것이라는 생각.
"말이 안 될 정도로..."
실제로 그렇다면 분명 그에게 지금 당장 필요했을 만큼, 그것은 운이 좋은 일일 터였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좋게 풀릴 수 있을까 ?
ㅡ 후우웅...
그가 있는 고층 건물보다 아래, 아마도 모텔 같은 곳으로 여겨지는 곳의 안.
그 안에 가득 찬 검은 연기와 불길이, 마력에 의해 요동칠 때 그의 생각이 저울 위에 멈췄다.
곧바로 내려가서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갈 것인가, 그러지 않을 것인가.
그것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게 5분이다.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에 비하면...과할 정도로 길었다.
"음 ? "
그리고 그런 와중에, 그의 감각이 미치는 권역에 무언가가 닿았다.
마력은 아니다. 차라리 그에 상반되는 힘에 가까웠다.
그런 것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때, 그의 눈길이 자연히 그 쪽으로 향하면.
그와 눈이 마주친 무언가가 있다.
깜빡이는 동공 안에서 색채가 일렁이는 눈이, 정확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의 권역이 그녀를 감지했을 때 그녀 또한 느꼈다는 것처럼...그렇게 뚫어져라 보고 있던 것이다.
"저건."
무엇인가.
".........."
그의 몸 속에 담겨진 마력은 철저하게 수렴되어 있으니 느낄 수 있을리가 없을텐데, 어떻게 보고 있는걸까.
감각이라고 해도 마력을 복돋아서 체외로 뻗지도 않았다.
그런 기척같은 걸 느끼기에는, 전조도 없고, 지금의 사용자가 느낄 정도가 아니다.
하지만 느꼈다 ?
"
그의 손가락을 타고 흘러들어간 앙화가 들끓는다.
목을 잡고 들어올린 손에 실린 무게는 가볍다.
100kg도 안 되는 육체 따위를 들어올리는 건 문제없다는 듯한 감각.
"개, 자식...! "
그리고 그렇게 매달린 것이 이를 갈았다. 부릅뜬 눈이 그를 바라본다.
붉은 색의 색채가 감도는, 마력광이 눈 너머로 비쳐보이는 눈.
그는 그 눈을 마주 보다가도 평했다.
이 녀석도 꽤나 쓸만한 자질을 갖고 있다고.
거염적융조巨炎赤融造
소염蘇炎
"죽, 어ㄹ ㅡ ㅡ ㅡ ! "
그에게 목을 붙잡힌 채로도 수인을 맺고, 손을 뻗어올 만큼의 자질.
고작해야 사용자 권한을 각성한 지 20분을 살짝 넘긴 뒤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마력이라는 것을 자각한지 20분만에 행한 것이라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자질인 것이다.
그와 같은 경우도 아닐텐데, 이건 너무 쉽게 전투에 적합해진 것이 아닌가.
보통의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을텐데.
'...나와 같은 경우 ? '
그리고 문득 든 생각에 반응하면서 그의 몸이 움직인다.
뻗어져오는 건 불이 맺힌 손.
손바닥의 장심掌心에서부터 터져나오는 불길이 있다.
그것에 휘말린 것을 찢어발길 것처럼 휘몰아치는 불길의 소용돌이.
'...중요하지 않나. 지금은.'
그저 그것을 마주할 적에, 의식意識이 진동하는 것도 같았다.
그는 그것이 노리는 그대로의 궤적에 제 자신의 심장을 두었을 뿐이다.
그러면서 운용하는 것은 그 심장 부의 피륙에서부터 튀어나오는 것.
"너무."
그의 손가락과 가슴께에서부터, 앙화가 의지와 반응하며 일그러졌다.
그리고 상대의 불길을 머금은 손이 마주쳤을 때, 주문의 폭산보다 앞서서 ㅡ 앙화가 그 부피를 부풀린다.
ㅡ 크, 극 ㅡㅡㅡㅡ
'불사른다.'
뒤얽히는 연결.
그의 심장에 맞닿은 채 살점을 뒤얽고 갈아버리면서 폭발했을 불꽃이 앙화에게 붙잡힌다.
주문의 형태로 바뀐 마법이, 주문에 이르지 못한 마력에 의해 짓눌리는 장광.
마력의 안에 들끓는 용력龍力이 속삭여왔다.
'겨우 이딴 것에게 모든 힘을 보일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그 양은 상대에 비하면 적다.
'격格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상관없다.
"큰 소리를 내지 마라."
" 미, 친 ㅡㅡㅡㅡㅡㅡ...!"
그의 마력에 대한 지배력이 그것을 짓밟을 수 있음을 정확하게 가늠했기에 그렇다.
상대의 마력이 뒤틀린 끝에 만들어진 주문을 짓밟는 건, 앙화라고 하는 힘 그 자체의 성질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렇게 1초.
흉중을 때리는듯한 폭발이 그대로 앙화의 아가리 속에서 짓눌리고.
"저 뒤에 있을 네 동료가 들을면 큰 일 아닌가."
동일하게 마법사의 육신을 채우고 있던 주문력을 앙화가 뚫는다.
그것이 비명을 내지르려고 하는 듯 했지만 그 전에 손가락이 목의 살 속에 파고들었다.
뼈에 손가락이 맞닿고, 성대가 압박된다.
아니면 식도가 압박되는 걸지도 모르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그저 그 발버둥치는 몸의, 구멍 뚫린 목이 내는 듯한 공기 빠지는 소리.
그 소리가 사그라들면서 그것의 몸이 점점 뻣뻣하게 퍼진 채 멈춰간다는 것에 만족할 뿐.
그리고 1초가 더 지났을 때.
ㅡ 우드드...
그의 손 안에서 붙잡혀 있던 젊은 마법사 하나의 목뼈가 완전히 녹아내렸다.
목뼈와 그것에 얽힌 모든 것이, 손 안에 붙잡힌 채 으깨진다.
천천히 마력광이 사라진 채 그 안에 담겼던 지성을 잃는 눈.
손 끝까지 가득 찼던 힘과 그에 대한 통제력이 풀린 채, 체내에 가득 찬 마력이 날뛰기 시작할 곧 터질 폭탄같은 몸.
그것을 보면서 그는 그저 불길을 일으킬 뿐이다.
시체 따위에 감흥을 갖기에는, 그는 이미 너무 많이 죽였다.
그리고.
그리고.
그는...
*
[사용자 이수현의 『하계현상화』 발동.]
[사용자 이수현의 사용자 최유준 살해 확인, 업화業火 발현, 상대의 혼 완전 소각 및 사용자 권한 소실.]
*
'...사람을, 너무 많이 죽였다 ? '
*
[업業을 소각한 결과, 사용자 이수현에게 일반 특성 《거염적융조巨炎赤融造》가 형성되었다.]
[재능의 금제는 이어지고 있다 • • • ]
*
그의 감은 눈 너머로는 층層이 쌓였다.
땅조차 없는 이글거리는 불빛과, 하늘을 대신하는 듯한 무언가의 몸.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 대신에 그것의 비늘을 헤아릴 수 있다.
그런 들끓는 풍경 속에서 그는 천천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무엇인지 모를 것이야말로 그의 심상心狀이라는 것을.
ㅡ 불은炎, 번진다蘇.
그러한 심상의 안에서는 그가 불태워 먹어치운 것이 이글거리며 일렁였다.
절규하듯, 불길에 의해 속박된 것이, 불길에 의해 씹어 삼켜지며 내뱉고 있다.
그것이 마법에 접하면서 얻었던 깨달음을.
ㅡ 살아가기 위해서는 먹어치워야 한다. 먹기 위해서는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불이야말로 그것의 증명 그 자체다.
그는 그 깨달음을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세월만큼의 것만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진 생명체기에.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
ㅡ 그런데도 나는, 불타버렸나.
피눈물을 흘리듯 질식해 죽어가는 혼.
그 자아를 넘어서 그것의 존재 자체를 불살라 장작으로 삼는 앙화.
스스로 죽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중얼거리는 말을 이해할 수 있기에.
도리어, 그것이 갖고 있던 깨달음이 응축한다.
저주하듯 이루지 못한 것을 외치기 시작하는 영靈을 바라보며.
그는 그 깨달음이야말로 거염적융조巨炎赤融造의 마도술을 이루는 시작점임을 알았다.
퍼져나오는 불길.
무언가를 찢고 부수고 태워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마음 그 자체.
그 깨달음에 담긴 의념意念이야말로, 마법을 이루는 골자.
ㅡ 잘못되었다. 하지만 져버렸어. 싫다. 이런 불은 싫어. 타버린다. 내가, 나는, 나, 는...
그 의념을 담아서 손 끝에 서린 앙화를 조작한다.
앙화 속에서 움직이는 의념의 유동이야말로, 단순한 마魔를 법法으로 빚어내는 변모임을 체득한다.
일위계一位界 마법魔法, 소염蘇炎.
ㅡ 나는, 무엇이지 ?
마력이 집속한 끝에 사방팔방으로 확산하며 태울 것을 쫓는 그 모습 속에서.
그는 자신이 일층위一層位의 마법사가 되었음을 이해했다.
ㅡ 나는, 나는...왜...이런 곳에...
그의 심상 안에서 타들어가는 마법사의 혼이 중얼거리는 말.
들려오는 그 말은, 멈추지 않는 채로.
*
사용자 최유준은 소년 가장이었다.
부모에게 버려진 채 동생 하나만 남아있던 몸.
유전은 어디 가질 않아서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기는 했으나 그들과의 차이점은 책임감이었겠지.
그렇기 때문에 동생을 어떻게든 먹여살리면서 그는 살았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내노라하는 대학까지도 들어간 모양이다.
" • • • 수재는, 맞았군."
그리고 그렇게 과외를 풀로 돌려가며 번 비용으로 동생 뒷바라지를 넘어서 돈을 쌓으려던 때에.
그것은 이런 곳에 끌려와 버렸다.
그걸 넘어서 그가 바라던 것이 이뤄질 날은 오지 않게 됐다.
ㅡ 화륵...
어느샌가 타들어가는 것을 넘어서 잿가루만 남은, 그의 시체가 있던 곳을 내려다본다.
그을음같은 것이 남은 바닥을 발로 밟으면, 내 것과 체형이 다른 발이 그 그을음을 덮으며 가렸다.
육신의 변화다.
거울은 없지만 얼굴을 어루만질 때, 그는 제 자신의 얼굴이 완전히 다른 형태가 되었음을 체감했다.
말하자면, 그가 집어삼킨 그것의 얼굴과 거의 완전하게 동일하다 해야 할 정도의 수준.
'하긴, 그렇기 때문에 단 30여분만에 일층위의 마법사가 될 수 있었나.'
그리고 그것을 체감할 때, 약간은 멀리서 기척이 빠른 속도로 달려옴을 느꼈다.
아마도 층은 대략해서 3층 정도 떨어진 것 같다.
하지만 달려오는 속도가 빨라서 올라오는 데는 10여초도 걸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 정체는.'
알고 있다.
'최유준의 여동생.'
그게 누구를 뜻하는 것인지도, 그는 영혼에게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기억했기에 알고 있었다.
부족한 건 준비일 뿐.
무엇이 부족한가. 간단명료한 이야기였다.
도리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스스로를 질색시킬 사실을 그는 체감하고 있었다.
볼 자신이 없던 것이다. 최유준의 여동생을, 최유준의 얼굴을 한 채로.
"이런."
그게 대체 무슨 모순적인 생각인가.
그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그걸 넘어서 깨닫는 순간 머리가 식어버렸을 정도였다.
겨우 그딴 행위에 망설일 거였으면 죽이질 말았어야지.
그 정도에 비적거릴 거였으면 돌아올 이유는 뭐였나.
사람을 잡아먹어서 되돌려 받기로 한 것이 아니었나.
그래서라도, 이뤄야만 했던 게 있는 것 아니었나.
"...아니."
...하지만 그런 생각이 떠오를 적 멈춘 채 그가 숨쉬며 호흡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의 낯에 가득 찼던 혼란 따위의 감정은 사라졌다.
'그건.'
그저 그가 입고 있던 옷이 최유준의 것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신경쓰면서.
등을 돌린 채 바라봤을 뿐이다.
'내 생각이 맞나 ? '
"오빠 ? "
어느샌가 찾아온 붉은 머리의, 마력 각성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짙은 혼란이 가득 찬 듯한 눈, 어디서 난 것인지 모를 참수검 같은 것을 들고 있는 몸.
길게 갈라진 눈동자를 볼 때 생각한다.
어쩌면.
이 여자를 지금 만나는 것이 그가 지금 돌아온 이유였을지도 몰랐다.
그 눈동자를 본 적이 있다고 그리 생각하고 있으면.
:: 2차 시련 시작까지 10분 잔존. ::
머릿속에 울린 생각들이, 그들 사이에서 울렸다.
::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
목을 잡고 들어올린 손에 실린 무게는 가볍다.
100kg도 안 되는 육체 따위를 들어올리는 건 문제없다는 듯한 감각.
"개, 자식...! "
그리고 그렇게 매달린 것이 이를 갈았다. 부릅뜬 눈이 그를 바라본다.
붉은 색의 색채가 감도는, 마력광이 눈 너머로 비쳐보이는 눈.
그는 그 눈을 마주 보다가도 평했다.
이 녀석도 꽤나 쓸만한 자질을 갖고 있다고.
거염적융조巨炎赤融造
소염蘇炎
"죽, 어ㄹ ㅡ ㅡ ㅡ ! "
그에게 목을 붙잡힌 채로도 수인을 맺고, 손을 뻗어올 만큼의 자질.
고작해야 사용자 권한을 각성한 지 20분을 살짝 넘긴 뒤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마력이라는 것을 자각한지 20분만에 행한 것이라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자질인 것이다.
그와 같은 경우도 아닐텐데, 이건 너무 쉽게 전투에 적합해진 것이 아닌가.
보통의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을텐데.
'...나와 같은 경우 ? '
그리고 문득 든 생각에 반응하면서 그의 몸이 움직인다.
뻗어져오는 건 불이 맺힌 손.
손바닥의 장심掌心에서부터 터져나오는 불길이 있다.
그것에 휘말린 것을 찢어발길 것처럼 휘몰아치는 불길의 소용돌이.
'...중요하지 않나. 지금은.'
그저 그것을 마주할 적에, 의식意識이 진동하는 것도 같았다.
그는 그것이 노리는 그대로의 궤적에 제 자신의 심장을 두었을 뿐이다.
그러면서 운용하는 것은 그 심장 부의 피륙에서부터 튀어나오는 것.
"너무."
그의 손가락과 가슴께에서부터, 앙화가 의지와 반응하며 일그러졌다.
그리고 상대의 불길을 머금은 손이 마주쳤을 때, 주문의 폭산보다 앞서서 ㅡ 앙화가 그 부피를 부풀린다.
ㅡ 크, 극 ㅡㅡㅡㅡ
'불사른다.'
뒤얽히는 연결.
그의 심장에 맞닿은 채 살점을 뒤얽고 갈아버리면서 폭발했을 불꽃이 앙화에게 붙잡힌다.
주문의 형태로 바뀐 마법이, 주문에 이르지 못한 마력에 의해 짓눌리는 장광.
마력의 안에 들끓는 용력龍力이 속삭여왔다.
'겨우 이딴 것에게 모든 힘을 보일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그 양은 상대에 비하면 적다.
'격格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상관없다.
"큰 소리를 내지 마라."
" 미, 친 ㅡㅡㅡㅡㅡㅡ...!"
그의 마력에 대한 지배력이 그것을 짓밟을 수 있음을 정확하게 가늠했기에 그렇다.
상대의 마력이 뒤틀린 끝에 만들어진 주문을 짓밟는 건, 앙화라고 하는 힘 그 자체의 성질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렇게 1초.
흉중을 때리는듯한 폭발이 그대로 앙화의 아가리 속에서 짓눌리고.
"저 뒤에 있을 네 동료가 들을면 큰 일 아닌가."
동일하게 마법사의 육신을 채우고 있던 주문력을 앙화가 뚫는다.
그것이 비명을 내지르려고 하는 듯 했지만 그 전에 손가락이 목의 살 속에 파고들었다.
뼈에 손가락이 맞닿고, 성대가 압박된다.
아니면 식도가 압박되는 걸지도 모르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그저 그 발버둥치는 몸의, 구멍 뚫린 목이 내는 듯한 공기 빠지는 소리.
그 소리가 사그라들면서 그것의 몸이 점점 뻣뻣하게 퍼진 채 멈춰간다는 것에 만족할 뿐.
그리고 1초가 더 지났을 때.
ㅡ 우드드...
그의 손 안에서 붙잡혀 있던 젊은 마법사 하나의 목뼈가 완전히 녹아내렸다.
목뼈와 그것에 얽힌 모든 것이, 손 안에 붙잡힌 채 으깨진다.
천천히 마력광이 사라진 채 그 안에 담겼던 지성을 잃는 눈.
손 끝까지 가득 찼던 힘과 그에 대한 통제력이 풀린 채, 체내에 가득 찬 마력이 날뛰기 시작할 곧 터질 폭탄같은 몸.
그것을 보면서 그는 그저 불길을 일으킬 뿐이다.
시체 따위에 감흥을 갖기에는, 그는 이미 너무 많이 죽였다.
그리고.
그리고.
그는...
*
[사용자 이수현의 『하계현상화』 발동.]
[사용자 이수현의 사용자 최유준 살해 확인, 업화業火 발현, 상대의 혼 완전 소각 및 사용자 권한 소실.]
*
'...사람을, 너무 많이 죽였다 ? '
*
[업業을 소각한 결과, 사용자 이수현에게 일반 특성 《거염적융조巨炎赤融造》가 형성되었다.]
[재능의 금제는 이어지고 있다 • • • ]
*
그의 감은 눈 너머로는 층層이 쌓였다.
땅조차 없는 이글거리는 불빛과, 하늘을 대신하는 듯한 무언가의 몸.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 대신에 그것의 비늘을 헤아릴 수 있다.
그런 들끓는 풍경 속에서 그는 천천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무엇인지 모를 것이야말로 그의 심상心狀이라는 것을.
ㅡ 불은炎, 번진다蘇.
그러한 심상의 안에서는 그가 불태워 먹어치운 것이 이글거리며 일렁였다.
절규하듯, 불길에 의해 속박된 것이, 불길에 의해 씹어 삼켜지며 내뱉고 있다.
그것이 마법에 접하면서 얻었던 깨달음을.
ㅡ 살아가기 위해서는 먹어치워야 한다. 먹기 위해서는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불이야말로 그것의 증명 그 자체다.
그는 그 깨달음을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세월만큼의 것만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진 생명체기에.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
ㅡ 그런데도 나는, 불타버렸나.
피눈물을 흘리듯 질식해 죽어가는 혼.
그 자아를 넘어서 그것의 존재 자체를 불살라 장작으로 삼는 앙화.
스스로 죽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중얼거리는 말을 이해할 수 있기에.
도리어, 그것이 갖고 있던 깨달음이 응축한다.
저주하듯 이루지 못한 것을 외치기 시작하는 영靈을 바라보며.
그는 그 깨달음이야말로 거염적융조巨炎赤融造의 마도술을 이루는 시작점임을 알았다.
퍼져나오는 불길.
무언가를 찢고 부수고 태워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마음 그 자체.
그 깨달음에 담긴 의념意念이야말로, 마법을 이루는 골자.
ㅡ 잘못되었다. 하지만 져버렸어. 싫다. 이런 불은 싫어. 타버린다. 내가, 나는, 나, 는...
그 의념을 담아서 손 끝에 서린 앙화를 조작한다.
앙화 속에서 움직이는 의념의 유동이야말로, 단순한 마魔를 법法으로 빚어내는 변모임을 체득한다.
일위계一位界 마법魔法, 소염蘇炎.
ㅡ 나는, 무엇이지 ?
마력이 집속한 끝에 사방팔방으로 확산하며 태울 것을 쫓는 그 모습 속에서.
그는 자신이 일층위一層位의 마법사가 되었음을 이해했다.
ㅡ 나는, 나는...왜...이런 곳에...
그의 심상 안에서 타들어가는 마법사의 혼이 중얼거리는 말.
들려오는 그 말은, 멈추지 않는 채로.
*
사용자 최유준은 소년 가장이었다.
부모에게 버려진 채 동생 하나만 남아있던 몸.
유전은 어디 가질 않아서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기는 했으나 그들과의 차이점은 책임감이었겠지.
그렇기 때문에 동생을 어떻게든 먹여살리면서 그는 살았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내노라하는 대학까지도 들어간 모양이다.
" • • • 수재는, 맞았군."
그리고 그렇게 과외를 풀로 돌려가며 번 비용으로 동생 뒷바라지를 넘어서 돈을 쌓으려던 때에.
그것은 이런 곳에 끌려와 버렸다.
그걸 넘어서 그가 바라던 것이 이뤄질 날은 오지 않게 됐다.
ㅡ 화륵...
어느샌가 타들어가는 것을 넘어서 잿가루만 남은, 그의 시체가 있던 곳을 내려다본다.
그을음같은 것이 남은 바닥을 발로 밟으면, 내 것과 체형이 다른 발이 그 그을음을 덮으며 가렸다.
육신의 변화다.
거울은 없지만 얼굴을 어루만질 때, 그는 제 자신의 얼굴이 완전히 다른 형태가 되었음을 체감했다.
말하자면, 그가 집어삼킨 그것의 얼굴과 거의 완전하게 동일하다 해야 할 정도의 수준.
'하긴, 그렇기 때문에 단 30여분만에 일층위의 마법사가 될 수 있었나.'
그리고 그것을 체감할 때, 약간은 멀리서 기척이 빠른 속도로 달려옴을 느꼈다.
아마도 층은 대략해서 3층 정도 떨어진 것 같다.
하지만 달려오는 속도가 빨라서 올라오는 데는 10여초도 걸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 정체는.'
알고 있다.
'최유준의 여동생.'
그게 누구를 뜻하는 것인지도, 그는 영혼에게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기억했기에 알고 있었다.
부족한 건 준비일 뿐.
무엇이 부족한가. 간단명료한 이야기였다.
도리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스스로를 질색시킬 사실을 그는 체감하고 있었다.
볼 자신이 없던 것이다. 최유준의 여동생을, 최유준의 얼굴을 한 채로.
"이런."
그게 대체 무슨 모순적인 생각인가.
그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그걸 넘어서 깨닫는 순간 머리가 식어버렸을 정도였다.
겨우 그딴 행위에 망설일 거였으면 죽이질 말았어야지.
