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현대판타지/HL]피안화 물든 빛 - 24

#14140 [1:1/현대판타지/HL]피안화 물든 빛 - 24 (1001)

종료
#820알렌주(45e83f99)2026-09-20 (일) 15:22:10
"시발... 허억 허억..."

악취로 가득한 하수구

볼품없고 추례한 노인이 오물로 가득한 물을 비틀거리며 가르고 나아간다.

이미 몇번이나 넘어졌는지 온 몸은 오물로 가득함에 그는 연신 욕설을 쏟아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도대체 어디서 부터 잘못 되었던건가?

무엇하나 잘못될 것이 없었다.

쥬도의 탕녀 년은 커녕 그 꽁무니나 쫒아다니는 가짜 신검 녀석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데도...

"고작 애새끼 4명한테 여태 내가 쌓아온 것들이..!"

턱...

분에 못이겨 주먹을 쳐보지만 노인의 주먹에는 힘이 없었다.

그 동안 자신이 어둠 속에서 길렀던 모든 힘들이, 어린 왕의 교단을 무너트리기 위해 종교 연합에 자신이 뿌려놓은 무수한 씨앗들이 전부 박살나 버렸다.

아직 제 어미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교주는 이걸 계기로 다시금 어린 왕의 교단의 교주인 자신이 연합의 장임을 천명하였고 이제 두 번 다시 빈틈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아하아... 그래도 상관없다..."

제 몸을 가누기도 힘든 노인이 있는 힘을 다해 사다리를 타고 하수구 뚜껑을 밀어 밖으로 나간다.

"허억허억... 결국 죽음이라는 끝에 묶인 녀석들..! 힘은 다시 기르면 된다! 기회는 다시 만들면 된다! 결국 지금의 교주도 이 세상을 떠날 운명! 너희들이 그 같잖은 섭리에 매달려 주는 것에 감사한다!"

저벅저벅

순간 들려오는 발소리, 광소하며 오물이 가득한 채 바닥을 기어 다시금 어둠 속으로 기어들어가려는 노괴의 뒷목에 서늘한 예감이 자리잡는다.

"어머나, 오랜만에 뵙는군요."

마치 예전을 추억하듯 여명 시절의 복장을 갖춰 입은채 노괴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나시네의 표정에는 정말 순수한 조롱이 비춰지고 있었다.

"이... 이..!"

노괴의 얼굴이 분노와 절망으로 물들어간다.

"정말이지 고마운 일을 해주셨네요, 덕분의 우리 딸이 교주로서 조금 편안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요."

"이 탕녀가! 나를 능멸하는 것이냐! 제 자리에 칼이 겨누어진 것도 모르고 딸에게 그 자리를 넘겨준 어리석은 년이!"

"어머나... 영감님 살아오신 세월 치고 너무 순수하신거 아니에요? 하긴 그래서 그렇게 물놀이를 즐기셨나?"

그 순간 이제는 거의 박동이 느껴지지 않는 노괴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제가 정말 몰라서 방치했다고 생각해요? 뭐 다른 교단에 이것저것 많이 해두셨던데 제가 치우고 나가기 보다는 이렇게 영감님이 한곳에 모아 주셨을 때 우리 딸이 치우는게 그림이 참 예쁘잖아요. 우리 그이는 아무래도 불만이 많은 거 같지만."

"나를... 이 나를 고작 딸을 시험하는데 썼다는 거냐?"

"시험?"

나시네는 그 말을 듣자 순간 무슨 말을 들은 건가 하는 표정을 지은 뒤 깔깔 웃기 시작했다.

"아 영감님 너무 재밌으시네... 우리 그이는 생각보다 아이들을 엄청 감싸고 돌아서요, 제가 아이들을 시험 하겠다고 하면 불만 정도로 끝나지 않아요."

한 걸음,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런데도 우리 남편은 불만은 많았어도 허락을 해줬어요? 왤까요?"

기분 탓일까? 노괴의 눈에 나시네의 찢어질듯한 미소가 붉게 물들어 보였다.

"우리 남편이 보기에도 고작 당신들 따위 한테 우리 자식들이 위험해 지는 그림이 그려지질 않으니까."

시험, 시련이라고 할 만큼의 위험이 아니니까.

"노인 공경을 해서 굳이 높여 말씀드리자면... 이용이라고 할까요?"

노괴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든다, 눈앞에 있는 죽음이 단검을 빼든다.

"뭐 너무 안 좋게 생각하지 마세요, 오래 살았잖아요. 우리 남편이라면 아마..."

"노친내가 천년만년 살려고 그랬어?"

"라고 했겠네요."

노괴의 삶은 거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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