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현대판타지/HL]피안화 물든 빛 - 24

#14140 [1:1/현대판타지/HL]피안화 물든 빛 - 24 (1001)

종료
#960린주(02b0c82c)2026-09-25 (금) 14:58:20
*패드립?과 욕설이 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 그 하나의 단어에 얼마나 많은 분투와 피가 있었던가. 누군가에게 정의라함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의임은 오랜 역사를 통해 증명되어 왔다. 그러니 그는 자신의 행로에 의심을 품지 아니하였을 것이었다. 제게 불의라는 돌을 던지는 자들은 저 자신이 불의 그 자체임을 모르는 천치일 따름이었다.
만일 잔뜩 피를 머금은 금빛이 아니었다면 그는 오연히 제 자신만을 위한 정의를 칭하며 여전히 당당히 제가 미워하는 자는 재기하지 못하게 밟아놓고, 제게 이득을 주는 자는 그 발이라도 핥았을 것이다.

목구멍에서 비린 쇳맛이 올라왔다.

그에게는 제자가 있었다. 모든 것이 그를 핍박하던 때, 그에 굴하지 않고 올라와 저를 핍박하던 세상을 역으로 갈취하게 되었을 때 쯤 저들의 대표가 되어 달라며 모여든 마찬가지의 불한당들이었다. 하나씩, 제 잘못은 잊고 세상에 대한 억울함과 탐욕만 남은 치들끼리 마음대로 타인을 짓밟고 다녔다. 어차피 그 타인은 자신을 미워하고 혐오하고 조롱하던 세상의 일부였다. 그들은 그 불합리한 수혜를 받은자이기에 처음부터 불리하게 시작했던 자신과 제자들에게 다시 올바르게 제 것이었던 수혜를 돌려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세상은 그것을 범죄라고 불렀다.
불한당들의 무리가 구석에 몰렸을 때 마침, 홍왕이 사라졌다.

'이봐 자네, 억울하지 않나?'
다 늙고 가레가 낀 세상의 오욕이 낀 탁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말하던 불로장생과 부귀영화는 목적없이 삶과 재물을 약탈하던 횡포한 도적떼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자네는 각성자이지 않나. 귀하고 특별한 자는 그리 대접받아야 마땅하다네. 우리가 힘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저 무지한 비각성자들을 위해 봉사할 이유가 무엇인가?'
'영원히 살아갈 우리는 모두를 지배하고, 모두에게 칭송받아야 하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목소리가 여태 찾던 인재였다고, 그렇게 끌려나가 새로이 의미를 불려받았다.

"아...아...그 자만 아니었어도!"
목에 들끓던 쇳맛이 주르륵 입술로 흘러내려 턱에서 뚝 뚝 떨어졌지만 그의 발걸음은 멈출줄을 몰랐다. 절규일지 환호일지 모를 흉측한 외침을 토해낸 그는 킬킬거리며 기침을 했따.

"하지만 이제는 내가 이겼다."
목소리의 얘기를 규범으로 삼고 그의 각성자 범죄단은 한 단계 조직을 격상시켰다.
레드 마피아, 과거 공산주의적 규범을 토대로 출몰했던 러시아의 범죄집단이 이번에는 죽음이 없는 세상을 위한 각성자만이 평등한 시간의 분배를 기반으로 두고 신념 범죄 집단으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일순간에 사라졌다.

"다시 우리는 뭉칠 것이다. 세상을 약탈하고, 신조차도 끌어내려 우리가 그 위에 설 것이다."
그는 멋도모르고 지껄였다. 워낙 무지한터라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목소리의 어록 중 좋아보이는 경구를 외워 앵무새처럼 따라했다.

"나를 무시했던 알렌, 이종족과 교접하여 태어난 그 배신자, 호로잡놈의 피도 결국 내게 패했다."
억, 피투성이의 다리가 턱에 부딪쳤다. 그는 추레하게 한바퀴 굴렀다. 우웨엑, 토사물이 흘러내릴 것 같아 헛구역질을 했지만 며칠간 들어간 게 없는 배는 아무것도 토해내지 못했다. 문득 머릿속에 평소보다 어두웠던 머리색의 신검의 후계가 떠올랐다. 그 옆에 있던 그를 똑 닮아서 역겨운 여자도, 그들은 둘이서 저를 상대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조직이 사라졌던 전과 다르게 그는 이겨내었다.

허나 이상했던 것은
언제나 그 이후 머릿속을 드리우던
지옥의 쇳못이 심장을 갉아 긁는 것과 같던
그 공포를 마주친 알렌에게서 읽을 수가 없었다.