그 정도에 비적거릴 거였으면 돌아올 이유는 뭐였나.
사람을 잡아먹어서 되돌려 받기로 한 것이 아니었나.
그래서라도, 이뤄야만 했던 게 있는 것 아니었나.
"...아니."
...하지만 그런 생각이 떠오를 적 멈춘 채 그가 숨쉬며 호흡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의 낯에 가득 찼던 혼란 따위의 감정은 사라졌다.
'그건.'
그저 그가 입고 있던 옷이 최유준의 것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신경쓰면서.
등을 돌린 채 바라봤을 뿐이다.
'내 생각이 맞나 ? '
"오빠 ? "
어느샌가 찾아온 붉은 머리의, 마력 각성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짙은 혼란이 가득 찬 듯한 눈, 어디서 난 것인지 모를 참수검 같은 것을 들고 있는 몸.
길게 갈라진 눈동자를 볼 때 생각한다.
어쩌면.
이 여자를 지금 만나는 것이 그가 지금 돌아온 이유였을지도 몰랐다.
그 눈동자를 본 적이 있다고 그리 생각하고 있으면.
:: 2차 시련 시작까지 10분 잔존. ::
머릿속에 울린 생각들이, 그들 사이에서 울렸다.
::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
빌어먹을
이명이 멈추지를 않는군
술을 그만 마셔야하는데
야호 !
노래노래 힙합노래
중요한 것은 육체에 존재하는 세가지 응집점을 믿는 것이다.
하단전, 기해. 중단전, 단중. 상단전, 백회.
호흡을 통해 흘러들어온 기를 체내에 받아들인다.
그러한 과정에서 기氣의 순도를 정교하게 가다듬는 것에 그 세가지 응집점은 작용한다.
가부좌를 틀고, 오심五心을 위로 향하고, 마음을 경건하게 바라볼 적에,
세 단전에 향하는 심력은 흐르는 기가 막힌 것 같은 길을 뚫을 동력을 주기 때문이었다.
모든 혈자리가 동일할 얘기이겠지만 그 세가지의 단전 혈자리에,
얼마나 깊게 정신의 여력을 쏟는가야말로 기를 이끄는 공력功力의 원천이 된다.
비록 그의 육신에 뚫려 있는 혈자리는 몇 되지 않는다고 하나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소주천小周天의 가장 간단한 구성 요소를 이루는 데 필요한 건 이제 넷.'
어두침침하게 불이 꺼진 방 안.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와중, 감은 눈이 제 자신의 내면을 완전히 들여다보면서 헤아린다.
이 짓을 한 것도 이미 어언 3년이 넘었다.
지금은 어린 그의 몸은 혈자리에 탁기가 그리 쌓이지 않았기에,
고작 3년의 적공만으로도 천천히 기가 활류活流를 이루고 있었다.
피가 전신을 도는 것보다는 세배는 느리게 흐르는 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단전에 쌓인 삼재심법의 진기가 모종母種처럼 그것을 붙잡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 세배는 느리게 흐르는 기를 이끄는 것이야말로 그의 내공.
거듭된 호흡에 외기와 뒤섞인 진기가 전신을 돌며 시작과 끝을 이을 때 그의 몸은 천천히 떨린다.
'견우肩髃와 극천極泉, 기충氣衝과 음렴陰廉.'
수백번을 부딪히며 밀어올린 끝에 뚫리기 시작한 것이다.
팔과 다리와 몸을 이어주는 접지혈接肢穴이.
'내공內功의 정로貞路가 뚫린다.'
인체 전신을 순환하는 가장 곧은 길을 막고 있던 혈자리가, 그의 내공에 반응하며 타혈打穴되기 시작란다.
그것이야말로 내공의 경지가 올라가는 증거일 수 밖에 없었다.
이미 1년 전부터 이와 같은 시도를 반복했으나 실패했었던 걸 기억하는 채로,
그는 서두르지 않고 그저 내공을 실어 올렸다.
여러번의 호흡이 한번의 순환을 이끈다.
천천히, 삼재심법의 흐름이 빚어낸 활류活流가 마치 육체를 들끓는 불처럼 달굴 적에.
마침내 완전히 열린 하단전의 기혈이 팔과 다리의 접지혈과 감응하며,
끝내 내공이 부풀어 오르며 기가 움직이는 속도를 가속시키는 것이다.
'팔과 다리로 흐르던 기가 우회할 수 밖에 없던 벽이 파괴된다 • • • '
몇번의 호흡.
그 몇번이나 한 호흡이 한번 한번마다 마침내 기를 한바퀴 휘돌린다.
육체를 타고 흐르는 기가 한 호흡만에 전신 혈도를 완전히 순환하는 걸 느낀 채,
그는 자신이 도달한 경지를 정의했다.
'이것이, 주천화부周天火符의 경지인가.'
이천성, 5세..
그는 마침내 삼재심법의 이류二流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너무 큰 기쁨도 없고, 너무 큰 울림도 없이.
그것을 느낀 채, 그는 기호흡을 마친 채 천천히 눈을 떴다 • • •
*
*
*
그리고 3시간 뒤, 부모님이 나간 뒤 인터넷을 통해 Xhub에 접속하려던 그는 본질적인 문제가 달라지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빌어먹을. 절대적인 내공양이 부족하다 이건가 ? "
촉수가 마법소녀의 팔다리를 얽은 모습이 모자이크된 동영상.
그것을 보려고 클릭할 적에 아직도 정부의 검열은 유지되고 있다.
내공 총량이 반갑자를 넘어야 한다는 제한이,
마우스를 잡은 그의 손이 이류의 내공을 전달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굳건했다.
"대체, 언제. 언제쯤에."
아무래도 그는 좀 더 고련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나는 마법소녀가 촉수한테 쑤셔지는 동영상을 볼 수 있는거지...? "
그걸 채우려면 아무리 빨라도 십년은 걸릴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그는 그 검열이 성인 인증보다 더한 제약임을 인정했다.
하단전, 기해. 중단전, 단중. 상단전, 백회.
호흡을 통해 흘러들어온 기를 체내에 받아들인다.
그러한 과정에서 기氣의 순도를 정교하게 가다듬는 것에 그 세가지 응집점은 작용한다.
가부좌를 틀고, 오심五心을 위로 향하고, 마음을 경건하게 바라볼 적에,
세 단전에 향하는 심력은 흐르는 기가 막힌 것 같은 길을 뚫을 동력을 주기 때문이었다.
모든 혈자리가 동일할 얘기이겠지만 그 세가지의 단전 혈자리에,
얼마나 깊게 정신의 여력을 쏟는가야말로 기를 이끄는 공력功力의 원천이 된다.
비록 그의 육신에 뚫려 있는 혈자리는 몇 되지 않는다고 하나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소주천小周天의 가장 간단한 구성 요소를 이루는 데 필요한 건 이제 넷.'
어두침침하게 불이 꺼진 방 안.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와중, 감은 눈이 제 자신의 내면을 완전히 들여다보면서 헤아린다.
이 짓을 한 것도 이미 어언 3년이 넘었다.
지금은 어린 그의 몸은 혈자리에 탁기가 그리 쌓이지 않았기에,
고작 3년의 적공만으로도 천천히 기가 활류活流를 이루고 있었다.
피가 전신을 도는 것보다는 세배는 느리게 흐르는 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단전에 쌓인 삼재심법의 진기가 모종母種처럼 그것을 붙잡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 세배는 느리게 흐르는 기를 이끄는 것이야말로 그의 내공.
거듭된 호흡에 외기와 뒤섞인 진기가 전신을 돌며 시작과 끝을 이을 때 그의 몸은 천천히 떨린다.
'견우肩髃와 극천極泉, 기충氣衝과 음렴陰廉.'
수백번을 부딪히며 밀어올린 끝에 뚫리기 시작한 것이다.
팔과 다리와 몸을 이어주는 접지혈接肢穴이.
'내공內功의 정로貞路가 뚫린다.'
인체 전신을 순환하는 가장 곧은 길을 막고 있던 혈자리가, 그의 내공에 반응하며 타혈打穴되기 시작란다.
그것이야말로 내공의 경지가 올라가는 증거일 수 밖에 없었다.
이미 1년 전부터 이와 같은 시도를 반복했으나 실패했었던 걸 기억하는 채로,
그는 서두르지 않고 그저 내공을 실어 올렸다.
여러번의 호흡이 한번의 순환을 이끈다.
천천히, 삼재심법의 흐름이 빚어낸 활류活流가 마치 육체를 들끓는 불처럼 달굴 적에.
마침내 완전히 열린 하단전의 기혈이 팔과 다리의 접지혈과 감응하며,
끝내 내공이 부풀어 오르며 기가 움직이는 속도를 가속시키는 것이다.
'팔과 다리로 흐르던 기가 우회할 수 밖에 없던 벽이 파괴된다 • • • '
몇번의 호흡.
그 몇번이나 한 호흡이 한번 한번마다 마침내 기를 한바퀴 휘돌린다.
육체를 타고 흐르는 기가 한 호흡만에 전신 혈도를 완전히 순환하는 걸 느낀 채,
그는 자신이 도달한 경지를 정의했다.
'이것이, 주천화부周天火符의 경지인가.'
이천성, 5세..
그는 마침내 삼재심법의 이류二流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너무 큰 기쁨도 없고, 너무 큰 울림도 없이.
그것을 느낀 채, 그는 기호흡을 마친 채 천천히 눈을 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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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시간 뒤, 부모님이 나간 뒤 인터넷을 통해 Xhub에 접속하려던 그는 본질적인 문제가 달라지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빌어먹을. 절대적인 내공양이 부족하다 이건가 ? "
촉수가 마법소녀의 팔다리를 얽은 모습이 모자이크된 동영상.
그것을 보려고 클릭할 적에 아직도 정부의 검열은 유지되고 있다.
내공 총량이 반갑자를 넘어야 한다는 제한이,
마우스를 잡은 그의 손이 이류의 내공을 전달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굳건했다.
"대체, 언제. 언제쯤에."
아무래도 그는 좀 더 고련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나는 마법소녀가 촉수한테 쑤셔지는 동영상을 볼 수 있는거지...? "
그걸 채우려면 아무리 빨라도 십년은 걸릴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그는 그 검열이 성인 인증보다 더한 제약임을 인정했다.
그가 마법소녀가 촉수에 쑤셔지는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된 건 그로부터 팔년 뒤의 일이였다.
그건 매우 빨랐다.
완연한 일류 수준의 내공을 가진 게 고작해야 열세살이라니,
왠만한 이 세상의 무가武家에서도 흔치 않을 정도의 속도였다.
물론 그로서는 그다지 인정할 만한 점은 아니다.
자기 자신이 기재라고 부를 정도라고 하기에는, 두살부터 열세살까지,
그는 매일 열시간 이상을 내공 수련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ㅡ 타닥, 타닥...
ㅡ 앙 ♡ 싫엇 ♡ 안 돼 ♡ 거기는 ♡
"그 시간을 제대로 된 기공에 썼다면 지금쯤 절정고수라도 됐을까."
모를 일이다.
그의 내공이 반갑자까지 늘어난 것도 어디까지나 시간과,
다른 사람들은 시도할 수 없을 정도로 육체가 깨끗할 때부터 심법을 수련했기 때문이니까.
냉정하게 서초구에서 활동한다는 마법소녀의 다리가 양옆으로 벌려진 걸 품평하다가,
그걸 찍은 듯한 시민의 계정에 좋아요와 오프라인에 저장을 눌러둔 뒤 그가 창을 벗어났다.
검색.
반갑자 정도 되는 내공을 가진 이후로 풀린 인터넷 검열을 따라 그가 요즘 찾아보는 건 무공이다.
심법을 찾아보는 것인가 할 수도 있지만 딱히 그런 건 아니다.
애당초 인터넷에 풀려있는 심법 중에 익힐 만한 건 어디 악의 결사나 마교가 뿌린 마공인 걸 알았기에,
그가 요즘 찾아보고 있는 건 기초적인 무기술과 그 개론 같은 것이었다.
'옆집 녀석이 요즘 너무 건방지단 말이지.'
편모 가정이라 어디 무관 같은 데에 가지 못한 그와는 다른 금수저 녀석.
삼재심법을 EBS로 배운 그와 달리 돈이 많은 옆집은 그 집 딸을,
이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무관에 기명제자로 들여보냈다 했던가.
그렇기 때문인지 같은 학교에 같은 반인 녀석이 그를 알아보고 계속 뻗대는 것이다.
내공의 총량으로는 그보다 세배는 더 낮은 녀석이 그러는 꼴을 보니,
배알이 꼴려서 그도 내공에 맞는 무기술을 찾아보기 시작한 게 요즘의 일상이었다.
'검색. 무기술. 도술. 검술. 마공 아닌 쪽. 헌터 기본 검술. 참철검 • • • '
물론 그런 게 성과로 돌아오는 일보다는 무공을 익힌 무인이 괴인한테 잡히는 동영상이 더 많이 뜨지만.
그건 그것대로 이득이니 상관은 없었다.
그런 무인들이 잡혀서 범해지기 전에 선보이는 무공같은 것들을 보는 것도 재미는 있었고.
그렇지만 • • • 그가 검법이나 무공같은 무기술을 익히려는 데에는 더한 이유가 있었다.
그건 매우 빨랐다.
완연한 일류 수준의 내공을 가진 게 고작해야 열세살이라니,
왠만한 이 세상의 무가武家에서도 흔치 않을 정도의 속도였다.
물론 그로서는 그다지 인정할 만한 점은 아니다.
자기 자신이 기재라고 부를 정도라고 하기에는, 두살부터 열세살까지,
그는 매일 열시간 이상을 내공 수련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ㅡ 타닥, 타닥...
ㅡ 앙 ♡ 싫엇 ♡ 안 돼 ♡ 거기는 ♡
"그 시간을 제대로 된 기공에 썼다면 지금쯤 절정고수라도 됐을까."
모를 일이다.
그의 내공이 반갑자까지 늘어난 것도 어디까지나 시간과,
다른 사람들은 시도할 수 없을 정도로 육체가 깨끗할 때부터 심법을 수련했기 때문이니까.
냉정하게 서초구에서 활동한다는 마법소녀의 다리가 양옆으로 벌려진 걸 품평하다가,
그걸 찍은 듯한 시민의 계정에 좋아요와 오프라인에 저장을 눌러둔 뒤 그가 창을 벗어났다.
검색.
반갑자 정도 되는 내공을 가진 이후로 풀린 인터넷 검열을 따라 그가 요즘 찾아보는 건 무공이다.
심법을 찾아보는 것인가 할 수도 있지만 딱히 그런 건 아니다.
애당초 인터넷에 풀려있는 심법 중에 익힐 만한 건 어디 악의 결사나 마교가 뿌린 마공인 걸 알았기에,
그가 요즘 찾아보고 있는 건 기초적인 무기술과 그 개론 같은 것이었다.
'옆집 녀석이 요즘 너무 건방지단 말이지.'
편모 가정이라 어디 무관 같은 데에 가지 못한 그와는 다른 금수저 녀석.
삼재심법을 EBS로 배운 그와 달리 돈이 많은 옆집은 그 집 딸을,
이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무관에 기명제자로 들여보냈다 했던가.
그렇기 때문인지 같은 학교에 같은 반인 녀석이 그를 알아보고 계속 뻗대는 것이다.
내공의 총량으로는 그보다 세배는 더 낮은 녀석이 그러는 꼴을 보니,
배알이 꼴려서 그도 내공에 맞는 무기술을 찾아보기 시작한 게 요즘의 일상이었다.
'검색. 무기술. 도술. 검술. 마공 아닌 쪽. 헌터 기본 검술. 참철검 • • • '
물론 그런 게 성과로 돌아오는 일보다는 무공을 익힌 무인이 괴인한테 잡히는 동영상이 더 많이 뜨지만.
그건 그것대로 이득이니 상관은 없었다.
그런 무인들이 잡혀서 범해지기 전에 선보이는 무공같은 것들을 보는 것도 재미는 있었고.
그렇지만 • • • 그가 검법이나 무공같은 무기술을 익히려는 데에는 더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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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가로지르는 건 성취가 부족한 문인은 베어버린다는 하광검문의 기풍이다.
그리고 실제로 몇번이고 베었던 현검자의 솜씨는.
마치 환상처럼 목 근처를 슬며시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환상통인가 ?
아니면 내공의 흐름이 주는 감각인가.
그것을 분간하던 와중에 물었다.
"의뢰의 상세를 말해주십시오. 필요합니다."
선택권은 없다면 어차피 받아들여야 한다.
사도삼가士道三家.
대한민국이 설립된 이후에도 남았다는 서울 최대 명문가 셋 중 하나가 망해버릴 지경의 일.
자연스레 떠올리는 건 하나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거부한다 해도, 이런 정보를 들은 시점에서 이 일에 엮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선택해야만 했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이 될 선택을.
"영사마교靈蛇魔敎에 대해 알고 있느냐 ? "
아마도, 그건 현검자의 말에 대해 전적으로 협력하는 일이겠지.
영사마교.
마도팔문 • • • 들어본 적은 없는 분류다. 그렇지만 그 일부로 언급된 영사마교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있었다.
"새천년 이후 왜국에서 전해져온 역병疫病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네 말이 옳다. 그리고 ? "
"또한 그들이 숭배하는 머리 없는 뱀은 왜국 본토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요大妖이자 악신惡神이니.
그 권속으로 우화한 이들이 큰 문제가 됐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 • • "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우상偶像에 기도한 이의 몸에 파고들어가 머리를 뽑고 그 자리를 대체한다는 악령.
그것에 씌인 이는 멀쩡하게 걸어다고 살아가는 듯 하지만 뱀이 눈을 뜨면 맨 손으로 집을 부순다 했다.
차를 주먹질로 부수고, 요사한 목소리가 사람을 홀리며, 헌터의 기감을 속일 수 있다 했던가.
"그 정도는 일류고 • • • 아니, 일류 수준의 무인이라면 해결할 수 있다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한도도 결국 일류수준에 불과할 뿐.
그리고 실제로 몇번이고 베었던 현검자의 솜씨는.
마치 환상처럼 목 근처를 슬며시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환상통인가 ?
아니면 내공의 흐름이 주는 감각인가.
그것을 분간하던 와중에 물었다.
"의뢰의 상세를 말해주십시오. 필요합니다."
선택권은 없다면 어차피 받아들여야 한다.
사도삼가士道三家.
대한민국이 설립된 이후에도 남았다는 서울 최대 명문가 셋 중 하나가 망해버릴 지경의 일.
자연스레 떠올리는 건 하나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거부한다 해도, 이런 정보를 들은 시점에서 이 일에 엮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선택해야만 했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이 될 선택을.
"영사마교靈蛇魔敎에 대해 알고 있느냐 ? "
아마도, 그건 현검자의 말에 대해 전적으로 협력하는 일이겠지.
영사마교.
마도팔문 • • • 들어본 적은 없는 분류다. 그렇지만 그 일부로 언급된 영사마교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있었다.
"새천년 이후 왜국에서 전해져온 역병疫病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네 말이 옳다. 그리고 ? "
"또한 그들이 숭배하는 머리 없는 뱀은 왜국 본토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요大妖이자 악신惡神이니.
그 권속으로 우화한 이들이 큰 문제가 됐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 • • "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우상偶像에 기도한 이의 몸에 파고들어가 머리를 뽑고 그 자리를 대체한다는 악령.
그것에 씌인 이는 멀쩡하게 걸어다고 살아가는 듯 하지만 뱀이 눈을 뜨면 맨 손으로 집을 부순다 했다.
차를 주먹질로 부수고, 요사한 목소리가 사람을 홀리며, 헌터의 기감을 속일 수 있다 했던가.
"그 정도는 일류고 • • • 아니, 일류 수준의 무인이라면 해결할 수 있다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한도도 결국 일류수준에 불과할 뿐.
"대외적으로는, 그랬지. 놈들의 위험도를 낮게 평하기 위해 그리 말해왔다."
하지만 다를 것이다.
한천신검에 대해서 크게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그 경지의 수위를 짐작할 수 있기에 그랬다.
"한천신검은 절세고수였거나, 절세경에 근접한 이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러했다. 그는 절정의 고독을 향유할 만한 검객이었다."
"그렇다면...그를 격살한 고수가 있는 것이겠군요. 그리고."
절세경에 근접한, 절정 너머의 경지를 바라보는 검객.
이 세계에서는 초절정이라는 이름으로 정의내리지 않는 그 경지와.
그 경지에 이른 무인이 검 한 자루로 강을 가르고, 구릉을 무너트리며, 하늘의 구름을 찢던 모습을 떠올릴 때.
상황을 올곧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고수는 스승님과 대등한 고수이거나, 실력이 미치지 못한다면 수가 여럿입니까 ? "
"정확하다."
당연하게도 현검자가 내게 요구하는 건 그런 고수에 대한 대처가 아닐 터.
"놈들은 • • • 왜국에 현존하고 있는 머리 없는 뱀의 화신化身을 국내에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본래라면 중신(중앙 신비국의 약자)이 처리해야 할 사안이었을 터이지만, 그러지 못했지."
아마도 기밀 사항이었을 정보를 아낌없이 입에 담으며 현검자는 말한다.
"그래서, 신가 가문 내에서 완전히 우화한 뱀의 화신은 제 혈육을 죽였다."
" • • • 그 혈육은."
"여럿이다."
그 말이 흘러나올 때마다 흠칫 떨리는 신하린에 개의치 않고, 천천히 읊어내렸다.
하지만 다를 것이다.
한천신검에 대해서 크게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그 경지의 수위를 짐작할 수 있기에 그랬다.
"한천신검은 절세고수였거나, 절세경에 근접한 이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러했다. 그는 절정의 고독을 향유할 만한 검객이었다."
"그렇다면...그를 격살한 고수가 있는 것이겠군요. 그리고."
절세경에 근접한, 절정 너머의 경지를 바라보는 검객.
이 세계에서는 초절정이라는 이름으로 정의내리지 않는 그 경지와.
그 경지에 이른 무인이 검 한 자루로 강을 가르고, 구릉을 무너트리며, 하늘의 구름을 찢던 모습을 떠올릴 때.
상황을 올곧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고수는 스승님과 대등한 고수이거나, 실력이 미치지 못한다면 수가 여럿입니까 ? "
"정확하다."
당연하게도 현검자가 내게 요구하는 건 그런 고수에 대한 대처가 아닐 터.
"놈들은 • • • 왜국에 현존하고 있는 머리 없는 뱀의 화신化身을 국내에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본래라면 중신(중앙 신비국의 약자)이 처리해야 할 사안이었을 터이지만, 그러지 못했지."
아마도 기밀 사항이었을 정보를 아낌없이 입에 담으며 현검자는 말한다.
"그래서, 신가 가문 내에서 완전히 우화한 뱀의 화신은 제 혈육을 죽였다."
" • • • 그 혈육은."
"여럿이다."
그 말이 흘러나올 때마다 흠칫 떨리는 신하린에 개의치 않고, 천천히 읊어내렸다.
"한천신검寒天神劍, 냉심수冷心手, 소청수사消靑修士, 절육객折六客.
신가의 주축을 이루던 가주와, 많은 절정고수가 죽었다.
많은 무공이 절전되었고, 아마도 사도삼가는 사도이가가 될 것이다."
그것은 신하린에게 상황을 인지시키기 위한 말일까.
"저 여아가 머리 없는 뱀의 화신에게 잡아먹힌다면 필연적으로 그리 된다."
아마도 그럴 것 같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도 그럭저럭 상황을 알았기 때문에 물었다.
"그렇다면 스승님이 그 화신을 처리할 적에, 제가 맡아서 대응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 "
본론이다.
그 말에, 막힘없이 말하던 현검자의 몸이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머리 없는 뱀의 화신은 머리를 먹어치운 것의 몸을 빼앗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한천신검의 머리를 먹어치우려다 실패하고 놈이 도망칠 적에 그걸 확인했다.
그렇지만, 도망치는 와중에도 놈은 저가 원하는 목표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풀어헤친다.
"놈은 도망치는 와중에도 신가의 소가주 후보를 갈취하는 데 성공했다."
"그건."
"저 여아의 남동생, 이라고 해야겠지."
신가의 주축을 이루던 가주와, 많은 절정고수가 죽었다.
많은 무공이 절전되었고, 아마도 사도삼가는 사도이가가 될 것이다."
그것은 신하린에게 상황을 인지시키기 위한 말일까.
"저 여아가 머리 없는 뱀의 화신에게 잡아먹힌다면 필연적으로 그리 된다."
아마도 그럴 것 같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도 그럭저럭 상황을 알았기 때문에 물었다.
"그렇다면 스승님이 그 화신을 처리할 적에, 제가 맡아서 대응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 "
본론이다.
그 말에, 막힘없이 말하던 현검자의 몸이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머리 없는 뱀의 화신은 머리를 먹어치운 것의 몸을 빼앗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한천신검의 머리를 먹어치우려다 실패하고 놈이 도망칠 적에 그걸 확인했다.
그렇지만, 도망치는 와중에도 놈은 저가 원하는 목표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풀어헤친다.
"놈은 도망치는 와중에도 신가의 소가주 후보를 갈취하는 데 성공했다."
"그건."
"저 여아의 남동생, 이라고 해야겠지."
"그게 왜 • • • "
한 순간 생각하는 건 그게 왜 문제인지에 대한 상념이고.
그 뒤에 머릿속을 스치는 건, 요사한 목소리로 사람을 홀린다는 요능妖能.
그 요사한 목소리는 분명 초상능력超想能力에 해당하는 힘일 것이다.
이 세계에 전기로 레일건을 쏘는 초상능력자도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만일 그렇다면, 의 가정이 머리를 휘돌린다.
" • • • 필요한 것이군요. 동일한 혈통을 통해 어떻게든 신하린을 꾀어내려 할 목소리를.
파사현정破邪現正의 이치를 통해서 억지로 깨버릴 수 있을 존재가."
"광세진경의 성취가 육성 이상의 경지에 다다르면 손에 넣는 힘이다.
빛이란 곧 어둠을 깨뜨리며 존재하는 것. 가지고 있을 테지."
만일 그렇다면, 내가 택해진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해야겠지.
왜냐하면 나는 아직도 하광검문의 문하로 정식으로 들어서지 않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무려 2년 동안 접하지 못했던 하광검문의 접촉.
고작해야 하광검문에게 장학금을 받는, 흔히 있는 우수한 학생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
"검기의 예기만으로 무딘 철검을 가지고 철강시를 베어낼 수 있었다고 들었다."
그 정보를 어떻게든 알아낼 영사마교라고 해도 방심할 것이다.
더 정확히는, 그 정도라면 감수할 만한 위협이 기다릴 거라고 생각하겠지.
"하광검문의 문도 중 일부가 이 학원 건물의 근방을 호위할 것이니.
만일 전투가 있다면, 그리고 네가 그 전투를 맞이하고 그들이 그 사실을 인지한다면 • • • "
"스승님이 오시겠군요."
이 의뢰의 본면은, 미끼가 되라고 말하는 데에 있었나.
한 순간 생각하는 건 그게 왜 문제인지에 대한 상념이고.
그 뒤에 머릿속을 스치는 건, 요사한 목소리로 사람을 홀린다는 요능妖能.
그 요사한 목소리는 분명 초상능력超想能力에 해당하는 힘일 것이다.
이 세계에 전기로 레일건을 쏘는 초상능력자도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만일 그렇다면, 의 가정이 머리를 휘돌린다.
" • • • 필요한 것이군요. 동일한 혈통을 통해 어떻게든 신하린을 꾀어내려 할 목소리를.
파사현정破邪現正의 이치를 통해서 억지로 깨버릴 수 있을 존재가."
"광세진경의 성취가 육성 이상의 경지에 다다르면 손에 넣는 힘이다.
빛이란 곧 어둠을 깨뜨리며 존재하는 것. 가지고 있을 테지."
만일 그렇다면, 내가 택해진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해야겠지.
왜냐하면 나는 아직도 하광검문의 문하로 정식으로 들어서지 않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무려 2년 동안 접하지 못했던 하광검문의 접촉.
고작해야 하광검문에게 장학금을 받는, 흔히 있는 우수한 학생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
"검기의 예기만으로 무딘 철검을 가지고 철강시를 베어낼 수 있었다고 들었다."
그 정보를 어떻게든 알아낼 영사마교라고 해도 방심할 것이다.
더 정확히는, 그 정도라면 감수할 만한 위협이 기다릴 거라고 생각하겠지.
"하광검문의 문도 중 일부가 이 학원 건물의 근방을 호위할 것이니.
만일 전투가 있다면, 그리고 네가 그 전투를 맞이하고 그들이 그 사실을 인지한다면 • • • "
"스승님이 오시겠군요."
이 의뢰의 본면은, 미끼가 되라고 말하는 데에 있었나.

"그래."
그걸 깨달았을 때,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신하린에게 시선이 갔다.
지금까지도 아무런 말이 없이 앉아있는.
어떤 선택권도, 결정권도 없어보이는 소녀에게 눈이 저절로 갔다.
이 의뢰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 될까.
솔직히 말해서, 죽을 게 뻔한 의뢰기는 했다.
[만일의 경우가 터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만.
이런 세상에서 만일의 경우가 터지지 않는 경우는 없다.
"너는."
물론, 그게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건 오로지 나의 경우만 그런 게 아닌가.
한 순간 흘린 말에 시선이 마주봐오는 모습.
초점이 안 맞는 듯, 투명한 자색의 눈을 마주한다.
"나로 괜찮은건가 ? "
스스로도 약간은 의뭉스러운 그 말에, 눈이 한 순간 크게 뜨이는 걸 보았다.
그걸 깨달았을 때,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신하린에게 시선이 갔다.
지금까지도 아무런 말이 없이 앉아있는.
어떤 선택권도, 결정권도 없어보이는 소녀에게 눈이 저절로 갔다.
이 의뢰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 될까.
솔직히 말해서, 죽을 게 뻔한 의뢰기는 했다.
[만일의 경우가 터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만.
이런 세상에서 만일의 경우가 터지지 않는 경우는 없다.
"너는."
물론, 그게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건 오로지 나의 경우만 그런 게 아닌가.
한 순간 흘린 말에 시선이 마주봐오는 모습.
초점이 안 맞는 듯, 투명한 자색의 눈을 마주한다.
"나로 괜찮은건가 ? "
스스로도 약간은 의뭉스러운 그 말에, 눈이 한 순간 크게 뜨이는 걸 보았다.
그건 무슨 의미였던걸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 순간이었을 뿐이다.
"네. 괜찮아요."
그녀는 자신의 품 위로 손을 올린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그렇게 말하며 흔들림을 숨겼다.
"오히려 죄송합니다. 불필요한 사정으로, 목숨이 위험한 일에 엮이게 해버리고 말았으니까요."
"그건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딱히 그것이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보상이 있다고 했고, 스승님의 명령이니 상관없어.
어차피 뭘 하든 간에 너를 호위하게 되는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면.
중요한 건 너를 호위할 적 무엇을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확률이 늘어나는 지 뿐."
애시당초 그 녀석에게 무공을 달라고 졸랐다가 현검자에게 죽을 뻔한.
극히 드문 확률로 그 녀석에게도 매우 큰 해를 입힐 뻔 했던 내가.
다른 이를 사정에 휘말리게 한다고 뭐라 그러는 것도 의미없는 일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그러니 스승님.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러니 그런 상황에서는, 좀 더 요구할 뿐이다.
어차피 휘말린 것, 뻔뻔하게 묻는다.
"제가 살아남을 확률은 아마도 1할 아래.
목숨을 걸고 싸운다면 호위 성공률은 높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성공률도 3할 이하겠지요.
그걸 높이기 위해 준비된 건 뭡니까. 아무것도 없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천하의 하광검문이."
"영약이다."
그리고 뻔뻔하게 취한다.
"그건 내공 몇년 분입니까 ? "
"그렇게는 말하기 어렵구나."
비록 뻔뻔하게 취할 수 있는지가 애매하다고 하더라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 순간이었을 뿐이다.
"네. 괜찮아요."
그녀는 자신의 품 위로 손을 올린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그렇게 말하며 흔들림을 숨겼다.
"오히려 죄송합니다. 불필요한 사정으로, 목숨이 위험한 일에 엮이게 해버리고 말았으니까요."
"그건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딱히 그것이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보상이 있다고 했고, 스승님의 명령이니 상관없어.
어차피 뭘 하든 간에 너를 호위하게 되는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면.
중요한 건 너를 호위할 적 무엇을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확률이 늘어나는 지 뿐."
애시당초 그 녀석에게 무공을 달라고 졸랐다가 현검자에게 죽을 뻔한.
극히 드문 확률로 그 녀석에게도 매우 큰 해를 입힐 뻔 했던 내가.
다른 이를 사정에 휘말리게 한다고 뭐라 그러는 것도 의미없는 일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그러니 스승님.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러니 그런 상황에서는, 좀 더 요구할 뿐이다.
어차피 휘말린 것, 뻔뻔하게 묻는다.
"제가 살아남을 확률은 아마도 1할 아래.
목숨을 걸고 싸운다면 호위 성공률은 높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성공률도 3할 이하겠지요.
그걸 높이기 위해 준비된 건 뭡니까. 아무것도 없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천하의 하광검문이."
"영약이다."
그리고 뻔뻔하게 취한다.
"그건 내공 몇년 분입니까 ? "
"그렇게는 말하기 어렵구나."
비록 뻔뻔하게 취할 수 있는지가 애매하다고 하더라도.

이럴 때는 챙길 건 챙겨야 하는 것 • • •
"천음지체의 순음기력純陰氣力으로 광세진경의 내공을 갈고 닦는 건 양이 아니라 질을 가다듬을 기회지.
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오히려 내공이 줄 것이다.
절맥은 그 진척이 진법陣法에 의해 가로막혀 있기 때문에 체외의 양기陽氣를 극심히 탐할 테니까."
"예 ? "
챙긴다 ?
"너 정도 되는 경지라면 합기공合氣功을 연마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리고 네가 광세진경에 입문한지도 벌써 이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터."
순음기 ?
"서로 간의 내공을 뒤섞고 되돌리며 갈고 닦는 게 어렵지는 않겠지 ? "
" ㅡ 싸, 쌍수지 않습니까 그건 ! ? ! "
"그렇다."
그렇다, 고 ?
그리고 정신이 한 순간 멀어질 것 같은 내게 현검자는 말했다.
교장은 시선을 저 멀리 보냈고.
"다만 정절을 꺾는 건 허락되지 않았으니."
신하린만이 아무런 부끄럼이 없는 것처럼 직시하고 있었다.
"최대 한도는 뒤다."
아니, 부끄럼은 있던 모양이었다.
희미하게 뺨어림에 서린 홍조가, 창백한 피부 사이로 드러나는 걸 보면서.
"더 많은 것을 탐하다가 화신 대신 네가 베이지 않게 하도록."
그렇게 그 날의 사자회담이 끝났다.
"천음지체의 순음기력純陰氣力으로 광세진경의 내공을 갈고 닦는 건 양이 아니라 질을 가다듬을 기회지.
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오히려 내공이 줄 것이다.
절맥은 그 진척이 진법陣法에 의해 가로막혀 있기 때문에 체외의 양기陽氣를 극심히 탐할 테니까."
"예 ? "
챙긴다 ?
"너 정도 되는 경지라면 합기공合氣功을 연마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리고 네가 광세진경에 입문한지도 벌써 이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터."
순음기 ?
"서로 간의 내공을 뒤섞고 되돌리며 갈고 닦는 게 어렵지는 않겠지 ? "
" ㅡ 싸, 쌍수지 않습니까 그건 ! ? ! "
"그렇다."
그렇다, 고 ?
그리고 정신이 한 순간 멀어질 것 같은 내게 현검자는 말했다.
교장은 시선을 저 멀리 보냈고.
"다만 정절을 꺾는 건 허락되지 않았으니."
신하린만이 아무런 부끄럼이 없는 것처럼 직시하고 있었다.
"최대 한도는 뒤다."
아니, 부끄럼은 있던 모양이었다.
희미하게 뺨어림에 서린 홍조가, 창백한 피부 사이로 드러나는 걸 보면서.
"더 많은 것을 탐하다가 화신 대신 네가 베이지 않게 하도록."
그렇게 그 날의 사자회담이 끝났다.
천마 단편 [3테라바이트의 세계 - 이천성 11화. 입학 시험 사고율은 100%.] anctalk>9372>3132-3141 / anctalk>9372>3192 / anctalk>9372>3241-3272
천마 단편 [3테라바이트의 세계 - 이천성 12화. 상황 파악.] anctalk>9372>3551 / anctalk>9372>3618 / anctalk>9372>3759 / anctalk>9372>3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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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들과 비슷한데 이름값이 안 알려진 사람이 셋 정도는 있다는 이야기였다.
콜라를 빨면서 팜플렛에서 찾는 건, 그 셋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간략하게 서술된 이름과 출신 배분만 가지고 그 셋을 찾기도 어렵지만 안 봐서 나쁠 건 없겠지.
무엇보다도 당장 1번 돌아가는 걸로 그칠지 모르는 와중에 여럿의 출신 배분을 알아두는 것도 문제될 건 없지 않나.
문파, 마탑, 교회, 사육장, 클럽, 클랜 • • •
곳곳, 가지각색의 곳에서 학교 입시에 도전한 여러 기재 따위를 보고 있자면.
주변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말 속에서 눈에 띄게 흘러드는 말이 들렸다.
"저건가 ? 그 재앙이라는 녀석이 ? "
"왜 학생들이 안전해야 할 곳에 저런 녀석이 • • • 아니, 애초에 이 학교 교장은 무슨 생각으로 승인한거지 ? "
한 학생이 입장할 때 즈음에 들려오는 말이다.
등을 뒤로 젖힌 채 시야를 넓게 하면 보이는 건, 한번 본 얼굴.
이름은 모른다.
"아무리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 힘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저런 녀석들은 좀 격리를 해야 할 것 아냐.
쯧...이러다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어떡하려고. 저런 것을..."
그렇지만 그 정도 알았다면, 대강의 특징으로 검색해볼 수 있었다.
짐승녀. 재앙. 입학생. 격리.
왜 안 노냐는 사저의 톡을 무시한 채 찾아볼 때 나온 건 정보.
' • • • 생존자 ? '
성남이 붕괴된 채 지반 째로 지옥으로 끌려들어갈 적 남았다는 단 한명.
혼자서 살아남았다는 여자에 대한 기사가 보인다.
콜라를 빨면서 팜플렛에서 찾는 건, 그 셋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간략하게 서술된 이름과 출신 배분만 가지고 그 셋을 찾기도 어렵지만 안 봐서 나쁠 건 없겠지.
무엇보다도 당장 1번 돌아가는 걸로 그칠지 모르는 와중에 여럿의 출신 배분을 알아두는 것도 문제될 건 없지 않나.
문파, 마탑, 교회, 사육장, 클럽, 클랜 • • •
곳곳, 가지각색의 곳에서 학교 입시에 도전한 여러 기재 따위를 보고 있자면.
주변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말 속에서 눈에 띄게 흘러드는 말이 들렸다.
"저건가 ? 그 재앙이라는 녀석이 ? "
"왜 학생들이 안전해야 할 곳에 저런 녀석이 • • • 아니, 애초에 이 학교 교장은 무슨 생각으로 승인한거지 ? "
한 학생이 입장할 때 즈음에 들려오는 말이다.
등을 뒤로 젖힌 채 시야를 넓게 하면 보이는 건, 한번 본 얼굴.
이름은 모른다.
"아무리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 힘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저런 녀석들은 좀 격리를 해야 할 것 아냐.
쯧...이러다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어떡하려고. 저런 것을..."
그렇지만 그 정도 알았다면, 대강의 특징으로 검색해볼 수 있었다.
짐승녀. 재앙. 입학생. 격리.
왜 안 노냐는 사저의 톡을 무시한 채 찾아볼 때 나온 건 정보.
' • • • 생존자 ? '
성남이 붕괴된 채 지반 째로 지옥으로 끌려들어갈 적 남았다는 단 한명.
혼자서 살아남았다는 여자에 대한 기사가 보인다.

'살아남았다. 살아남았다 ? '
당연하지만 성남에 대해서는 그닥 관심이 없었다.
애초에 멸망할 때도 그냥 여느 때처럼 아침에 일어나 보니 도시째로 망했다는 게 알고 있는 전부였을 뿐이다.
그만큼이나 순간적이었고 빠른 사태였으며, 확실하게 • • •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
'그런데, 한명 있었나 ? '
굳이 찾지 않는다면 알 수 없을 만큼, 기사라는 게 통제될 정도로 ?
' • • • 어떻게 ? '
그런데 그렇게 살아남았다면 어떻게 살아남았단 말인가.
기사를 휙휙 내려보지만 그런 것에 관한 내용은 없다.
굳이 따지자면 대마법사 하나가 저지른 도시의 지옥행으로 인해.
국내에서 마법사를 모조리 색출해서 통제해야 한다는 시위가 1.5배 정도 늘어났다는 기사가 연관으로 뜰 뿐이다.
차라리 그 시위대에서 시위하다 마법사 학생 하나 때려죽이려 했다가 흑마법 조직한테 전염병에 몰살당했다던가.
그런 게 더 유명할 뿐.
'아니군.'
그렇지만, 분명 그런 것보다 더 큰 문제라 할 게 있다.
"어떻게, 가 중요하다 이건가."
무심코 튀어나온 말은, 이전과 달리 짐승녀의 목에 걸려있는 것을 볼 때 나온다.
거리로만 치면 수백미터는 멀리 떨어져 있을 관중석에서 시험 장소 안에서 들여다보는 청경.
그리고 그 청경이 파악하기로, 단순한 금속 따위는 아니라고 여겨지는 구속구.
당연하지만 성남에 대해서는 그닥 관심이 없었다.
애초에 멸망할 때도 그냥 여느 때처럼 아침에 일어나 보니 도시째로 망했다는 게 알고 있는 전부였을 뿐이다.
그만큼이나 순간적이었고 빠른 사태였으며, 확실하게 • • •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
'그런데, 한명 있었나 ? '
굳이 찾지 않는다면 알 수 없을 만큼, 기사라는 게 통제될 정도로 ?
' • • • 어떻게 ? '
그런데 그렇게 살아남았다면 어떻게 살아남았단 말인가.
기사를 휙휙 내려보지만 그런 것에 관한 내용은 없다.
굳이 따지자면 대마법사 하나가 저지른 도시의 지옥행으로 인해.
국내에서 마법사를 모조리 색출해서 통제해야 한다는 시위가 1.5배 정도 늘어났다는 기사가 연관으로 뜰 뿐이다.
차라리 그 시위대에서 시위하다 마법사 학생 하나 때려죽이려 했다가 흑마법 조직한테 전염병에 몰살당했다던가.
그런 게 더 유명할 뿐.
'아니군.'
그렇지만, 분명 그런 것보다 더 큰 문제라 할 게 있다.
"어떻게, 가 중요하다 이건가."
무심코 튀어나온 말은, 이전과 달리 짐승녀의 목에 걸려있는 것을 볼 때 나온다.
거리로만 치면 수백미터는 멀리 떨어져 있을 관중석에서 시험 장소 안에서 들여다보는 청경.
그리고 그 청경이 파악하기로, 단순한 금속 따위는 아니라고 여겨지는 구속구.
"선아야 ! 힘들면 말해 ! 협력전이면 바로 달려갈테니까 ! "
"아니, 내가 애도 아니고 • • • "
그 주변에서 친구라고 여겨지는 여자가 치근덕거리고.
짐승녀가 아직은 사람같은 얼굴로 그것에 적당히 대응하고 있을 때.
찰랑거리는 그 구속구에는, 문양 따위의 것들이 새겨져 있다.
어쩌면 단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림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래도 나름대로 전생부터 쌓아올려진 내 지식은 그게 무슨 문자인지를 눈치챘을 뿐이다.
라틴어, 그리고 히브리어다.
'이 세계에서 라틴어는.'
바티칸에서부터 파견되는 사제들이나 다룰 수 있는 신성문자 취급이었던가.
그리고 히브리어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없지만, 라틴어와 크게 다를 건 없다.
그것들을 쓰는 이들이 모시는 신이 같으니, 그것들의 용도 또한 같다.
'사제들의 전유물. 그렇다면 저건, 성구聖具...인가 ? '
하늘에 있는 신의 광휘를 땅에 모시는 것에 역할이 있음인 것이다.
또 그런 걸 착용하고 있다는 건 분명, 그걸 착용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점이고.
'성구...'
이유라고 하면 분명 여러가지가 있겠지.
아니 오히려 너무 여러가지가 있어서 문제다.
짐승녀가 짐승이 되어버렸을 때 본 것까지 포함하면 더 많았다.
그래서.
"아니, 내가 애도 아니고 • • • "
그 주변에서 친구라고 여겨지는 여자가 치근덕거리고.