“더럽게 찾기 어려웠네.”
허억, 그는 놀라 재빠르게 몸을 일으켜 세우고 채찍을 들이대었다. 지나치게 깔끔한 검 등의 무기보다 최대한 고통을 주면서도 목숨은 붙여두어 상대에게 비굴한 애원을 짜낼 수 있는 채찍을 그는 선호했다.

“뭐, 뭐지. 분명 너는.”
“내 아들. 미하일이 네 놈이 도주했다고 하더라.”
뭐 아들이라고? 그의 머리가 순간 새하얀 백지가 되었다. 아들? 가디언이라던 메르차니예의 애송이 말인가.

“나는 이런 방법을 좋아하지 않아. 숨고 쫓고, 이런 놈 때문에 내 아이를 위기에 처하게 한다던가.”
“나, 나, 나는. 나는 잘못한 거 없어 이 망할 새끼야! 너도 알 거 아니야! 어머니 러시아는 약한 자에게 가혹하다는 걸. 나는 그저 그 규칙에 맞추어 강해졌을 뿐이라고! 내 것을 빼앗기 전에 뺏은 것뿐인데 뭐가 나빠!”
흠, 빛이 거의 들지 않는 어두운 골목이었지만 각성자의 시야는 어둠속에서도 상대가 눈썹을 올려 인상을 일그러뜨리는 것을 잡아내었다. 궁지에 몰린 피식자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녹아내렸다고 생각한 못이 슬그머니 심장을 긁어대었다.

한 걸음 거리가 가까워졌다. 알렌의 등 뒤에 비치던 빛으로 골목에 짙게 드리워지던 그림자가 그의 발끝과 맞닿았다.

“씨발! 그 애새끼의 머리통을 날릴 것 그랬어. 그 계집년이 다시는 검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사지를 짓이길걸, 아 거의 그쯤 갈 뻔했지. 다리가 부러졌을 때 그 표정을 네가 봤어야 했는데 하기야 네 놈은 전장에 미쳐서 아비역할도 제대로 못했으니 신경도 안 쓰겠지. 네 애새끼들만 불쌍하구나.”
상대가 눈을 홱 치켜뜨고 언제나 그의 악몽을 밝히던 어둑한 푸른 빛이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도발이 성공했다. 만족스레 그는 입이 찢어져라 벌리며 웃었다.

“네 녀석도 결국 나랑 똑같아!”
킬킬킬킬 미친듯이 웃다가 눈을 번뜩이며 노쇠한 악당은 소리를 질렀다. 잔뜩 치켜뜬 흰자에는 핏줄에 불거졌다. 그리고 잔뜩 일그러진 감정에 질려 달려들었다.

“너 같은 버러지에게 아심은 아깝다.”
그 모양을 바라보던 알렌은 감히 자식을 들먹이던 자에게 선사하려한 공포를 내려놓았다. 이미 넝마가 된 쓰레기에게 그조차도 아까웠다.

“내 아내는 너를 놓아두는 편이 좋다고 했지. 멍청하기 짝이 없는 네가 날뛸수록 너를 조종하던 자가 심어둔 놈들이 수면위에 올라올 것이라고. 같은 집단도 엿먹이는 멍청한 니 놈 새끼의 행동에 서로 분열되어 싸울 거라고.”
빠드득 알렌은 이를 갈았다. 다 안다고 하지만 소중한 막내딸이 잠시나마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그로서도 괴로웠다.

“분명 나시네라면 나보다는 우아하게 너를 처리할 방법을 찾았을 거야. 하지만 나는 너 같은 게 더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
공간이 갈라지듯 검은 채찍이 길이를 거대하게 늘리고 그에게 쇄도한다. 가만히 멈춰선 알렌은 천천히 검집에서 검을 뽑아내었다. 세상은 그에게 황금인이라는 칭호를 수여했다, 정의로운 영웅이자 용사, 대중이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언제나 알렌에게 묘한 감정을 가져다주었다.
그도 그럴것이 어둑하게 눈가에 음울한 분노를 드리우고서 비웃음을 짓는 자신은 그들이 칭하는 칭호와 그다지 맞지 않게 느껴졌다.

“네게 있는 한 줌 빛을 앗아가겠다. 너 같은 죄인에겐 그 조차도 과분하니까.”
서걱, 소리 없이 검이 공간을 갈랐다. 무언가가 악당의 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싶더니 그 눈에 생기가 사라졌다.

“내 아내라면 분명 그렇게 말했겠지.”
철퍼덕 몸이 끈 떨어진 인형처럼 엎어졌다. 평생 두려워하던 자에게 절하듯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고서 절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할거야.”
“말이 많다. 그냥 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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