짐승녀가 아직은 사람같은 얼굴로 그것에 적당히 대응하고 있을 때.
찰랑거리는 그 구속구에는, 문양 따위의 것들이 새겨져 있다.
어쩌면 단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림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래도 나름대로 전생부터 쌓아올려진 내 지식은 그게 무슨 문자인지를 눈치챘을 뿐이다.
라틴어, 그리고 히브리어다.
'이 세계에서 라틴어는.'
바티칸에서부터 파견되는 사제들이나 다룰 수 있는 신성문자 취급이었던가.
그리고 히브리어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없지만, 라틴어와 크게 다를 건 없다.
그것들을 쓰는 이들이 모시는 신이 같으니, 그것들의 용도 또한 같다.
'사제들의 전유물. 그렇다면 저건, 성구聖具...인가 ? '
하늘에 있는 신의 광휘를 땅에 모시는 것에 역할이 있음인 것이다.
또 그런 걸 착용하고 있다는 건 분명, 그걸 착용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점이고.
'성구...'
이유라고 하면 분명 여러가지가 있겠지.
아니 오히려 너무 여러가지가 있어서 문제다.
짐승녀가 짐승이 되어버렸을 때 본 것까지 포함하면 더 많았다.
그래서.
당장은 지켜보기로 했을 때, 종이 울리고.
시험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학생 여러분은 지도관의 지시에 따라 자리로 • • • ]
슬슬 톡이 오는 회수가 줄어든 폰을 손에 쥔 채로.
경기장의 안을 내려다보았다.
특이한 것을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오후가 될 때까지 일어날 수 있을 만한 그런 특별한 일.
그걸 알기 위해서는 우선 관찰이었다.
시험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학생 여러분은 지도관의 지시에 따라 자리로 • • • ]
슬슬 톡이 오는 회수가 줄어든 폰을 손에 쥔 채로.
경기장의 안을 내려다보았다.
특이한 것을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오후가 될 때까지 일어날 수 있을 만한 그런 특별한 일.
그걸 알기 위해서는 우선 관찰이었다.
눈을 떴을 때 시야를 가득 채우는 건 어스름이다.
일전에 일어났을 때와 다르게, 기상 시간이 더 이르다.
아직 잠에 든 듯한 신하린의 호흡이 옆에서 조용히 색, 색 흐를 때.
심장 어림에서는 적연寂然히 가라앉는 내공의 흐름이 팔다리까지 기를 뻗어냈다.
운공을 한 것도 아닌데도, 그저 숨을 쉴 적에 백락이 일궈낸 가지를 타고 기가 움직인다.
오감이 일깨워졌다. 육체 안의 구조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호흡이 천천히 이뤄질 적, 내면의 진기 배분이 평온에 다다르면 떠올렸다.
'이걸로, 세번째로 맞이하는 아침인가.'
결국에, 돌아와버렸다.
그것이 광세진경 육성의 경지, 흑경黑經을 성취한 이후의 첫 생각이었다.
*
본래라면 광세진경 육성의 경지는, 선천지기 안에 담긴 영성靈性을 이끌어내는 경지였을 것이다.
인간의 육체 안에 머무는 기혈이란 도합 삼백육십오종.
선천지기가 위치하는 자리가 곧 기혈이니, 그것이야말로 범인凡人과 천재天才를 나누는 기준일 터.
태어났을 적부터 갖는 선천지기의 질과 위치 따위의 비율은 바꿀 수 없다.
그 구조가 바로, 신맥神脈이니 지체持體니 하는 것의 근원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 • • 하광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광세진경 또한 동일한 역할을 수행함은 당연한 일.
'본래라면 기氣를 빛으로 변모시키는 건 지금부터나 가능한 일이다.
말그대로 하늘에 선택받은 자질을 가진 이가 아니라면 광성光性 또한 어디까지나 잠재된 것이니까.'
내공의 성질이 완전한 빛에 도달했을 때 내보이는 동격의 무인을 뛰어넘는 속도.
그 안에 담긴 파사현정破邪現正의 공능은 어디까지나 그 잠재된 선천지기의 개화에 해당할 뿐이다.
그런데, 호흡할 적에 축기築氣가 이뤄지지 않은 중단전의 수발이 한 순간이나마 그것을 탐했다.
ㅡ 웅 ㅡ
활시위가 당겨지듯 용천혈에서 드러난 소리가 신형을 튕겨 올린다.
분극류의 보법을 펼쳐낼 적에 이뤄진 변화가 이전과는 다르다.
체내를 오갈 적, 기혈을 거치면서 가속하는 내공의 여력이 증폭한다.
백락이야말로 육체에 비해 월등한 속도를 감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계라는 걸.
어째서인지 지금 이 순간에 체감했다.
한 걸음을 뻗을 적, 좁아지는 세상.
ㅡ 우우우웅 ㅡ
심장이 숨을 들이마쉬고 내쉴 때마다 퍼지는 진기에 성광星光이 뒤섞임은.
분명 몸을 돌고 도는 진기가 심장을 스쳐지날 때마다, 그 안에 서린 기억이 되새겨지기 때문에.
분극류分極流.
몰광沒光.
한 걸음을 뻗어내고, 발이 교차하며 그 다음을 내딛는다.
산의 중턱에서부터 소리없이 용천혈에서 흐른 진기는 허공에 경파勁波조차 남기지 않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그렇게 두 걸음이 일백미터의 거리를 넘어섰을 때.
"이게."
이것이야말로, 한 모금의 진기로 벼락을 능가했다는 분극류의 진정한 공능이란 것을 입증하듯.
내려오던 와중에, 발이 개방되지 않은 상태인 학교의 옥상에 닿았다.
"본래의 광세진기가 내보여야 했을 위력인가."
경공의 수양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것은 과연 차원이 다르다.
이전이었다면 큰 감흥이라도 느꼈을 것을, 검을 뽑지도 않았는데도 생각은 고요하다.
그 때문에 그저 목표한 것을 이룬다.
옥상에 들어서서 걸음을 옮기면, 옥상 위 지붕에 누워있던 여자가 놀란 듯 경직했으나.
그걸 무시하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유세나.'
"경공으로 일백미터를, 단 두 걸음만에...? "
'찾아낼 수 있나 ? 무관에 오기 전에 어디에 있었는지를 ? '
열리지도 않은 학교 지붕에 누워서 쉬던 여자가 무어라 반응할지는 모르겠으나.
그게 당장의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그것보다는 다른 것이 더 중요했다.
뱀에 의해 반토막 났던 유세나의 몸에 남아있던 뱀의 낙인.
본래 주태를 만들어내던 황혈진의 요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 생각했던 게.
분명 뱀에게 물려죽은 시체의 잔해에까지 남아있었다는 것.
'그걸 단순히 죽은 시체 모두에게 남는다고 생각하기에는 이상하다.'
특히나, 남은 시체가 주태를 강제로 수태한 흔적 따위가 없었음을 보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러니, 유세나를 찾아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 맞을 터인데.
"이상하네. 그 정도로 보신경에 뛰어난 학생이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 "
순간, 그 의아하다는 목소리와 가까이 다가오는 걸음에 주의가 분산됐다.
희미하게, 육신을 가로지르는 듯한 암경暗勁의 기척을 느낀다.
ㅡ 크그그극 • • •
그 순간에 중단전이 감응하고, 순식간에 휘돈 기력이 검을 끌어올린다.
육체를 넘어서 이 옥상 전역을 장악한 듯, 거미줄처럼 뻗어진 암경의 자락을 파악함에.
천천히, 마찰음 하나 없이 검집에서 제 스스로 뽑혀져 나온 검이 손아귀에 붙잡힐 때.
뒤도 돌지 않은 상태에서 느끼는 것은 ㅡ 그 기파氣波 속에 묻혀있는 희미한 요성妖性의 자취.
"너는 누구니 ? "
중단전은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육체가 이해하지도 못할 만큼 은밀한 사기邪氣에 침습받고 있음을 알리듯이.
심장 어림에 생겨난 공허가 기를 휘어감고 되뱉으며 진기를 아주 작은 단위까지 변태시킬 적.
움직임이 최고의 속도로 가속할 준비를 끝마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 고개를 돌려 눈에 담긴 걸 보았을 때는 달랐다.
후수後手로도 감당할 자신이 있다는 것처럼 낫을 대충 쥔 여인의 눈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느껴진 당혹감과, 의구심.
" • • • 신입생입니다."
"그거야 그렇겠지. 아니였다면, 내 얼굴을 보고도 그리 무시한 채 옥상 벽으로 가지 않았을 거고."
"사람 얼굴을 외우는 데, 그렇게 익숙하지는 않은지라."
"헤에, 이 학교에 시험 입학도 아니고 추천 입학으로 들어올 정도의 오성을 가진 아이가 ? "
그리고 입학식 이전에 학교를 찾아볼 적 보았던 얼굴이, 절묘하게 시야에 담긴다.
녹색의 머리에, 녹색의 눈. 머리보다 큰 것 같은 가슴에, 무엇보다도, 사진으로 볼 적은 몰랐던 갈라진 눈.
그녀의 이름은 연현아다.
"사실은."
그리고 그녀는, 이 학교의 학생 회장이다.
"매우 급한 일이 있는지라 농땡이치는 사람의 얼굴같은 건 보지도 않았습니다."
" • • • 농, 땡이라니. 그런 걸 보통 장본인 앞에서 스스럼없이 입에 담나 ? "
"정말로 위급한 일인지라."
"하, 어느 정도로 위급한데 ? 사람 목숨이 위험할 정도가 아니면 후배의 말버릇을 고쳐줘야겠는데 말이지."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3년제도, 4년제도 아니고 대학까지 합해서 7년제인 이 학교의 학생 대표라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 사람과 학기 중도 아닌데 어째서인지 만난 상황.
나는 잠시 한숨을 들이마쉬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영사마교가 학교 안에 사인을 침투시켜서 주태를 만들려는 계획을 포착한지라.
그것의 시작점일지도 모를 쪽을 찾아내야 합니다. 안 그래도 안법이 미약한지라 오래 보아야 하니 한번만 넘어가 주십시오."
그리고 거짓 하나 없는 본론을 입에 담았을 때.
뭔 말을 하냐는 듯 하다가 표정이 굳은 연현아가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 이후에, 찬찬히 읊조렸다.
" • • • 사람 얼굴 잘 못 외우냐 할 때가 아니었네.
너구나. 요번 년도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 중에, 영사마교를 낚을 미끼로 꼽혔다는 애가."
아무래도 그녀는 이 학교에 있는 사람 중에서는, 상황을 알고 있는 쪽인 듯 했다.
말이 통할 거 같다는 생각과 함께 한숨을 내쉬면, 상황을 설명하라는 듯 그녀의 눈이 재촉하기에.
"이야기할만큼의 내용도 없습니다만."
나는 그럭저럭, 지금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에게 풀어놓았다.
*
"그러니까 학생들 중 일부가 영사마교의 주구가 되었고.
지도관들이 제 역할을 못해서 그걸 아무도 모른다.
그냥 내버려두면 사인에게 지도관이 급습당해 요마를 양산하는 모체가 될지 모르고.
그런 침공의 시작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를 여자를 발견했기 때문에, 그걸 찾고 있다.
이거네 ? "
"예."
사실 유세나가 침공의 시작과 관련됐는지는 1도 모르지만 그러했다.
그 말에 곰곰히 생각하던 연현아는, 내가 옥상에서 학교 부지를 살펴볼 때 팔짱을 끼고 말했다.
"모를 • • • 수가 있나 싶기는 한데. 애매하네.
확실히 그것들은 발현 이전까지는 육체에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으니까.
영안靈眼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대체로 성화학원性花學院 쪽의 사람들이나 갖고 있고."
성화학원 • • • 확실히 그랬다.
근 3년 간 귀접을 핑계로 임신해서 휴학을 신청한 학생이 매년 10명 이상 나왔는 서울 내 전국구 자사고 셋 중 하나.
배명학원이 여러가지 계통이 많다지만 전투직이 대다수라면, 그쪽은 술사 계통이 집중적인 곳이니만큼.
배명학원의 지도관들이 사인들을 꿰뚫어보지 못한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지도관들의 능력이 어찌 됐든 간에, 제가 아는 것은 그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세나라고 하는 학생의 현재 위치를 찾아내서 확인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확인이라."
"그 몸의 상태나 현재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할 테니까요.
모든 잠재적 사인인 학생을 검열해내는 건 시간으로도, 대응 문제로도 불가능하다고 하면.
그나마 그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는 학생을 파악하고, 지도관에게 알리는 게 • • • 최선 아니겠습니까 ? "
"그럴지도."
다만 그렇게 적당히 급조해낸 말과, 이번에 시도해볼 방법에 대해 말하면.
옆에서 내가 보는 곳과 같은 곳을 보던 듯한 연현아가 중얼거리듯 답했다.
"즉, 그 유세나라는 신입생을 찾아보겠다, 인가. 운이 좋네."
"예 ? "
그리고 그 말이, 유세나를 찾는 게 쉬워질 것이라는 사실과.
"학교 데이터베이스에서 파악해보니까 특별 전형 입학생이라서, 어디 있는지 알 것 같거든.
그래서 네 말이 좀 의심스러워지기는 했는데 ㅡ 그것도 찾아보면 그만일 뿐인 이야기인가."
이 일에 얽힌 사실이라는 게 좀 더 있을 것임을 암시했을 때, 내 표정이 찡그려졌다.
"그 신입생이 있는 곳은 아마 교내에 중정이 만들어놓은 실험실 안이야. 가볼래 ? "
아직 결말을 보기에는 이를지도 모른다.
산 넘어 산이리는 생각과 함께, 나는 연현아의 제안을 수락했다.
일전에 일어났을 때와 다르게, 기상 시간이 더 이르다.
아직 잠에 든 듯한 신하린의 호흡이 옆에서 조용히 색, 색 흐를 때.
심장 어림에서는 적연寂然히 가라앉는 내공의 흐름이 팔다리까지 기를 뻗어냈다.
운공을 한 것도 아닌데도, 그저 숨을 쉴 적에 백락이 일궈낸 가지를 타고 기가 움직인다.
오감이 일깨워졌다. 육체 안의 구조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호흡이 천천히 이뤄질 적, 내면의 진기 배분이 평온에 다다르면 떠올렸다.
'이걸로, 세번째로 맞이하는 아침인가.'
결국에, 돌아와버렸다.
그것이 광세진경 육성의 경지, 흑경黑經을 성취한 이후의 첫 생각이었다.
*
본래라면 광세진경 육성의 경지는, 선천지기 안에 담긴 영성靈性을 이끌어내는 경지였을 것이다.
인간의 육체 안에 머무는 기혈이란 도합 삼백육십오종.
선천지기가 위치하는 자리가 곧 기혈이니, 그것이야말로 범인凡人과 천재天才를 나누는 기준일 터.
태어났을 적부터 갖는 선천지기의 질과 위치 따위의 비율은 바꿀 수 없다.
그 구조가 바로, 신맥神脈이니 지체持體니 하는 것의 근원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 • • 하광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광세진경 또한 동일한 역할을 수행함은 당연한 일.
'본래라면 기氣를 빛으로 변모시키는 건 지금부터나 가능한 일이다.
말그대로 하늘에 선택받은 자질을 가진 이가 아니라면 광성光性 또한 어디까지나 잠재된 것이니까.'
내공의 성질이 완전한 빛에 도달했을 때 내보이는 동격의 무인을 뛰어넘는 속도.
그 안에 담긴 파사현정破邪現正의 공능은 어디까지나 그 잠재된 선천지기의 개화에 해당할 뿐이다.
그런데, 호흡할 적에 축기築氣가 이뤄지지 않은 중단전의 수발이 한 순간이나마 그것을 탐했다.
ㅡ 웅 ㅡ
활시위가 당겨지듯 용천혈에서 드러난 소리가 신형을 튕겨 올린다.
분극류의 보법을 펼쳐낼 적에 이뤄진 변화가 이전과는 다르다.
체내를 오갈 적, 기혈을 거치면서 가속하는 내공의 여력이 증폭한다.
백락이야말로 육체에 비해 월등한 속도를 감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계라는 걸.
어째서인지 지금 이 순간에 체감했다.
한 걸음을 뻗을 적, 좁아지는 세상.
ㅡ 우우우웅 ㅡ
심장이 숨을 들이마쉬고 내쉴 때마다 퍼지는 진기에 성광星光이 뒤섞임은.
분명 몸을 돌고 도는 진기가 심장을 스쳐지날 때마다, 그 안에 서린 기억이 되새겨지기 때문에.
분극류分極流.
몰광沒光.
한 걸음을 뻗어내고, 발이 교차하며 그 다음을 내딛는다.
산의 중턱에서부터 소리없이 용천혈에서 흐른 진기는 허공에 경파勁波조차 남기지 않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그렇게 두 걸음이 일백미터의 거리를 넘어섰을 때.
"이게."
이것이야말로, 한 모금의 진기로 벼락을 능가했다는 분극류의 진정한 공능이란 것을 입증하듯.
내려오던 와중에, 발이 개방되지 않은 상태인 학교의 옥상에 닿았다.
"본래의 광세진기가 내보여야 했을 위력인가."
경공의 수양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것은 과연 차원이 다르다.
이전이었다면 큰 감흥이라도 느꼈을 것을, 검을 뽑지도 않았는데도 생각은 고요하다.
그 때문에 그저 목표한 것을 이룬다.
옥상에 들어서서 걸음을 옮기면, 옥상 위 지붕에 누워있던 여자가 놀란 듯 경직했으나.
그걸 무시하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유세나.'
"경공으로 일백미터를, 단 두 걸음만에...? "
'찾아낼 수 있나 ? 무관에 오기 전에 어디에 있었는지를 ? '
열리지도 않은 학교 지붕에 누워서 쉬던 여자가 무어라 반응할지는 모르겠으나.
그게 당장의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그것보다는 다른 것이 더 중요했다.
뱀에 의해 반토막 났던 유세나의 몸에 남아있던 뱀의 낙인.
본래 주태를 만들어내던 황혈진의 요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 생각했던 게.
분명 뱀에게 물려죽은 시체의 잔해에까지 남아있었다는 것.
'그걸 단순히 죽은 시체 모두에게 남는다고 생각하기에는 이상하다.'
특히나, 남은 시체가 주태를 강제로 수태한 흔적 따위가 없었음을 보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러니, 유세나를 찾아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 맞을 터인데.
"이상하네. 그 정도로 보신경에 뛰어난 학생이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 "
순간, 그 의아하다는 목소리와 가까이 다가오는 걸음에 주의가 분산됐다.
희미하게, 육신을 가로지르는 듯한 암경暗勁의 기척을 느낀다.
ㅡ 크그그극 • • •
그 순간에 중단전이 감응하고, 순식간에 휘돈 기력이 검을 끌어올린다.
육체를 넘어서 이 옥상 전역을 장악한 듯, 거미줄처럼 뻗어진 암경의 자락을 파악함에.
천천히, 마찰음 하나 없이 검집에서 제 스스로 뽑혀져 나온 검이 손아귀에 붙잡힐 때.
뒤도 돌지 않은 상태에서 느끼는 것은 ㅡ 그 기파氣波 속에 묻혀있는 희미한 요성妖性의 자취.
"너는 누구니 ? "
중단전은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육체가 이해하지도 못할 만큼 은밀한 사기邪氣에 침습받고 있음을 알리듯이.
심장 어림에 생겨난 공허가 기를 휘어감고 되뱉으며 진기를 아주 작은 단위까지 변태시킬 적.
움직임이 최고의 속도로 가속할 준비를 끝마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 고개를 돌려 눈에 담긴 걸 보았을 때는 달랐다.
후수後手로도 감당할 자신이 있다는 것처럼 낫을 대충 쥔 여인의 눈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느껴진 당혹감과, 의구심.
" • • • 신입생입니다."
"그거야 그렇겠지. 아니였다면, 내 얼굴을 보고도 그리 무시한 채 옥상 벽으로 가지 않았을 거고."
"사람 얼굴을 외우는 데, 그렇게 익숙하지는 않은지라."
"헤에, 이 학교에 시험 입학도 아니고 추천 입학으로 들어올 정도의 오성을 가진 아이가 ? "
그리고 입학식 이전에 학교를 찾아볼 적 보았던 얼굴이, 절묘하게 시야에 담긴다.
녹색의 머리에, 녹색의 눈. 머리보다 큰 것 같은 가슴에, 무엇보다도, 사진으로 볼 적은 몰랐던 갈라진 눈.
그녀의 이름은 연현아다.
"사실은."
그리고 그녀는, 이 학교의 학생 회장이다.
"매우 급한 일이 있는지라 농땡이치는 사람의 얼굴같은 건 보지도 않았습니다."
" • • • 농, 땡이라니. 그런 걸 보통 장본인 앞에서 스스럼없이 입에 담나 ? "
"정말로 위급한 일인지라."
"하, 어느 정도로 위급한데 ? 사람 목숨이 위험할 정도가 아니면 후배의 말버릇을 고쳐줘야겠는데 말이지."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3년제도, 4년제도 아니고 대학까지 합해서 7년제인 이 학교의 학생 대표라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 사람과 학기 중도 아닌데 어째서인지 만난 상황.
나는 잠시 한숨을 들이마쉬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영사마교가 학교 안에 사인을 침투시켜서 주태를 만들려는 계획을 포착한지라.
그것의 시작점일지도 모를 쪽을 찾아내야 합니다. 안 그래도 안법이 미약한지라 오래 보아야 하니 한번만 넘어가 주십시오."
그리고 거짓 하나 없는 본론을 입에 담았을 때.
뭔 말을 하냐는 듯 하다가 표정이 굳은 연현아가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 이후에, 찬찬히 읊조렸다.
" • • • 사람 얼굴 잘 못 외우냐 할 때가 아니었네.
너구나. 요번 년도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 중에, 영사마교를 낚을 미끼로 꼽혔다는 애가."
아무래도 그녀는 이 학교에 있는 사람 중에서는, 상황을 알고 있는 쪽인 듯 했다.
말이 통할 거 같다는 생각과 함께 한숨을 내쉬면, 상황을 설명하라는 듯 그녀의 눈이 재촉하기에.
"이야기할만큼의 내용도 없습니다만."
나는 그럭저럭, 지금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에게 풀어놓았다.
*
"그러니까 학생들 중 일부가 영사마교의 주구가 되었고.
지도관들이 제 역할을 못해서 그걸 아무도 모른다.
그냥 내버려두면 사인에게 지도관이 급습당해 요마를 양산하는 모체가 될지 모르고.
그런 침공의 시작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를 여자를 발견했기 때문에, 그걸 찾고 있다.
이거네 ? "
"예."
사실 유세나가 침공의 시작과 관련됐는지는 1도 모르지만 그러했다.
그 말에 곰곰히 생각하던 연현아는, 내가 옥상에서 학교 부지를 살펴볼 때 팔짱을 끼고 말했다.
"모를 • • • 수가 있나 싶기는 한데. 애매하네.
확실히 그것들은 발현 이전까지는 육체에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으니까.
영안靈眼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대체로 성화학원性花學院 쪽의 사람들이나 갖고 있고."
성화학원 • • • 확실히 그랬다.
근 3년 간 귀접을 핑계로 임신해서 휴학을 신청한 학생이 매년 10명 이상 나왔는 서울 내 전국구 자사고 셋 중 하나.
배명학원이 여러가지 계통이 많다지만 전투직이 대다수라면, 그쪽은 술사 계통이 집중적인 곳이니만큼.
배명학원의 지도관들이 사인들을 꿰뚫어보지 못한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지도관들의 능력이 어찌 됐든 간에, 제가 아는 것은 그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세나라고 하는 학생의 현재 위치를 찾아내서 확인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확인이라."
"그 몸의 상태나 현재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할 테니까요.
모든 잠재적 사인인 학생을 검열해내는 건 시간으로도, 대응 문제로도 불가능하다고 하면.
그나마 그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는 학생을 파악하고, 지도관에게 알리는 게 • • • 최선 아니겠습니까 ? "
"그럴지도."
다만 그렇게 적당히 급조해낸 말과, 이번에 시도해볼 방법에 대해 말하면.
옆에서 내가 보는 곳과 같은 곳을 보던 듯한 연현아가 중얼거리듯 답했다.
"즉, 그 유세나라는 신입생을 찾아보겠다, 인가. 운이 좋네."
"예 ? "
그리고 그 말이, 유세나를 찾는 게 쉬워질 것이라는 사실과.
"학교 데이터베이스에서 파악해보니까 특별 전형 입학생이라서, 어디 있는지 알 것 같거든.
그래서 네 말이 좀 의심스러워지기는 했는데 ㅡ 그것도 찾아보면 그만일 뿐인 이야기인가."
이 일에 얽힌 사실이라는 게 좀 더 있을 것임을 암시했을 때, 내 표정이 찡그려졌다.
"그 신입생이 있는 곳은 아마 교내에 중정이 만들어놓은 실험실 안이야. 가볼래 ? "
아직 결말을 보기에는 이를지도 모른다.
산 넘어 산이리는 생각과 함께, 나는 연현아의 제안을 수락했다.
분극류의 보법이 발휘된 순간에 소리없이 시야만이 좁아진다.
발을 한번 튕길 때마다 육체의 무게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육체가 추진한다.
도리어 스스로 조절할 수 없을 만큼의 속도가 나고 있을 지경이었는데.
연현아는 그 속도를 어렵지 않게 따라잡으며 전음을 보내왔다.
[중정이라는 이름을 보고 별로 반응도 안 할 줄은 몰랐는데. 과연, 하광검문의 기재 답나 ? ]
딱히 기재라고 할 정도도 아니고 하광검문에 이 정도 자질은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 말에 정면으로 반박할 정도의 시간도 힘도 없다.
[그냥 중정이랑 엮인 적이 많을 뿐입니다.]
[헤에, 그 나이에 ? ]
의외라는 듯 말하지만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중정이라는 놈들은 인터넷 검열의 최고봉에 해당하는 놈들로.
내가 접근하려는 정보 중의 3할은 중정에 의해 검열되어 아예 검색조차 안 되는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중정中正.
중앙정신부中央正神部.
이 망할 놈들의 폐해는 그 이상으로 여러 곳 있었지만 그걸 지금 생각하는 건 어려웠다.
휙휙 내딛는 발이 산등성을 밟고 우회하며 튕겨져 나갈 때.
발 끝에 그림자라도 만들어진 것처럼 장해물을 통과하며 미끄러지던 연현아가 말을 이었다.
[뭐, 그러면 알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성남이 멸망했을 때 생존한 사람은 몇 더 있어.]
당연하지만 모르는 정보였다.
[그리고 그때 문門을 여는 데 개입했던 영사마교도, 지금 세상에 꽤 많은 간섭 권한을 손에 넣었고.]
이것도 모른다. 중정은 무슨 정보를 이리도 많이 검열해뒀단 말인가.
그 놈들은 자유 대한민국이라는 단어에 대해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
[그렇지만 대체로 예외 하나 • • • 를 제외하고는 모두 어떻게든 숨기는 데 성공했지.
그 하나도 숨길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있는거야. 유세나도.]
[그러면 유세나도 그런 생존자로서 관리되고 있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그렇지만 그런 개인적인 감흥과는 별개로, 연현아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면 의문인 것이 있다.
짧은 맺음.
과열된 듯 휘돈 진기가 백락의 안에서 진동할 적, 몸의 열기를 식힌다.
나뭇가지 위에 서서 산 정반대 편에 가까운 곳의 작고 허름한 건물 하나를 보고 있자면 그 의문이 말이 됐다.
[그런데 왜 그런 유세나 몸에 영사마교에 관련된 듯한 낙인이란 게 새겨져 있답니까 ? ]
그 말이, 뒤에 서있던 듯한 연현아의 몸을 살짝 굳게 만든 듯 했다.
짧은 순간 침묵이 가득 한 듯 했을 때 나뭇가지 밑으로 살며시 떨어져 내린 연현아가 뒤를 돌아봤다.
"왜냐하면, 그게 성남에 문이 열렸다는 증거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눈은 마치 뱀이 그러하듯 동공이 갈라져 있다.
그것의 의미를 고민하고 있을 적, 그녀는 쓰게 웃으며 다시 뒤돌았다.
걸음이 이어지고, 그녀가 품 안에 집어넣은 손이 되돌아나올 적에는 출입증이 딸려나왔다.
"자신이 먹지 못한 먹이에 남긴 독, 이라고 해야겠지.
한번 더 지옥에서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으면, 남겨둔 식사를 먹겠노라고 선언하는 종류의."
그리고 그 허름한 건물의 입구에 그 출입증을 찍었을 때 문이 자연히 열렸기 때문에.
나는 그 앞으로 걸어가는 연현아의 뒤를 따라 걸었다.
전등 하나 없는 듯한 캄캄한 복도에, 낡은 내벽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
'그렇다면 연현아 또한 그 먹잇감 중의 하나인가 ? '
*
사람 사는 곳이라기에는 꽤 삭막한 풍경이다.
실내에서 보법을 밟기도 그러나 그렇게 10여분 정도 걸어갔을 때.
어쩌면 지하로 이어진 듯 희미하게 건물의 기울기가 존재함을 파악한 뒤.
그 주변에 용도 모를 흰 방 따위가 여러개 나열되어 있는 걸 보다가 말했다.
"유세나나 백유리는 여기서 인체 실험이라도 당한 겁니까 ? "
" • • • 역시 백유리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나 보네 ?
그렇지만, 딱히 그런 건 아니야. 여기는 애초에 다른 용도였으니까."
대체로 경험상 이런 실험실에서는 폐기된 실험체라던가 촉수같은 게 나오지 않나 싶지만.
그래도 기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든 의문.
샅샅이 퍼뜨리는 기감을 알겠지만 연현아는 개의치 않고 어깨를 으쓱인다.
"옛날에 나라가 어려웠을 때 일본이나 적련에 협력한 사람들을 데려오던 곳이니 완전히 용도가 다른거지."
"오."
"뭐, 지금은 적련이든 일본이든 제 영토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어졌으니 의미가 없어졌지만.
그리고 그래서, 백유리를 여기에 두고 있던거지. 그런 능력을 밖에 둘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는, 슬슬 걸음을 멈춘 채, 그런 복도 안에서 사람의 흔적으로 보이는 머리카락을 잡아 들어올렸다.
"환상포식Imagine Eater."
아마도 백유리의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머리카락을 들여다보면서.
어두운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이 빛나고, 저 멀리에서 숨길 수 없이 인기척이 드러난다.
"팔에 닿는 순간 현존하는 99% 이상의 이능을 무력화시킨 채 먹어치우는 능력같은 게.
멀쩡히 밖에서 나돌아다니게 둘 수 있을리가 있나. 아무리 비활성화되어 있다지만."
그리고 그 말에, 백유리를 가리듯 앞에 선 유세나가, 복도 저 끝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 얼굴에 공포라고 해야 할 감정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난 채로.
연현아는 손을 흔들며 인사하려는 듯 하다가, 어째선지 나를 보기에.
나는 무어라 반응할지를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반갑다."
약간의 짜증과, 약간의 미안함이 뒤섞인 듯한 감정과, 그게 가라앉은 침체감.
"이 학교의 안정상의 이유로, 너희들에 대해 확인하러 온 이천성이라고 한다."
"안 • • • 정상 ? "
그래도 최대한 평정을 유지한 채 말하면, 이게 뭔 말이냐는 듯 유세나의 눈이 깜빡인다.
나는 패용한 철검을 검집째로 떼서 벽에 기댄 채 앞으로 걸었다.
연현아는 지켜보기만 하겠다는 듯 뒤에서 팔짱을 끼고 사탕이나 꺼내문 상황.
유세나가 흠칫하고, 백유리가 발끈한 듯 다가오려 함에 추가로 덧붙였다.
"뱀이 이 학교를 노리고 있다."
그리고 그 말에, 유세나의 얼굴이 눈에 띄게 희게 질린다.
백유리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 눈을 찡그린 모습.
"그리고 그 습격이 일어났을 때, 네가 그 목표이거나 원인일 확률이 있다."
"무슨 • • • "
"네 옆구리에는 낙인이 없는건가."
이 말이 정곡을 찌른 것 같다.
유세나의 표정이 희게 질리면서도, 내가 지금 거짓을 말하지 않음을 이해한 듯 보였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을 실현하기 위해 내력을 우수右手에 집약하면.
어둠 속에서 회색으로 빛나는 진기가 집중된다.
집중되는 것을 넘어서 압축되기 시작한다. 중단전의 압력이라는 것이 최고조에 달한다.
한 호흡을 기나길게 행할 적, 그 숨결에 맺히는 것을 뒤따르듯 전신을 도는 스무번 이상의 순환.
종극에 맺히는 것은, 빛이다.
ㅡ 우우우우 • • •
"네가 뱀의 주구가 아니라면."
ㅡ 크그그그극 • • •
주변의 대기를 갈아버릴 것처럼 압축된 기력이 파사현정을 내비춘다.
그 움직임에 이 실험실 안에 얕게 깔려 있던 듯한 희미한 요기가 붙잡혀서 타들어갈 적.
"벗어라."
담담히 뱉은 말에, 침묵이 찾아왔다.
ㅡ 탁 • • •
뒤잇듯 떨어져 내린 소리가 무엇인가 했지만, 연현아가 뱉는 소리가 그것이 뭔지 밝힌다.
"무, 무, 무슨."
아마도 까서 입에 넣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탕이 떨어져 내린 거겠지.
그것을 기감으로 느끼고 말을 끝맺었다.
"벗어서 네 순수를 증명해라, 유세나."
" ㅡ 에."
백유리의 입이 뻐끔거리고, 희게 질렸던 유세나의 얼굴이 넋이 빠진 듯 할 때.
연현아가 무언가 제지하려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건 이런 축일 수 밖에 없다.
그게 유세나의 확인 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을 포함해서도 그러한 것일 때.
티이잉 ㅡ 하고, 소리가 울렸다.
"그, 그만 해."
예상한 상황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전개.
어느새인가 유세나의 앞으로 나온 채, 오른손을 붙잡은 백유리의 오른팔.
그 팔의 안으로 스며들듯 사라져가는 내공과, 맥없이 지워진 광류를 바라보다 떠올린다.
"싫어하잖아 • • • ! "
"너는, 너보다 유세나가 중요한가 ? "
"뭐 • • • ? "
활성화된 백유리의 오른팔은 짐승의 형태가 되지 않았다.
과연 백유리가 지금 벗으라는 상황일 때 저 팔이 활성화됐을지를 생각할 때.
유세나의 눈은 크게 떨렸고, 손이 움직였다.
상의의 단추를 푸는 움직임이, 시야 내에 담겼다.
발을 한번 튕길 때마다 육체의 무게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육체가 추진한다.
도리어 스스로 조절할 수 없을 만큼의 속도가 나고 있을 지경이었는데.
연현아는 그 속도를 어렵지 않게 따라잡으며 전음을 보내왔다.
[중정이라는 이름을 보고 별로 반응도 안 할 줄은 몰랐는데. 과연, 하광검문의 기재 답나 ? ]
딱히 기재라고 할 정도도 아니고 하광검문에 이 정도 자질은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 말에 정면으로 반박할 정도의 시간도 힘도 없다.
[그냥 중정이랑 엮인 적이 많을 뿐입니다.]
[헤에, 그 나이에 ? ]
의외라는 듯 말하지만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중정이라는 놈들은 인터넷 검열의 최고봉에 해당하는 놈들로.
내가 접근하려는 정보 중의 3할은 중정에 의해 검열되어 아예 검색조차 안 되는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중정中正.
중앙정신부中央正神部.
이 망할 놈들의 폐해는 그 이상으로 여러 곳 있었지만 그걸 지금 생각하는 건 어려웠다.
휙휙 내딛는 발이 산등성을 밟고 우회하며 튕겨져 나갈 때.
발 끝에 그림자라도 만들어진 것처럼 장해물을 통과하며 미끄러지던 연현아가 말을 이었다.
[뭐, 그러면 알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성남이 멸망했을 때 생존한 사람은 몇 더 있어.]
당연하지만 모르는 정보였다.
[그리고 그때 문門을 여는 데 개입했던 영사마교도, 지금 세상에 꽤 많은 간섭 권한을 손에 넣었고.]
이것도 모른다. 중정은 무슨 정보를 이리도 많이 검열해뒀단 말인가.
그 놈들은 자유 대한민국이라는 단어에 대해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
[그렇지만 대체로 예외 하나 • • • 를 제외하고는 모두 어떻게든 숨기는 데 성공했지.
그 하나도 숨길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있는거야. 유세나도.]
[그러면 유세나도 그런 생존자로서 관리되고 있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그렇지만 그런 개인적인 감흥과는 별개로, 연현아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면 의문인 것이 있다.
짧은 맺음.
과열된 듯 휘돈 진기가 백락의 안에서 진동할 적, 몸의 열기를 식힌다.
나뭇가지 위에 서서 산 정반대 편에 가까운 곳의 작고 허름한 건물 하나를 보고 있자면 그 의문이 말이 됐다.
[그런데 왜 그런 유세나 몸에 영사마교에 관련된 듯한 낙인이란 게 새겨져 있답니까 ? ]
그 말이, 뒤에 서있던 듯한 연현아의 몸을 살짝 굳게 만든 듯 했다.
짧은 순간 침묵이 가득 한 듯 했을 때 나뭇가지 밑으로 살며시 떨어져 내린 연현아가 뒤를 돌아봤다.
"왜냐하면, 그게 성남에 문이 열렸다는 증거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눈은 마치 뱀이 그러하듯 동공이 갈라져 있다.
그것의 의미를 고민하고 있을 적, 그녀는 쓰게 웃으며 다시 뒤돌았다.
걸음이 이어지고, 그녀가 품 안에 집어넣은 손이 되돌아나올 적에는 출입증이 딸려나왔다.
"자신이 먹지 못한 먹이에 남긴 독, 이라고 해야겠지.
한번 더 지옥에서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으면, 남겨둔 식사를 먹겠노라고 선언하는 종류의."
그리고 그 허름한 건물의 입구에 그 출입증을 찍었을 때 문이 자연히 열렸기 때문에.
나는 그 앞으로 걸어가는 연현아의 뒤를 따라 걸었다.
전등 하나 없는 듯한 캄캄한 복도에, 낡은 내벽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
'그렇다면 연현아 또한 그 먹잇감 중의 하나인가 ? '
*
사람 사는 곳이라기에는 꽤 삭막한 풍경이다.
실내에서 보법을 밟기도 그러나 그렇게 10여분 정도 걸어갔을 때.
어쩌면 지하로 이어진 듯 희미하게 건물의 기울기가 존재함을 파악한 뒤.
그 주변에 용도 모를 흰 방 따위가 여러개 나열되어 있는 걸 보다가 말했다.
"유세나나 백유리는 여기서 인체 실험이라도 당한 겁니까 ? "
" • • • 역시 백유리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나 보네 ?
그렇지만, 딱히 그런 건 아니야. 여기는 애초에 다른 용도였으니까."
대체로 경험상 이런 실험실에서는 폐기된 실험체라던가 촉수같은 게 나오지 않나 싶지만.
그래도 기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든 의문.
샅샅이 퍼뜨리는 기감을 알겠지만 연현아는 개의치 않고 어깨를 으쓱인다.
"옛날에 나라가 어려웠을 때 일본이나 적련에 협력한 사람들을 데려오던 곳이니 완전히 용도가 다른거지."
"오."
"뭐, 지금은 적련이든 일본이든 제 영토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어졌으니 의미가 없어졌지만.
그리고 그래서, 백유리를 여기에 두고 있던거지. 그런 능력을 밖에 둘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는, 슬슬 걸음을 멈춘 채, 그런 복도 안에서 사람의 흔적으로 보이는 머리카락을 잡아 들어올렸다.
"환상포식Imagine Eater."
아마도 백유리의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머리카락을 들여다보면서.
어두운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이 빛나고, 저 멀리에서 숨길 수 없이 인기척이 드러난다.
"팔에 닿는 순간 현존하는 99% 이상의 이능을 무력화시킨 채 먹어치우는 능력같은 게.
멀쩡히 밖에서 나돌아다니게 둘 수 있을리가 있나. 아무리 비활성화되어 있다지만."
그리고 그 말에, 백유리를 가리듯 앞에 선 유세나가, 복도 저 끝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 얼굴에 공포라고 해야 할 감정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난 채로.
연현아는 손을 흔들며 인사하려는 듯 하다가, 어째선지 나를 보기에.
나는 무어라 반응할지를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반갑다."
약간의 짜증과, 약간의 미안함이 뒤섞인 듯한 감정과, 그게 가라앉은 침체감.
"이 학교의 안정상의 이유로, 너희들에 대해 확인하러 온 이천성이라고 한다."
"안 • • • 정상 ? "
그래도 최대한 평정을 유지한 채 말하면, 이게 뭔 말이냐는 듯 유세나의 눈이 깜빡인다.
나는 패용한 철검을 검집째로 떼서 벽에 기댄 채 앞으로 걸었다.
연현아는 지켜보기만 하겠다는 듯 뒤에서 팔짱을 끼고 사탕이나 꺼내문 상황.
유세나가 흠칫하고, 백유리가 발끈한 듯 다가오려 함에 추가로 덧붙였다.
"뱀이 이 학교를 노리고 있다."
그리고 그 말에, 유세나의 얼굴이 눈에 띄게 희게 질린다.
백유리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 눈을 찡그린 모습.
"그리고 그 습격이 일어났을 때, 네가 그 목표이거나 원인일 확률이 있다."
"무슨 • • • "
"네 옆구리에는 낙인이 없는건가."
이 말이 정곡을 찌른 것 같다.
유세나의 표정이 희게 질리면서도, 내가 지금 거짓을 말하지 않음을 이해한 듯 보였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을 실현하기 위해 내력을 우수右手에 집약하면.
어둠 속에서 회색으로 빛나는 진기가 집중된다.
집중되는 것을 넘어서 압축되기 시작한다. 중단전의 압력이라는 것이 최고조에 달한다.
한 호흡을 기나길게 행할 적, 그 숨결에 맺히는 것을 뒤따르듯 전신을 도는 스무번 이상의 순환.
종극에 맺히는 것은, 빛이다.
ㅡ 우우우우 • • •
"네가 뱀의 주구가 아니라면."
ㅡ 크그그그극 • • •
주변의 대기를 갈아버릴 것처럼 압축된 기력이 파사현정을 내비춘다.
그 움직임에 이 실험실 안에 얕게 깔려 있던 듯한 희미한 요기가 붙잡혀서 타들어갈 적.
"벗어라."
담담히 뱉은 말에, 침묵이 찾아왔다.
ㅡ 탁 • • •
뒤잇듯 떨어져 내린 소리가 무엇인가 했지만, 연현아가 뱉는 소리가 그것이 뭔지 밝힌다.
"무, 무, 무슨."
아마도 까서 입에 넣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탕이 떨어져 내린 거겠지.
그것을 기감으로 느끼고 말을 끝맺었다.
"벗어서 네 순수를 증명해라, 유세나."
" ㅡ 에."
백유리의 입이 뻐끔거리고, 희게 질렸던 유세나의 얼굴이 넋이 빠진 듯 할 때.
연현아가 무언가 제지하려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건 이런 축일 수 밖에 없다.
그게 유세나의 확인 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을 포함해서도 그러한 것일 때.
티이잉 ㅡ 하고, 소리가 울렸다.
"그, 그만 해."
예상한 상황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전개.
어느새인가 유세나의 앞으로 나온 채, 오른손을 붙잡은 백유리의 오른팔.
그 팔의 안으로 스며들듯 사라져가는 내공과, 맥없이 지워진 광류를 바라보다 떠올린다.
"싫어하잖아 • • • ! "
"너는, 너보다 유세나가 중요한가 ? "
"뭐 • • • ? "
활성화된 백유리의 오른팔은 짐승의 형태가 되지 않았다.
과연 백유리가 지금 벗으라는 상황일 때 저 팔이 활성화됐을지를 생각할 때.
유세나의 눈은 크게 떨렸고, 손이 움직였다.
상의의 단추를 푸는 움직임이, 시야 내에 담겼다.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열심히 세탁한 듯한 유세나의 하얀색 셔츠가 풀려난다.
아담한 정도의 가슴을 덮은 브래지어가 보이고, 옷을 들추려 하면.
살짝 드러난 갈비뼈가 반라에 가까워지는 유세나의 몸을 증명하는 듯 했다.
셔츠를 잡고, 허리 인근까지 들춰야 하기 때문에 허리를 비트는 몸.
"보지 마 ㅡ !! !! "
그리고 격분하며 주먹을 내뻗는 백유리의 손길이 빠르다.
순간 붙잡는 걸 넘어서 뻗어낸 주먹이 순식간에 촌경寸勁을 날려왔다.
그러면서도 이해할 수 있는 건, 정작 그 주먹이 잡고 있던 오른손으로 날아온다는 점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건 간단했다.
'자각하고 있는건가 ? '
어떠한 내공이나 힘이 실리지 않은 주먹 따위로 대항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건 이능을 지워버리는 오른팔로 후려치는 방법 밖에 없다.
녀석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 • • 그런 주제에, 왜 두번째 회귀 때에는 그 힘을 꺼내지 않은거지 ?
수검手劍.
광검결光劍訣.
그런 의문과 함께 손아귀에 맺히는 기력이 광성을 드러내면.
백유리는 흠칫하면서도 주먹을 내지른다. 지울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아니면 본능적으로 그렇게 판단했거나. 하지만 지워지는 것 따위는 애당초 신경쓰지도 않았다.
중요한 건, 속도.
운기행공運氣行功.
몰광沒光.
광법경光法勁.
" ㅡ 어 ? "
팔이 제대로 후려치기도 전에 허공에서 가속한 손이 먼저 백유리의 어깨를 붙잡았고.
그대로 팔을 끼워맞추듯 끌어당겨 서로의 어깨끼리가 맞닿았다.
갑작스레 호흡이 섞일 정도로 근접한 몸.
그것에 경악한 듯 했지만 그 이후에 느껴지는 감각에 경악이 고통으로 변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일.
"아, 파파파파파 • • • ! "
"벗을게요 ! 벗을 테니까 ! 유리를 다치게 하지 마세요 • • • ! "
짐승의 팔로 변이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그닥 상대하기가 • • • 어렵지는 않다.
유세나는 울상에, 허리춤을 드러내려다 멈춰버렸지만, 시의적절하게 질린 듯한 연현아의 목소리가 조력했다.
기감으로 판단하기에는 땅바닥에 떨어진 사탕을 들고 엉거주춤한 모습.
" • • • 아니, 저거 그냥 관절기니까. 평범하게 저 녀석 정도 솜씨면 어깨 빠질 염려도 없이 고통만 느껴질 걸."
"선배의 말이 맞다. 그리고, 그냥 빨리 낙인이나 보여라."
아마 저 사탕을 먹을지 말지 고민하는걸까.
나였다면 버렸을 것이다. 그리 품평하면서 백유리를 제압하고 있으면.
머뭇거리다가 유세나가 허리춤을 보였다.
그 안에는 • • • 흉터같은, 일전 보았던 낙인이라기에는 그저 알처럼 뭉쳐져 있는.
그런 둥근 문양이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딱히 문제는 없어 보이기는 하는데. 감응도 없고."
"그, 그러면 별 문제 없는거죠...? "
백유리를 풀어주기라도 하라는 것처럼 어깨를 건드리는 손길.
연현아의 목소리에 팔에 힘을 풀면, 철푸덕 쓰러지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백유리.
그 모습을 무시한 채 말을 잇는다.
"그러면 만약에, 저 둥근 낙인이 풀려나면 어떻게 됩니까 ? "
"흠 ? "
기억 상에 있는, 둥근 문신이 변모했었던, 일곱 머리로 나뉘어졌던 형태를 입에 담는 것이다.
그러자, 결국 참지 못하고 사탕을 후후 불어서 씹은 연현아가 잠깐 침묵하다 말했다.
"그러면 • • • 저 낙인에 이끌린 마와 접했다는 거지."
[너.]
분명히 입을 열어서 전해오는 말은 한 가지인데.
귀에 들려오는 전음까지 포함하면 두가지인 신묘한 방법으로 말이 전해져온다.
"아무래도 저 낙인을 가진 대상을 먹은 요마를 먹는 것도 상마上魔에게는 식사라는 거야.
먹혀버린 요마도 상위의 마의 호의로 이후에는 전생할 수 있을 테니 노려올거고."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 ]
그러니까, 이건 그거군.
드러낸 허리춤에 속옷 차림으로 얼굴이 붉어진 유세나에게 손짓하면 다시 옷을 되감고.
주저앉은 백유리를 챙기듯, 그녀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우려 한다.
그 모습이 썩 우애좋은 친구처럼 보이는데, 그 내용물에 오차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손을 휘휘 저으며, 말을 덧붙였다.
"당장은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하니까, 너희 사정에 대해 들어봐야겠네."
"네 • • • ? 이걸로 끝 • • • 아니었나요 • • • ? "
"끝이긴 끝이다."
아무래도 나와 더 엮여야 한다는 사실에 여자 둘의 얼굴이 검게 가라앉는 걸 보면서.
이 실험실의 가장 안으로 발걸음을 더 들이밀었다.
"너희들이 입학 시험에 불참석해도 문제가 없다면, 말이지.
참석하고 싶다면 너희들이 참석했을 때 문제가 안 터질 거라는 것 정도는 입증해둬야지."
그렇게 백유리와 유세나가 둘이서 지낸 것 같은 방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
'유세나는 정말 인간이 맞나 ? '
*
방 안은 장소에 맞지 않게 깨끗했고, 또 한적했다.
되도록이면 물품들을 잘 치워두고 정리하려 했던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의자 두개와 탁자 하나, 작은 장농, 잠을 자기 위한 이부가지 정도가 있는 방 안은 실험실 치고는 온건해보였다.
ㅡ 드르르륵.
아마 일류고수의 안력으로는 흐릿하게 보이는 벽의 핏자국만 아니었다면.
그냥 여자애 둘이 살기에 적당한 좀 넓은 원룸이라고 생각했었겠지.
탁자 앞의 의자 하나를 뽑아내서 그 위에 앉을 때.
이 방 주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려는 듯 서있던 연현아가 어처구니없어 하지만 상관없다.
덤으로 자기 자리를 빼앗긴 것 같은 백유리가 분개했지만, 말로 끊어냈다.
"내가 알고 있는 성남의 상황이라는 건 꽤 적다. 왜냐하면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 말 한마디에 셋 모두의 감정이 상한 듯 하나, 어쩔 수 없지 않나.
그것이 사실인데.
"가장 중요하게 들은 것은 정체 모를 흑마법사에 의해 문門이 열렸다는 것."
외국 사이트를 좀만 뒤져보면 멸망한 적련의 도시와 그 안에 사는 종족배반자들이 잔뜩이다.
태그 하나만 잘 골라내도 이 세계에서 멸망한 도시나, 멸망하는 도시나, 멸망할 도시는 넘쳐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문의 너머에서 영사마교가 모시는 마신魔神이 튀어나왔다는 것.
그렇게, 마신에 의해 도시가 멸망하였고, 성남은 완전히 폐쇄되었다.
이 학교에서 밑으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있을 도시가 학생들이 실전 훈련하러 가는 곳으로 취급된다 • • • 정도겠지."
"정말로 그것 밖에 없어 ? "
굳이 국내의 것을 보면서 이 나라의 명운이 어떻게 될지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만큼은 그랬다.
연현아의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에, 손가락으로 탁자를 몇차례 두들기고.
"아니면 영사마교가 왜 학교를 습격하는지, 그것들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타겟이 뭐고, 쓸 수 있는 게 뭐고, 어느 부분을 놓쳤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는지 • • • 그런 것까지 얘기해야 하나 ?
아닌 것 같은데."
주제를 명확히 한정짓는다.
"너희들은 영사마교가 너희들을 습격이라도 해올 줄 알았나 본데. 아마도 아니다."
" • • • 아니, 라고 • • • ? "
"습격의 대상은 따로 있다. 그리고 너희들은 엄밀히 말하면 운이 나빠서 휘말릴 뿐이다.
문제는 그렇게 휘말리는 와중에, 사인이 나타나는 것 이상의 사태에 너희들이 어떻게 되느냐지."
내가 알고 싶은 건, 이것들을 회장에서 분리시켜야 하는가와 아닌가.
그리고 회장에서 분리시켜 놓았을 때, 아무런 문제도 없다 생각한 그 판단이 그르칠 수 있는가 없는가.
그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세나, 너에게 새겨져 있다는 사인의 낙인에 대해 물은거고.
그 때문에 그 이후에는, 유세나 너와 백유리가 영사마교가 나타날 때 어떻게 반응할지를 알아보는거다."
"그건 • • • "
"너나, 선배는 그 낙인에 아무런 문제도 없으리라고 말할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광법光法은 손가락을 타고 응집한다.
이전과 같다.
진광십육검의 첫번째 초식이자 검의에 해당하는 광성光性을 끌어내는 구결이 쉬이 감응하고.
본래 소모했어야 할 지독히도 많은 양의 내공 소모가 ㅡ 삼분지 일도 안 될 정도로 줄어든 채 운다.
"하지만 네 몸을 찢고 나온 뱀을 보거나, 아니면 구멍이랑 구멍에는 다 파고드는 뱀이 보이거나.
아예 사인에 의해 사지가 찢어진 채 굴러다니는 시체를 보게 되면 그때는 이미 늦은 거다. 그렇지 ? "
마치 기氣 안에 빛이 아닌 것이 심장 어림에까지 끌려들어가는 듯한 진정성 있는 감각.
약간은 복잡한 듯 했던 머리였으나 사고는 간결해진다.
머리가 맑아지기 때문에 말을 하는 도중에 느끼던 일렁임이 가라앉으면.
이 말을 아마 유세나는 잘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 • • • 말하라는 거네요. 정확히, 지금 상황과 관련이 있거나 있을 수 있는 • • • 그런 게 뭔지."
"그렇지."
그 사실에 감사하며 나 또한 내 손에 맺힌 광기를 꺼뜨렸다.
"내가 가장 듣고 싶은 건 하나다.
환상포식. 그런 이능을 가진 백유리가 살아남은 건 그닥 이상하지 않아. 그런데, 넌 다르지."
힘은 필요하지 않고; 필요한 건 진위를 가릴 수단 뿐.
차갑게 가라앉은 정신으로 들었다.
" ㅡ 대체 그런 대요마가 강림했다는 곳에서 넌 어떻게 살아남은거냐 ? "
지금 가장 의구심이 드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유세나는 답하듯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 •
아담한 정도의 가슴을 덮은 브래지어가 보이고, 옷을 들추려 하면.
살짝 드러난 갈비뼈가 반라에 가까워지는 유세나의 몸을 증명하는 듯 했다.
셔츠를 잡고, 허리 인근까지 들춰야 하기 때문에 허리를 비트는 몸.
"보지 마 ㅡ !! !! "
그리고 격분하며 주먹을 내뻗는 백유리의 손길이 빠르다.
순간 붙잡는 걸 넘어서 뻗어낸 주먹이 순식간에 촌경寸勁을 날려왔다.
그러면서도 이해할 수 있는 건, 정작 그 주먹이 잡고 있던 오른손으로 날아온다는 점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건 간단했다.
'자각하고 있는건가 ? '
어떠한 내공이나 힘이 실리지 않은 주먹 따위로 대항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건 이능을 지워버리는 오른팔로 후려치는 방법 밖에 없다.
녀석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 • • 그런 주제에, 왜 두번째 회귀 때에는 그 힘을 꺼내지 않은거지 ?
수검手劍.
광검결光劍訣.
그런 의문과 함께 손아귀에 맺히는 기력이 광성을 드러내면.
백유리는 흠칫하면서도 주먹을 내지른다. 지울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아니면 본능적으로 그렇게 판단했거나. 하지만 지워지는 것 따위는 애당초 신경쓰지도 않았다.
중요한 건, 속도.
운기행공運氣行功.
몰광沒光.
광법경光法勁.
" ㅡ 어 ? "
팔이 제대로 후려치기도 전에 허공에서 가속한 손이 먼저 백유리의 어깨를 붙잡았고.
그대로 팔을 끼워맞추듯 끌어당겨 서로의 어깨끼리가 맞닿았다.
갑작스레 호흡이 섞일 정도로 근접한 몸.
그것에 경악한 듯 했지만 그 이후에 느껴지는 감각에 경악이 고통으로 변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일.
"아, 파파파파파 • • • ! "
"벗을게요 ! 벗을 테니까 ! 유리를 다치게 하지 마세요 • • • ! "
짐승의 팔로 변이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그닥 상대하기가 • • • 어렵지는 않다.
유세나는 울상에, 허리춤을 드러내려다 멈춰버렸지만, 시의적절하게 질린 듯한 연현아의 목소리가 조력했다.
기감으로 판단하기에는 땅바닥에 떨어진 사탕을 들고 엉거주춤한 모습.
" • • • 아니, 저거 그냥 관절기니까. 평범하게 저 녀석 정도 솜씨면 어깨 빠질 염려도 없이 고통만 느껴질 걸."
"선배의 말이 맞다. 그리고, 그냥 빨리 낙인이나 보여라."
아마 저 사탕을 먹을지 말지 고민하는걸까.
나였다면 버렸을 것이다. 그리 품평하면서 백유리를 제압하고 있으면.
머뭇거리다가 유세나가 허리춤을 보였다.
그 안에는 • • • 흉터같은, 일전 보았던 낙인이라기에는 그저 알처럼 뭉쳐져 있는.
그런 둥근 문양이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딱히 문제는 없어 보이기는 하는데. 감응도 없고."
"그, 그러면 별 문제 없는거죠...? "
백유리를 풀어주기라도 하라는 것처럼 어깨를 건드리는 손길.
연현아의 목소리에 팔에 힘을 풀면, 철푸덕 쓰러지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백유리.
그 모습을 무시한 채 말을 잇는다.
"그러면 만약에, 저 둥근 낙인이 풀려나면 어떻게 됩니까 ? "
"흠 ? "
기억 상에 있는, 둥근 문신이 변모했었던, 일곱 머리로 나뉘어졌던 형태를 입에 담는 것이다.
그러자, 결국 참지 못하고 사탕을 후후 불어서 씹은 연현아가 잠깐 침묵하다 말했다.
"그러면 • • • 저 낙인에 이끌린 마와 접했다는 거지."
[너.]
분명히 입을 열어서 전해오는 말은 한 가지인데.
귀에 들려오는 전음까지 포함하면 두가지인 신묘한 방법으로 말이 전해져온다.
"아무래도 저 낙인을 가진 대상을 먹은 요마를 먹는 것도 상마上魔에게는 식사라는 거야.
먹혀버린 요마도 상위의 마의 호의로 이후에는 전생할 수 있을 테니 노려올거고."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 ]
그러니까, 이건 그거군.
드러낸 허리춤에 속옷 차림으로 얼굴이 붉어진 유세나에게 손짓하면 다시 옷을 되감고.
주저앉은 백유리를 챙기듯, 그녀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우려 한다.
그 모습이 썩 우애좋은 친구처럼 보이는데, 그 내용물에 오차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손을 휘휘 저으며, 말을 덧붙였다.
"당장은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하니까, 너희 사정에 대해 들어봐야겠네."
"네 • • • ? 이걸로 끝 • • • 아니었나요 • • • ? "
"끝이긴 끝이다."
아무래도 나와 더 엮여야 한다는 사실에 여자 둘의 얼굴이 검게 가라앉는 걸 보면서.
이 실험실의 가장 안으로 발걸음을 더 들이밀었다.
"너희들이 입학 시험에 불참석해도 문제가 없다면, 말이지.
참석하고 싶다면 너희들이 참석했을 때 문제가 안 터질 거라는 것 정도는 입증해둬야지."
그렇게 백유리와 유세나가 둘이서 지낸 것 같은 방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
'유세나는 정말 인간이 맞나 ? '
*
방 안은 장소에 맞지 않게 깨끗했고, 또 한적했다.
되도록이면 물품들을 잘 치워두고 정리하려 했던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의자 두개와 탁자 하나, 작은 장농, 잠을 자기 위한 이부가지 정도가 있는 방 안은 실험실 치고는 온건해보였다.
ㅡ 드르르륵.
아마 일류고수의 안력으로는 흐릿하게 보이는 벽의 핏자국만 아니었다면.
그냥 여자애 둘이 살기에 적당한 좀 넓은 원룸이라고 생각했었겠지.
탁자 앞의 의자 하나를 뽑아내서 그 위에 앉을 때.
이 방 주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려는 듯 서있던 연현아가 어처구니없어 하지만 상관없다.
덤으로 자기 자리를 빼앗긴 것 같은 백유리가 분개했지만, 말로 끊어냈다.
"내가 알고 있는 성남의 상황이라는 건 꽤 적다. 왜냐하면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 말 한마디에 셋 모두의 감정이 상한 듯 하나, 어쩔 수 없지 않나.
그것이 사실인데.
"가장 중요하게 들은 것은 정체 모를 흑마법사에 의해 문門이 열렸다는 것."
외국 사이트를 좀만 뒤져보면 멸망한 적련의 도시와 그 안에 사는 종족배반자들이 잔뜩이다.
태그 하나만 잘 골라내도 이 세계에서 멸망한 도시나, 멸망하는 도시나, 멸망할 도시는 넘쳐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문의 너머에서 영사마교가 모시는 마신魔神이 튀어나왔다는 것.
그렇게, 마신에 의해 도시가 멸망하였고, 성남은 완전히 폐쇄되었다.
이 학교에서 밑으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있을 도시가 학생들이 실전 훈련하러 가는 곳으로 취급된다 • • • 정도겠지."
"정말로 그것 밖에 없어 ? "
굳이 국내의 것을 보면서 이 나라의 명운이 어떻게 될지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만큼은 그랬다.
연현아의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에, 손가락으로 탁자를 몇차례 두들기고.
"아니면 영사마교가 왜 학교를 습격하는지, 그것들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타겟이 뭐고, 쓸 수 있는 게 뭐고, 어느 부분을 놓쳤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는지 • • • 그런 것까지 얘기해야 하나 ?
아닌 것 같은데."
주제를 명확히 한정짓는다.
"너희들은 영사마교가 너희들을 습격이라도 해올 줄 알았나 본데. 아마도 아니다."
" • • • 아니, 라고 • • • ? "
"습격의 대상은 따로 있다. 그리고 너희들은 엄밀히 말하면 운이 나빠서 휘말릴 뿐이다.
문제는 그렇게 휘말리는 와중에, 사인이 나타나는 것 이상의 사태에 너희들이 어떻게 되느냐지."
내가 알고 싶은 건, 이것들을 회장에서 분리시켜야 하는가와 아닌가.
그리고 회장에서 분리시켜 놓았을 때, 아무런 문제도 없다 생각한 그 판단이 그르칠 수 있는가 없는가.
그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세나, 너에게 새겨져 있다는 사인의 낙인에 대해 물은거고.
그 때문에 그 이후에는, 유세나 너와 백유리가 영사마교가 나타날 때 어떻게 반응할지를 알아보는거다."
"그건 • • • "
"너나, 선배는 그 낙인에 아무런 문제도 없으리라고 말할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광법光法은 손가락을 타고 응집한다.
이전과 같다.
진광십육검의 첫번째 초식이자 검의에 해당하는 광성光性을 끌어내는 구결이 쉬이 감응하고.
본래 소모했어야 할 지독히도 많은 양의 내공 소모가 ㅡ 삼분지 일도 안 될 정도로 줄어든 채 운다.
"하지만 네 몸을 찢고 나온 뱀을 보거나, 아니면 구멍이랑 구멍에는 다 파고드는 뱀이 보이거나.
아예 사인에 의해 사지가 찢어진 채 굴러다니는 시체를 보게 되면 그때는 이미 늦은 거다. 그렇지 ? "
마치 기氣 안에 빛이 아닌 것이 심장 어림에까지 끌려들어가는 듯한 진정성 있는 감각.
약간은 복잡한 듯 했던 머리였으나 사고는 간결해진다.
머리가 맑아지기 때문에 말을 하는 도중에 느끼던 일렁임이 가라앉으면.
이 말을 아마 유세나는 잘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 • • • 말하라는 거네요. 정확히, 지금 상황과 관련이 있거나 있을 수 있는 • • • 그런 게 뭔지."
"그렇지."
그 사실에 감사하며 나 또한 내 손에 맺힌 광기를 꺼뜨렸다.
"내가 가장 듣고 싶은 건 하나다.
환상포식. 그런 이능을 가진 백유리가 살아남은 건 그닥 이상하지 않아. 그런데, 넌 다르지."
힘은 필요하지 않고; 필요한 건 진위를 가릴 수단 뿐.
차갑게 가라앉은 정신으로 들었다.
" ㅡ 대체 그런 대요마가 강림했다는 곳에서 넌 어떻게 살아남은거냐 ? "
지금 가장 의구심이 드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유세나는 답하듯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 •
평범한 하루였다.
유세나는 그렇게 회상의 시작점을 끊었다.
그때까지의 그녀에게는 신성같은 게 없었다.
지금의 그녀와 달리 어떤 힘도 각성하지 못했기에 학교는 평범한 곳이었고.
알고 있는 것도 그닥 없었기 때문에 그저 등교를 준비할 뿐이라 했다.
그런데, 그것이 바뀌었다.
문을 열고, 옆 집에 살던 백유리와 만나 함께 등교하고, 그리고 등교로로 이어져 있던 길을 걷다가.
그렇게 모든 것이 망가졌다.
[버러지 같은 것들.]
사람의 시야라는 것은 과연 얼마나 좁은가. 얼마나 좁고, 낮기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없는가.
지평선이란 그러한 시야에 생기는 피할 수 없는 한계선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지평선의 끝에는 수많은 동심원이 생겨 있었다.
수많은, 수없이 많은 걸 넘어서 거대한, 하늘 위의 구름이라는 것이 의미없는.
『문門』이 그곳에 있었다.
[후회해라. 두려워해라. 떨어라. 자괴해라. 사죄할 수 없음에 절망한 채.
땅을 기는 벌레와 같이 죽어, 스스로의 처지를 알아라.]
그리고 하늘 위에서부터 울린 말이 끝날 때, 문이 스스로의 역할을 한 것이다.
문이란 건 그저 존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열리고 닫힘에 의미가 있는 법.
유세나는 그 순간을 그렇게 묘사했다.
그 이후로 시야에 담긴 건 아무것도 없었다.
[ ㅡ 이 세상에 구원 같은 게 없다는 걸 너희들도 알란 말이다.]
눈치챘을 때는 이미, 문은 터무니없이 커져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녀와 백유리와, 모두가 살고 있던 도시가.
이미 그 문 안에 모조리 들어가버렸을 뿐일 정도로.
ㅡ 우그작.
그리고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고요히 퍼졌을 때, 그곳에 뱀이 있었다.
*
"선배도 저런 걸 보았습니까 ? "
" • • • 눈치챘던거야 ? "
"숨기신 것도 아니잖습니까."
"뭐 • • • 그렇기는 하지만. 그리고 들었냐인가 • • • 그렇네."
연현아는 이야기의 도중에, 느릿하게 말을 덧댄다.
"들었어. 흑마법사가 성남에 있던 문을 강제로 확장시킬 적에 퍼뜨렸던 영언靈言은."
그 눈에 담긴 건 회고와, 아마도.
"그렇게 문을 연 마법사가 떨어져 죽는 소리는 못 들었지만. 외곽이었으니까, 나는."
일말의 의문이다.
*
뱀이라는 건, 말하자면 하늘이었다.
백유리의 말이었기 때문에 믿기에는 약간 어려웠지만 유세나는 긍정했다.
뱀은 하늘에 있었고, 도시는 땅에 있었다.
아니, 보도블럭과 지반째로 뜯어져 나온 땅은 땅 위에 붙은 순간 녹아내렸다.
그저 평범히 걷다가 공포에 질렸던 사람 중의 대다수가 세걸음을 떼기 전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유세나도 별 다를 건 없었다.
문, 그러니까 헌터물에서나 나오는 게이트 너머의 세계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유명한 증상이었다.
"혼돈 오염."
고도로 밀집한 혼돈混沌은 호흡만으로도 힘이 없는 일반인을 녹여버린다.
숨이 들어가 맞닿은 순환계가 뒤틀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 이후의 기억은 희미하다는 게 백유리나 유세나의 공통적인 답변인 것도.
논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호흡을 통해 돌아가는 것은 기만이 아니다.
아니 기의 심기혈정心氣血精같은 작용조차 초월하는 혼돈은 피조차 뒤바꿀 수 있다.
그런게 뇌에 가는 피를 타고 머리까지 가버리면 사람은 미쳐버리는 것이다.
"몰디드Molded가 된 건가."
미치는 걸 넘어서 적련赤聯이 자랑하는 혈맹군血盟軍 수준까지 이르러 버리겠지.
육체 내에 마구잡이로 생긴 마력 회로 때문에 기괴하게 뒤틀린 인체를 갖는 주제에.
정작 숨만 쉬어도 생기는 마력 때문에 일류고수가 나서야 처리가 된다는 그런 괴물이.
"그랬지."
연현아는 긍정했고, 백유리는 침묵했다.
그저 그들로는 알 수 있던 게 그것 뿐이었다는 이야기다.
하늘 위에는 어디까지 이어진 건지도 모를 뱀의 몸체가 이어지며 기울어진 뱀의 몸을 타고 피의 비가 내린다.
숨만 쉬어도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그걸 넘어서 이성을 잃고 괴물이 되어버리며 남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런 것을 피해 어떻게든 도망치며,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도, 놓지도 못한 채 헤매이던 와중 구조가 왔다.
당시 한국에 있던 절세고수 중 하나가 그 문의 너머로 잠입해 사람들을 구조했기에 그들은 살았다.
검단黔旦.
그리 칭해지는 도호의 무인이 그렇게 기절하고, 눈을 뜨고, 질질 기어서 무너져내리는 벽 뒤에 숨어있던 그녀들을 찾은 게.
그녀들이 인생을 살아가며 얻을 수 있던 가장 큰 행운이라는 이야기다 • • •
'거짓말쟁이가 둘이군.'
현생을 살게 되고 몸이 뒤바뀐 이후로 태식의 시간을 길게 하기 위해 핀 적도 없지만.
오랜만에 담배가 피고 싶어지는 설명이었다.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란 게 없고, 백유리는 심지어 팔의 능력마저도 나에게 들켰을텐데.'
어줍잖게 이야기를 뭉개고 있다. 아마,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 해도 밝힌 것보다 밝히지 않은 게 많다.
문 너머에 대해서는 아무리 반쯤 문외한이라지만 이 정도 내용물에 속을리가 없다.
성남이라는 도시도 엄연히 수도권. 산과 인접한 특성 상 그 안에 무관도 여럿 있었을 터고.
그 이상으로, 문이 존재하고 있던 도시라면 헌터가, 최소한 절정고수와 대등하다 평가받는 A랭크가 있었을 터.
아니, 그 이상조차도 있었을 것이었다. 나보다 고수이거나 대등할 존재가 백은 가까이 있어도 이상치 않다.
ㅡ 그리고 그런 이들은 모조리 죽었다.
"잠깐, 담배 좀 피고 오지."
"응 ? "
"선배, 담배 없습니까 ? "
"있긴 한데. 이렇게 냅다 말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 • • 애초에 넌 일학년이잖아 ! 피지 마 ! "
순간적으로 든 충동이, 문득 떠오른 이유에 의해 의도를 얻는다.
"그러면 백유리. 네 걸 가지고 나와라."
"나, 난 담배 없어 ! "
"너한테서 담배 냄새 난다."
" ! ? "
지금 거짓을 책망하고 분간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쓰기로 한 것이다.
드르르륵, 백유리의 의자를 뽑아서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걸어나간다.
사람을 나눈다.
뭔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건지, 아니면 당당하게 학생회장 앞에서 담배 피러 간다는 말에 어이가 없는건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연현아의 시선을 느끼면서 팔의 태세를 정비했다.
"지, 진짜 없다고 ! "
이번에는 백유리를 벗겨봐야 하나 ?
하고 생각하면서.
*
돌고 돌아서 백유리다.
결국 밖에 나와서 어디 있는지 위치까지 맞은 담배를 빼앗긴 뒤 부들거리는 백유리.
이런 것까지 중정에게 보급받은 건지 싶은 라이터도 빼앗아 불을 붙이고.
물을 것을 찾다가, 백유리의 가슴께를 보았다.
" • • • 어디를 보는거야."
사실, 속옷을 안 찬 것 같은 와이셔츠 안이 아니라 목에 차고 있는 성구를 보고 있었다.
"너, 그 목에 차고 있는 거. 유세나가 만든건가 ? "
"그런데 ? "
"그것에 의미가 일절 없는 걸 알면서도 차고 있는거고 ? "
"의미 있거든 • • • ! "
성구에 의미가 있나 ?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일전까지는 성구 안에 담긴 그 신성문자가 신성함을 뜻한다는 것에 집중했는데.
이제 세번 정도 그 팔 안에 담긴 능력이라는 것을 겪어보니 알 법 하다.
"아니, 의미같은 건 없다. 네 팔 안에 무언가가 담겨 있다는 걸 너도 아는 것 아닌가."
그 성구는 의미가 하나도 없다. 적어도 저 팔이 존재하는 한 그렇다.
"그리고 그 팔이 능력을 발휘할 때 성구를 붙잡기만 해도 그건 완전히 증발해버릴 거다.
왜냐하면 그 성구는 내 검기보다 단단할 리가 없으니까."
"무 • • • "
" ㅡ 내 검기는 건물 기둥도 베어낼 수 있을텐데. 그 정도 구속구를 못 벨 것도 없지. 너도 동일할 거고."
그러니까 중요한 건, 백유리의 성구는 무엇을 막느냐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왜 백유리는 성구를 차고 있는가.
"유세나가 소중한가 ? "
백유리의 눈이 흔들린다는 것이 그 답을 증명한다.
"왜 소중하지 ? "
" • • • 당연하잖아."
"친구라서, 같은 말은 나한테는 그닥 당연하지 않아.
그런 사태에서 살아남은 게 가족도 아니고 그녀라서 같은 말도 좀 아니군. 좀 더 진솔한 건 없나 ? "
왜 나는 이런 귀찮은 역할을 맡아서 이러고 있는 건지 의문이라는 생각을 하며 묻는 것.
"나는 알고 싶은 거다."
내가 생각한 가장 큰 문제를 꺼낸다.
" ㅡ 네가 그 오른손으로 대체 왜 아직까지도 유세나의 낙인을 지우지 않았는지가 말이다."
그리고 그때.
망설임 없이 육체는 익숙한 감각을 느꼈다.
몸 안에 퍼진 백락白絡이야말로 육체의 정기신精氣神을 뚫는 통로.
심장 어림의 울림이 정신을 울린다. 칼에 손을 올려놓았을 때, 칼집을 스치는 소리 하나 없이 검이 뽑혀 나온다.
이걸로, 세번째 승부다.
" • • • 나는."
이전보다 살의는 적다. 적의는 있지만, 죽이려는 악의는 희소하게 드물었다.
그 대신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기술이다.
"할 수 없었으니까."
"안 한 거겠지. 못 한 게 아니라."
백유리가 오른팔을 들어올리고, 그것을 깨물 때,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건 어떠한 힘으로도 감지할 수 없는 무언가.
희미하게 웃었다.
순식간에 취한 광하검혼의 자세가 나의 검에는 과연 혼이 실려있는지를 견줄 때.
그 팔의 안에서부터 『짐승』을 꺼내든 백유리는 선언했다.
"네가 쓰러지면,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게 돼."
나를 줘패버리겠다, 라고.
세번째 승부.
이것마저 지면 말이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ㅡ 내공이 육신 안에서 들끓기 시작했다.
유세나는 그렇게 회상의 시작점을 끊었다.
그때까지의 그녀에게는 신성같은 게 없었다.
지금의 그녀와 달리 어떤 힘도 각성하지 못했기에 학교는 평범한 곳이었고.
알고 있는 것도 그닥 없었기 때문에 그저 등교를 준비할 뿐이라 했다.
그런데, 그것이 바뀌었다.
문을 열고, 옆 집에 살던 백유리와 만나 함께 등교하고, 그리고 등교로로 이어져 있던 길을 걷다가.
그렇게 모든 것이 망가졌다.
[버러지 같은 것들.]
사람의 시야라는 것은 과연 얼마나 좁은가. 얼마나 좁고, 낮기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없는가.
지평선이란 그러한 시야에 생기는 피할 수 없는 한계선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지평선의 끝에는 수많은 동심원이 생겨 있었다.
수많은, 수없이 많은 걸 넘어서 거대한, 하늘 위의 구름이라는 것이 의미없는.
『문門』이 그곳에 있었다.
[후회해라. 두려워해라. 떨어라. 자괴해라. 사죄할 수 없음에 절망한 채.
땅을 기는 벌레와 같이 죽어, 스스로의 처지를 알아라.]
그리고 하늘 위에서부터 울린 말이 끝날 때, 문이 스스로의 역할을 한 것이다.
문이란 건 그저 존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열리고 닫힘에 의미가 있는 법.
유세나는 그 순간을 그렇게 묘사했다.
그 이후로 시야에 담긴 건 아무것도 없었다.
[ ㅡ 이 세상에 구원 같은 게 없다는 걸 너희들도 알란 말이다.]
눈치챘을 때는 이미, 문은 터무니없이 커져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녀와 백유리와, 모두가 살고 있던 도시가.
이미 그 문 안에 모조리 들어가버렸을 뿐일 정도로.
ㅡ 우그작.
그리고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고요히 퍼졌을 때, 그곳에 뱀이 있었다.
*
"선배도 저런 걸 보았습니까 ? "
" • • • 눈치챘던거야 ? "
"숨기신 것도 아니잖습니까."
"뭐 • • • 그렇기는 하지만. 그리고 들었냐인가 • • • 그렇네."
연현아는 이야기의 도중에, 느릿하게 말을 덧댄다.
"들었어. 흑마법사가 성남에 있던 문을 강제로 확장시킬 적에 퍼뜨렸던 영언靈言은."
그 눈에 담긴 건 회고와, 아마도.
"그렇게 문을 연 마법사가 떨어져 죽는 소리는 못 들었지만. 외곽이었으니까, 나는."
일말의 의문이다.
*
뱀이라는 건, 말하자면 하늘이었다.
백유리의 말이었기 때문에 믿기에는 약간 어려웠지만 유세나는 긍정했다.
뱀은 하늘에 있었고, 도시는 땅에 있었다.
아니, 보도블럭과 지반째로 뜯어져 나온 땅은 땅 위에 붙은 순간 녹아내렸다.
그저 평범히 걷다가 공포에 질렸던 사람 중의 대다수가 세걸음을 떼기 전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유세나도 별 다를 건 없었다.
문, 그러니까 헌터물에서나 나오는 게이트 너머의 세계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유명한 증상이었다.
"혼돈 오염."
고도로 밀집한 혼돈混沌은 호흡만으로도 힘이 없는 일반인을 녹여버린다.
숨이 들어가 맞닿은 순환계가 뒤틀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 이후의 기억은 희미하다는 게 백유리나 유세나의 공통적인 답변인 것도.
논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호흡을 통해 돌아가는 것은 기만이 아니다.
아니 기의 심기혈정心氣血精같은 작용조차 초월하는 혼돈은 피조차 뒤바꿀 수 있다.
그런게 뇌에 가는 피를 타고 머리까지 가버리면 사람은 미쳐버리는 것이다.
"몰디드Molded가 된 건가."
미치는 걸 넘어서 적련赤聯이 자랑하는 혈맹군血盟軍 수준까지 이르러 버리겠지.
육체 내에 마구잡이로 생긴 마력 회로 때문에 기괴하게 뒤틀린 인체를 갖는 주제에.
정작 숨만 쉬어도 생기는 마력 때문에 일류고수가 나서야 처리가 된다는 그런 괴물이.
"그랬지."
연현아는 긍정했고, 백유리는 침묵했다.
그저 그들로는 알 수 있던 게 그것 뿐이었다는 이야기다.
하늘 위에는 어디까지 이어진 건지도 모를 뱀의 몸체가 이어지며 기울어진 뱀의 몸을 타고 피의 비가 내린다.
숨만 쉬어도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그걸 넘어서 이성을 잃고 괴물이 되어버리며 남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런 것을 피해 어떻게든 도망치며,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도, 놓지도 못한 채 헤매이던 와중 구조가 왔다.
당시 한국에 있던 절세고수 중 하나가 그 문의 너머로 잠입해 사람들을 구조했기에 그들은 살았다.
검단黔旦.
그리 칭해지는 도호의 무인이 그렇게 기절하고, 눈을 뜨고, 질질 기어서 무너져내리는 벽 뒤에 숨어있던 그녀들을 찾은 게.
그녀들이 인생을 살아가며 얻을 수 있던 가장 큰 행운이라는 이야기다 • • •
'거짓말쟁이가 둘이군.'
현생을 살게 되고 몸이 뒤바뀐 이후로 태식의 시간을 길게 하기 위해 핀 적도 없지만.
오랜만에 담배가 피고 싶어지는 설명이었다.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란 게 없고, 백유리는 심지어 팔의 능력마저도 나에게 들켰을텐데.'
어줍잖게 이야기를 뭉개고 있다. 아마,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 해도 밝힌 것보다 밝히지 않은 게 많다.
문 너머에 대해서는 아무리 반쯤 문외한이라지만 이 정도 내용물에 속을리가 없다.
성남이라는 도시도 엄연히 수도권. 산과 인접한 특성 상 그 안에 무관도 여럿 있었을 터고.
그 이상으로, 문이 존재하고 있던 도시라면 헌터가, 최소한 절정고수와 대등하다 평가받는 A랭크가 있었을 터.
아니, 그 이상조차도 있었을 것이었다. 나보다 고수이거나 대등할 존재가 백은 가까이 있어도 이상치 않다.
ㅡ 그리고 그런 이들은 모조리 죽었다.
"잠깐, 담배 좀 피고 오지."
"응 ? "
"선배, 담배 없습니까 ? "
"있긴 한데. 이렇게 냅다 말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 • • 애초에 넌 일학년이잖아 ! 피지 마 ! "
순간적으로 든 충동이, 문득 떠오른 이유에 의해 의도를 얻는다.
"그러면 백유리. 네 걸 가지고 나와라."
"나, 난 담배 없어 ! "
"너한테서 담배 냄새 난다."
" ! ? "
지금 거짓을 책망하고 분간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쓰기로 한 것이다.
드르르륵, 백유리의 의자를 뽑아서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걸어나간다.
사람을 나눈다.
뭔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건지, 아니면 당당하게 학생회장 앞에서 담배 피러 간다는 말에 어이가 없는건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연현아의 시선을 느끼면서 팔의 태세를 정비했다.
"지, 진짜 없다고 ! "
이번에는 백유리를 벗겨봐야 하나 ?
하고 생각하면서.
*
돌고 돌아서 백유리다.
결국 밖에 나와서 어디 있는지 위치까지 맞은 담배를 빼앗긴 뒤 부들거리는 백유리.
이런 것까지 중정에게 보급받은 건지 싶은 라이터도 빼앗아 불을 붙이고.
물을 것을 찾다가, 백유리의 가슴께를 보았다.
" • • • 어디를 보는거야."
사실, 속옷을 안 찬 것 같은 와이셔츠 안이 아니라 목에 차고 있는 성구를 보고 있었다.
"너, 그 목에 차고 있는 거. 유세나가 만든건가 ? "
"그런데 ? "
"그것에 의미가 일절 없는 걸 알면서도 차고 있는거고 ? "
"의미 있거든 • • • ! "
성구에 의미가 있나 ?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일전까지는 성구 안에 담긴 그 신성문자가 신성함을 뜻한다는 것에 집중했는데.
이제 세번 정도 그 팔 안에 담긴 능력이라는 것을 겪어보니 알 법 하다.
"아니, 의미같은 건 없다. 네 팔 안에 무언가가 담겨 있다는 걸 너도 아는 것 아닌가."
그 성구는 의미가 하나도 없다. 적어도 저 팔이 존재하는 한 그렇다.
"그리고 그 팔이 능력을 발휘할 때 성구를 붙잡기만 해도 그건 완전히 증발해버릴 거다.
왜냐하면 그 성구는 내 검기보다 단단할 리가 없으니까."
"무 • • • "
" ㅡ 내 검기는 건물 기둥도 베어낼 수 있을텐데. 그 정도 구속구를 못 벨 것도 없지. 너도 동일할 거고."
그러니까 중요한 건, 백유리의 성구는 무엇을 막느냐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왜 백유리는 성구를 차고 있는가.
"유세나가 소중한가 ? "
백유리의 눈이 흔들린다는 것이 그 답을 증명한다.
"왜 소중하지 ? "
" • • • 당연하잖아."
"친구라서, 같은 말은 나한테는 그닥 당연하지 않아.
그런 사태에서 살아남은 게 가족도 아니고 그녀라서 같은 말도 좀 아니군. 좀 더 진솔한 건 없나 ? "
왜 나는 이런 귀찮은 역할을 맡아서 이러고 있는 건지 의문이라는 생각을 하며 묻는 것.
"나는 알고 싶은 거다."
내가 생각한 가장 큰 문제를 꺼낸다.
" ㅡ 네가 그 오른손으로 대체 왜 아직까지도 유세나의 낙인을 지우지 않았는지가 말이다."
그리고 그때.
망설임 없이 육체는 익숙한 감각을 느꼈다.
몸 안에 퍼진 백락白絡이야말로 육체의 정기신精氣神을 뚫는 통로.
심장 어림의 울림이 정신을 울린다. 칼에 손을 올려놓았을 때, 칼집을 스치는 소리 하나 없이 검이 뽑혀 나온다.
이걸로, 세번째 승부다.
" • • • 나는."
이전보다 살의는 적다. 적의는 있지만, 죽이려는 악의는 희소하게 드물었다.
그 대신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기술이다.
"할 수 없었으니까."
"안 한 거겠지. 못 한 게 아니라."
백유리가 오른팔을 들어올리고, 그것을 깨물 때,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건 어떠한 힘으로도 감지할 수 없는 무언가.
희미하게 웃었다.
순식간에 취한 광하검혼의 자세가 나의 검에는 과연 혼이 실려있는지를 견줄 때.
그 팔의 안에서부터 『짐승』을 꺼내든 백유리는 선언했다.
"네가 쓰러지면,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게 돼."
나를 줘패버리겠다, 라고.
세번째 승부.
이것마저 지면 말이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ㅡ 내공이 육신 안에서 들끓기 시작했다.
평범한 하루였다.
유세나는 그렇게 회상의 시작점을 끊었다.
그때까지의 그녀에게는 신성같은 게 없었다.
지금의 그녀와 달리 어떤 힘도 각성하지 못했기에 학교는 평범한 곳이었고.
알고 있는 것도 그닥 없었기 때문에 그저 등교를 준비할 뿐이라 했다.
그런데, 그것이 바뀌었다.
문을 열고, 옆 집에 살던 백유리와 만나 함께 등교하고, 그리고 등교로로 이어져 있던 길을 걷다가.
그렇게 모든 것이 망가졌다.
[버러지 같은 것들.]
사람의 시야라는 것은 과연 얼마나 좁은가. 얼마나 좁고, 낮기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없는가.
지평선이란 그러한 시야에 생기는 피할 수 없는 한계선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지평선의 끝에는 수많은 동심원이 생겨 있었다.
수많은, 수없이 많은 걸 넘어서 거대한, 하늘 위의 구름이라는 것이 의미없는.
『문門』이 그곳에 있었다.
[후회해라. 두려워해라. 떨어라. 자괴해라. 사죄할 수 없음에 절망한 채.
땅을 기는 벌레와 같이 죽어, 스스로의 처지를 알아라.]
그리고 하늘 위에서부터 울린 말이 끝날 때, 문이 스스로의 역할을 한 것이다.
문이란 건 그저 존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열리고 닫힘에 의미가 있는 법.
유세나는 그 순간을 그렇게 묘사했다.
그 이후로 시야에 담긴 건 아무것도 없었다.
[ ㅡ 이 세상에 구원 같은 게 없다는 걸 너희들도 알란 말이다.]
눈치챘을 때는 이미, 문은 터무니없이 커져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녀와 백유리와, 모두가 살고 있던 도시가.
이미 그 문 안에 모조리 들어가버렸을 뿐일 정도로.
ㅡ 우그작.
그리고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고요히 퍼졌을 때, 그곳에 뱀이 있었다.
*
"선배도 저런 걸 보았습니까 ? "
" • • • 눈치챘던거야 ? "
"숨기신 것도 아니잖습니까."
"뭐 • • • 그렇기는 하지만. 그리고 들었냐인가 • • • 그렇네."
연현아는 이야기의 도중에, 느릿하게 말을 덧댄다.
"흑마법사가 성남에 있던 문을 강제로 확장시킬 적에 퍼뜨렸던 영언靈言은 들었지"
그 눈에 담긴 건 회고와, 아마도.
"그렇게 문을 연 마법사가 떨어져 죽는 소리는 못 들었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그때 외곽에 있었으니까, 나는."
일말의 의문이다.
*
뱀이라는 건, 말하자면 하늘이었다.
백유리의 말이었기 때문에 믿기에는 약간 어려웠지만 유세나는 긍정했다.
뱀은 하늘에 있었고, 도시는 땅에 있었다.
하늘 저 너머에서부터 뻗어진, 거대한 몸체가 시야 전부를 뒤덮으며.
떨어져 내리는 핏방울이 건물에 부딪히며 완전히 무너트리는 광경이 그녀들의 눈에 보였다.
그 핏방울이 건물을 뒤덮고 넘쳐흐른 끝에 보도블럭과 지반째로 뜯어져 나온 땅이 녹아내렸던 거겠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아예 도시 전체가 기울기 시작할 때.
그저 평범히 걷다가 공포에 질렸던 사람 중의 대다수가 세걸음을 떼기 전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유세나도 별 다를 건 없었다.
유세나와 백유리가 나섰던 집 안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던 것도,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의 운명을 암시했다.
문, 그러니까 헌터물에서나 나오는 게이트 너머의 세계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건 유명한 증상이다.
"혼돈 오염."
고도로 밀집한 혼돈混沌 속에서는 호흡만으로도 힘이 없는 일반인이 녹아버린다는 것이 바로 그 정체다.
숨이 들어가 맞닿은 순환계가 뒤틀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 이후의 기억은 희미하다는 게 백유리나 유세나의 공통적인 답변인 것도 논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호흡을 통해 돌아가는 것은 기만이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일.
아니 기의 심기혈정心氣血精같은 작용조차 초월하는 혼돈은 피에 맞닿은 살과 근육과 영혼마저 뒤바꿀 수 있다.
그러니 그런게 뇌에 가는 피를 타고 혼돈의 오염이 머리까지 가버리면 사람이 미쳐버리는 것이다.
"몰디드Molded가 된 건가."
미치는 걸 넘어서 적련赤聯이 자랑하는 혈맹군血盟軍 수준까지 이르러 버리겠지.
"지금 와서 안 거지만,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육체 내에 마구잡이로 생긴 마력 회로 때문에 기괴하게 뒤틀린 인체를 갖는 주제에.
정작 숨만 쉬어도 생기는 마력 때문에 일류고수가 나서야 처리가 된다는 그런 괴물들이 되어버린다.
"그런 것들이, 도시 안에서 사람을 사냥하기 시작했었지. 이성이 없어지니까, 이성을 되찾기 위해 원시적인 마물은 사람의 혼을 탐했으니까."
연현아는 긍정했고, 백유리는 침묵했다.
그저 그들로는 알 수 있던 게 그것 뿐이었다는 이야기다.
하늘 위에는 어디까지 이어진 건지도 모를 뱀의 몸체가 이어져가며 그 핏방울이 모든 것을 녹이고...터뜨려 버렸다.
숨만 쉬어도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그걸 넘어서 이성을 잃고 괴물이 되어버리며 남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런 것을 피해 어떻게든 도망치며,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도, 놓지도 못한 채 헤매이던 와중 구조가 왔다.
당시 한국에 있던 절세고수 중 하나가 그 문의 너머로 잠입해 사람들을 구조했기에 그들은 살았다.
검단黔旦.
그리 칭해지는 도호의 무인이 그렇게 기절하고, 눈을 뜨고, 질질 기어서 무너져내리는 벽 뒤에 숨어있던 그녀들을 찾은 게.
그녀들이 인생을 살아가며 얻을 수 있던 가장 큰 행운이라는 이야기다 • • •
'거짓말쟁이가 둘이군.'
현생을 살게 되고 몸이 뒤바뀐 이후로 태식의 시간을 길게 하기 위해 핀 적도 없지만.
오랜만에 담배가 피고 싶어지는 설명이었다.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란 게 없고, 백유리는 심지어 팔의 능력마저도 나에게 들켰을텐데.'
어줍잖게 이야기를 뭉개고 있다. 아마,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 해도 밝힌 것보다 밝히지 않은 게 많다.
문 너머에 대해서는 아무리 반쯤 문외한이라지만 이 정도 내용물에 속을리가 없다.
성남이라는 도시도 엄연히 수도권. 산과 인접한 특성 상 그 안에 무관도 여럿 있었을 터고.
그 이상으로, 문이 존재하고 있던 도시라면 헌터가, 최소한 절정고수와 대등하다 평가받는 A랭크가 있었을 터.
아니, 그 이상조차도 있었을 것이었다. 나보다 고수이거나 대등할 존재가 백은 가까이 있어도 이상치 않다.
ㅡ 그리고 그런 이들은 모조리 죽었다.
"잠깐, 담배 좀 피고 오지."
"응 ? "
"선배, 담배 없습니까 ? "
"있긴 한데. 이렇게 냅다 말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 • • 애초에 넌 일학년이잖아 ! 피지 마 ! "
순간적으로 든 충동이, 문득 떠오른 이유에 의해 의도를 얻는다.
"그러면 백유리. 네 걸 가지고 나와라."
"나, 난 담배 없어 ! "
"너한테서 담배 냄새 난다."
" ! ? "
지금 거짓을 책망하고 분간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쓰기로 한 것이다.
드르르륵, 백유리의 의자를 뽑아서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걸어나간다.
사람을 나눈다.
뭔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건지, 아니면 당당하게 학생회장 앞에서 담배 피러 간다는 말에 어이가 없는건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연현아의 시선을 느끼면서 팔의 태세를 정비했다.
"지, 진짜 없다고 ! "
이번에는 백유리를 벗겨봐야 하나 ?
하고 생각하면서.
*
돌고 돌아서 백유리다.
결국 밖에 나와서 어디 있는지 위치까지 맞은 담배를 빼앗긴 뒤 부들거리는 백유리.
이런 것까지 중정에게 보급받은 건지 싶은 라이터도 빼앗아 불을 붙이고.
물을 것을 찾다가, 백유리의 가슴께를 보았다.
" • • • 어디를 보는거야."
사실, 속옷을 안 찬 것 같은 와이셔츠 안이 아니라 목에 차고 있는 성구를 보고 있었다.
"너, 그 목에 차고 있는 거. 유세나가 만든건가 ? "
"그런데 ? "
"그것에 의미가 일절 없는 걸 알면서도 차고 있는거고 ? "
"의미 있거든 • • • ! "
성구에 의미가 있나 ?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일전까지는 성구 안에 담긴 그 신성문자가 신성함을 뜻한다는 것에 집중했는데.
이제 세번 정도 그 팔 안에 담긴 능력이라는 것을 겪어보니 알 법 하다.
"아니, 의미같은 건 없다. 네 팔 안에 무언가가 담겨 있다는 걸 너도 아는 것 아닌가."
그 성구는 의미가 하나도 없다. 적어도 저 팔이 존재하는 한 그렇다.
"그리고 그 팔이 능력을 발휘할 때 성구를 붙잡기만 해도 그건 완전히 증발해버릴 거다.
왜냐하면 그 성구는 내 검기보다 단단할 리가 없으니까."
"무 • • • "
" ㅡ 내 검기는 건물 기둥도 베어낼 수 있을텐데. 그 정도 구속구를 못 벨 것도 없지. 너도 동일할 거고."
그러니까 중요한 건, 백유리의 성구는 무엇을 막느냐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왜 백유리는 성구를 차고 있는가.
"유세나가 소중한가 ? "
백유리의 눈이 흔들린다는 것이 그 답을 증명한다.
"왜 소중하지 ? "
" • • • 당연하잖아."
"친구라서, 같은 말은 나한테는 그닥 당연하지 않아.
그런 사태에서 살아남은 게 가족도 아니고 그녀라서 같은 말도 좀 아니군. 좀 더 진솔한 건 없나 ? "
왜 나는 이런 귀찮은 역할을 맡아서 이러고 있는 건지 의문이라는 생각을 하며 묻는 것.
"나는 알고 싶은 거다."
내가 생각한 가장 큰 문제를 꺼낸다.
" ㅡ 네가 그 오른손으로 대체 왜 아직까지도 유세나의 낙인을 지우지 않았는지가 말이다."
그리고 그때.
망설임 없이 육체는 익숙한 감각을 느꼈다.
몸 안에 퍼진 백락白絡이야말로 육체의 정기신精氣神을 뚫는 통로.
심장 어림의 울림이 정신을 울린다. 칼에 손을 올려놓았을 때, 칼집을 스치는 소리 하나 없이 검이 뽑혀 나온다.
이걸로, 세번째 승부다.
" • • • 나는."
이전보다 살의는 적다. 적의는 있지만, 죽이려는 악의는 희소하게 드물었다.
그 대신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기술이다.
"할 수 없었으니까."
"안 한 거겠지. 못 한 게 아니라."
백유리가 오른팔을 들어올리고 그것을 깨문다.
깨무는 수준이 아니었다. 손을 그대로 깨물다 못 해 입 안에서 씹어버린다.
핏물과 함께 뼈가 보이기 시작할만큼 팔을 물어뜯고 짓이겼을 때 ─ 안에서 흘러나오는 건 어떠한 힘으로도 감지할 수 없는 무언가.
"그래 ?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해."
그것에, 희미하게 웃었다.
순식간에 취한 광하검혼의 자세가 나의 검에는 과연 혼이 실려있는지를 견준다.
그 순간에, 팔의 안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를 뽑아낸 백유리는 중얼거린다.
"네가 쓰러지면,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게 돼."
그 오른손이 이글거리면서, 찢겨져나간 살점의 안에서부터 갈기가 드러나면서.
『짐승』을 뽑아낸 채 선언했다.
"힘으로 보이면 되는 거잖아. 모두 그러는 것처럼. ─── 그렇지 ? "
이 장소에 맞게, 그에 맞는 방식으로, 내 입을 막겠노라고.
한번도 아니고 두번도 아니고 세번째의 승부.
이것마저 지면 말이 안 된다.
자세를 취한 채 내공이 육신 안에서 들끓는다.
육체의 온전한 상태를 자각함과 동시에 ─ 기의 안에서부터 무언가가 흘러나온다.
"그래, 그래야지."
아주 간단명료하게 힘으로 결론지어질 승부를 일합으로 끝내겠다는 생각을 한 채.
검의 안에서부터 검명劍鳴이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유세나는 그렇게 회상의 시작점을 끊었다.
그때까지의 그녀에게는 신성같은 게 없었다.
지금의 그녀와 달리 어떤 힘도 각성하지 못했기에 학교는 평범한 곳이었고.
알고 있는 것도 그닥 없었기 때문에 그저 등교를 준비할 뿐이라 했다.
그런데, 그것이 바뀌었다.
문을 열고, 옆 집에 살던 백유리와 만나 함께 등교하고, 그리고 등교로로 이어져 있던 길을 걷다가.
그렇게 모든 것이 망가졌다.
[버러지 같은 것들.]
사람의 시야라는 것은 과연 얼마나 좁은가. 얼마나 좁고, 낮기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없는가.
지평선이란 그러한 시야에 생기는 피할 수 없는 한계선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지평선의 끝에는 수많은 동심원이 생겨 있었다.
수많은, 수없이 많은 걸 넘어서 거대한, 하늘 위의 구름이라는 것이 의미없는.
『문門』이 그곳에 있었다.
[후회해라. 두려워해라. 떨어라. 자괴해라. 사죄할 수 없음에 절망한 채.
땅을 기는 벌레와 같이 죽어, 스스로의 처지를 알아라.]
그리고 하늘 위에서부터 울린 말이 끝날 때, 문이 스스로의 역할을 한 것이다.
문이란 건 그저 존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열리고 닫힘에 의미가 있는 법.
유세나는 그 순간을 그렇게 묘사했다.
그 이후로 시야에 담긴 건 아무것도 없었다.
[ ㅡ 이 세상에 구원 같은 게 없다는 걸 너희들도 알란 말이다.]
눈치챘을 때는 이미, 문은 터무니없이 커져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녀와 백유리와, 모두가 살고 있던 도시가.
이미 그 문 안에 모조리 들어가버렸을 뿐일 정도로.
ㅡ 우그작.
그리고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고요히 퍼졌을 때, 그곳에 뱀이 있었다.
*
"선배도 저런 걸 보았습니까 ? "
" • • • 눈치챘던거야 ? "
"숨기신 것도 아니잖습니까."
"뭐 • • • 그렇기는 하지만. 그리고 들었냐인가 • • • 그렇네."
연현아는 이야기의 도중에, 느릿하게 말을 덧댄다.
"흑마법사가 성남에 있던 문을 강제로 확장시킬 적에 퍼뜨렸던 영언靈言은 들었지"
그 눈에 담긴 건 회고와, 아마도.
"그렇게 문을 연 마법사가 떨어져 죽는 소리는 못 들었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그때 외곽에 있었으니까, 나는."
일말의 의문이다.
*
뱀이라는 건, 말하자면 하늘이었다.
백유리의 말이었기 때문에 믿기에는 약간 어려웠지만 유세나는 긍정했다.
뱀은 하늘에 있었고, 도시는 땅에 있었다.
하늘 저 너머에서부터 뻗어진, 거대한 몸체가 시야 전부를 뒤덮으며.
떨어져 내리는 핏방울이 건물에 부딪히며 완전히 무너트리는 광경이 그녀들의 눈에 보였다.
그 핏방울이 건물을 뒤덮고 넘쳐흐른 끝에 보도블럭과 지반째로 뜯어져 나온 땅이 녹아내렸던 거겠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아예 도시 전체가 기울기 시작할 때.
그저 평범히 걷다가 공포에 질렸던 사람 중의 대다수가 세걸음을 떼기 전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유세나도 별 다를 건 없었다.
유세나와 백유리가 나섰던 집 안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던 것도,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의 운명을 암시했다.
문, 그러니까 헌터물에서나 나오는 게이트 너머의 세계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건 유명한 증상이다.
"혼돈 오염."
고도로 밀집한 혼돈混沌 속에서는 호흡만으로도 힘이 없는 일반인이 녹아버린다는 것이 바로 그 정체다.
숨이 들어가 맞닿은 순환계가 뒤틀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 이후의 기억은 희미하다는 게 백유리나 유세나의 공통적인 답변인 것도 논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호흡을 통해 돌아가는 것은 기만이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일.
아니 기의 심기혈정心氣血精같은 작용조차 초월하는 혼돈은 피에 맞닿은 살과 근육과 영혼마저 뒤바꿀 수 있다.
그러니 그런게 뇌에 가는 피를 타고 혼돈의 오염이 머리까지 가버리면 사람이 미쳐버리는 것이다.
"몰디드Molded가 된 건가."
미치는 걸 넘어서 적련赤聯이 자랑하는 혈맹군血盟軍 수준까지 이르러 버리겠지.
"지금 와서 안 거지만,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육체 내에 마구잡이로 생긴 마력 회로 때문에 기괴하게 뒤틀린 인체를 갖는 주제에.
정작 숨만 쉬어도 생기는 마력 때문에 일류고수가 나서야 처리가 된다는 그런 괴물들이 되어버린다.
"그런 것들이, 도시 안에서 사람을 사냥하기 시작했었지. 이성이 없어지니까, 이성을 되찾기 위해 원시적인 마물은 사람의 혼을 탐했으니까."
연현아는 긍정했고, 백유리는 침묵했다.
그저 그들로는 알 수 있던 게 그것 뿐이었다는 이야기다.
하늘 위에는 어디까지 이어진 건지도 모를 뱀의 몸체가 이어져가며 그 핏방울이 모든 것을 녹이고...터뜨려 버렸다.
숨만 쉬어도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그걸 넘어서 이성을 잃고 괴물이 되어버리며 남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런 것을 피해 어떻게든 도망치며,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도, 놓지도 못한 채 헤매이던 와중 구조가 왔다.
당시 한국에 있던 절세고수 중 하나가 그 문의 너머로 잠입해 사람들을 구조했기에 그들은 살았다.
검단黔旦.
그리 칭해지는 도호의 무인이 그렇게 기절하고, 눈을 뜨고, 질질 기어서 무너져내리는 벽 뒤에 숨어있던 그녀들을 찾은 게.
그녀들이 인생을 살아가며 얻을 수 있던 가장 큰 행운이라는 이야기다 • • •
'거짓말쟁이가 둘이군.'
현생을 살게 되고 몸이 뒤바뀐 이후로 태식의 시간을 길게 하기 위해 핀 적도 없지만.
오랜만에 담배가 피고 싶어지는 설명이었다.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란 게 없고, 백유리는 심지어 팔의 능력마저도 나에게 들켰을텐데.'
어줍잖게 이야기를 뭉개고 있다. 아마,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 해도 밝힌 것보다 밝히지 않은 게 많다.
문 너머에 대해서는 아무리 반쯤 문외한이라지만 이 정도 내용물에 속을리가 없다.
성남이라는 도시도 엄연히 수도권. 산과 인접한 특성 상 그 안에 무관도 여럿 있었을 터고.
그 이상으로, 문이 존재하고 있던 도시라면 헌터가, 최소한 절정고수와 대등하다 평가받는 A랭크가 있었을 터.
아니, 그 이상조차도 있었을 것이었다. 나보다 고수이거나 대등할 존재가 백은 가까이 있어도 이상치 않다.
ㅡ 그리고 그런 이들은 모조리 죽었다.
"잠깐, 담배 좀 피고 오지."
"응 ? "
"선배, 담배 없습니까 ? "
"있긴 한데. 이렇게 냅다 말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 • • 애초에 넌 일학년이잖아 ! 피지 마 ! "
순간적으로 든 충동이, 문득 떠오른 이유에 의해 의도를 얻는다.
"그러면 백유리. 네 걸 가지고 나와라."
"나, 난 담배 없어 ! "
"너한테서 담배 냄새 난다."
" ! ? "
지금 거짓을 책망하고 분간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쓰기로 한 것이다.
드르르륵, 백유리의 의자를 뽑아서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걸어나간다.
사람을 나눈다.
뭔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건지, 아니면 당당하게 학생회장 앞에서 담배 피러 간다는 말에 어이가 없는건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연현아의 시선을 느끼면서 팔의 태세를 정비했다.
"지, 진짜 없다고 ! "
이번에는 백유리를 벗겨봐야 하나 ?
하고 생각하면서.
*
돌고 돌아서 백유리다.
결국 밖에 나와서 어디 있는지 위치까지 맞은 담배를 빼앗긴 뒤 부들거리는 백유리.
이런 것까지 중정에게 보급받은 건지 싶은 라이터도 빼앗아 불을 붙이고.
물을 것을 찾다가, 백유리의 가슴께를 보았다.
" • • • 어디를 보는거야."
사실, 속옷을 안 찬 것 같은 와이셔츠 안이 아니라 목에 차고 있는 성구를 보고 있었다.
"너, 그 목에 차고 있는 거. 유세나가 만든건가 ? "
"그런데 ? "
"그것에 의미가 일절 없는 걸 알면서도 차고 있는거고 ? "
"의미 있거든 • • • ! "
성구에 의미가 있나 ?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일전까지는 성구 안에 담긴 그 신성문자가 신성함을 뜻한다는 것에 집중했는데.
이제 세번 정도 그 팔 안에 담긴 능력이라는 것을 겪어보니 알 법 하다.
"아니, 의미같은 건 없다. 네 팔 안에 무언가가 담겨 있다는 걸 너도 아는 것 아닌가."
그 성구는 의미가 하나도 없다. 적어도 저 팔이 존재하는 한 그렇다.
"그리고 그 팔이 능력을 발휘할 때 성구를 붙잡기만 해도 그건 완전히 증발해버릴 거다.
왜냐하면 그 성구는 내 검기보다 단단할 리가 없으니까."
"무 • • • "
" ㅡ 내 검기는 건물 기둥도 베어낼 수 있을텐데. 그 정도 구속구를 못 벨 것도 없지. 너도 동일할 거고."
그러니까 중요한 건, 백유리의 성구는 무엇을 막느냐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왜 백유리는 성구를 차고 있는가.
"유세나가 소중한가 ? "
백유리의 눈이 흔들린다는 것이 그 답을 증명한다.
"왜 소중하지 ? "
" • • • 당연하잖아."
"친구라서, 같은 말은 나한테는 그닥 당연하지 않아.
그런 사태에서 살아남은 게 가족도 아니고 그녀라서 같은 말도 좀 아니군. 좀 더 진솔한 건 없나 ? "
왜 나는 이런 귀찮은 역할을 맡아서 이러고 있는 건지 의문이라는 생각을 하며 묻는 것.
"나는 알고 싶은 거다."
내가 생각한 가장 큰 문제를 꺼낸다.
" ㅡ 네가 그 오른손으로 대체 왜 아직까지도 유세나의 낙인을 지우지 않았는지가 말이다."
그리고 그때.
망설임 없이 육체는 익숙한 감각을 느꼈다.
몸 안에 퍼진 백락白絡이야말로 육체의 정기신精氣神을 뚫는 통로.
심장 어림의 울림이 정신을 울린다. 칼에 손을 올려놓았을 때, 칼집을 스치는 소리 하나 없이 검이 뽑혀 나온다.
이걸로, 세번째 승부다.
" • • • 나는."
이전보다 살의는 적다. 적의는 있지만, 죽이려는 악의는 희소하게 드물었다.
그 대신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기술이다.
"할 수 없었으니까."
"안 한 거겠지. 못 한 게 아니라."
백유리가 오른팔을 들어올리고 그것을 깨문다.
깨무는 수준이 아니었다. 손을 그대로 깨물다 못 해 입 안에서 씹어버린다.
핏물과 함께 뼈가 보이기 시작할만큼 팔을 물어뜯고 짓이겼을 때 ─ 안에서 흘러나오는 건 어떠한 힘으로도 감지할 수 없는 무언가.
"그래 ?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해."
그것에, 희미하게 웃었다.
순식간에 취한 광하검혼의 자세가 나의 검에는 과연 혼이 실려있는지를 견준다.
그 순간에, 팔의 안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를 뽑아낸 백유리는 중얼거린다.
"네가 쓰러지면,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게 돼."
그 오른손이 이글거리면서, 찢겨져나간 살점의 안에서부터 갈기가 드러나면서.
『짐승』을 뽑아낸 채 선언했다.
"힘으로 보이면 되는 거잖아. 모두 그러는 것처럼. ─── 그렇지 ? "
이 장소에 맞게, 그에 맞는 방식으로, 내 입을 막겠노라고.
한번도 아니고 두번도 아니고 세번째의 승부.
이것마저 지면 말이 안 된다.
자세를 취한 채 내공이 육신 안에서 들끓는다.
육체의 온전한 상태를 자각함과 동시에 ─ 기의 안에서부터 무언가가 흘러나온다.
"그래, 그래야지."
아주 간단명료하게 힘으로 결론지어질 승부를 일합으로 끝내겠다는 생각을 한 채.
검의 안에서부터 검명劍鳴이 울려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